[정책 인사이트] 여성 고용 늘면 출산율 높아질까? “유연근로 활성화돼야”

손덕호 기자 2024. 9. 23.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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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합계출산율이 지난해 0.72명까지 떨어진 상황에서 "저출생 추세를 반전시키려면 근로자가 근로 시간이나 장소 등을 조정해 일·생활 균형을 확보할 수 있는 유연근로제가 확산되어야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성재민 한국노동연구원 부원장은 23일 서울 중구 전국은행연합회관에서 노동연구원과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이 공동으로 개최한 근로시간 제도 관련 토론회에서 "여성 고용이 아니라 여성의 유연 근로제 활용 정도가 합계출산율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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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15국, 6세 이하 자녀 있는 여성
10명 중 8명 꼴로 유연 근로 활용
한국은 자녀 유무에 상관 없이 25%에 그쳐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이 23일 서울 중구 명동 전국은행연합회관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인구구조 대전환, 일하는 방식의 미래에 대응한 근로시간 제도 개선' 토론회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한국노동연구원 제공

한국의 합계출산율이 지난해 0.72명까지 떨어진 상황에서 “저출생 추세를 반전시키려면 근로자가 근로 시간이나 장소 등을 조정해 일·생활 균형을 확보할 수 있는 유연근로제가 확산되어야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성재민 한국노동연구원 부원장은 23일 서울 중구 전국은행연합회관에서 노동연구원과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이 공동으로 개최한 근로시간 제도 관련 토론회에서 “여성 고용이 아니라 여성의 유연 근로제 활용 정도가 합계출산율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밝혔다.

그동안 선진 산업국가가 될수록 여성 고용률이 높아지면 합계출산율도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다수 나왔다. 그러나 재택근무나 근로시간 단축 등 유연 관련 근로제 활용 비중을 제외하면 통계적인 의미가 없어진다는 게 성 부원장 설명이다.

성 부원장이 분석한 영국·프랑스·독일·이탈리아·스웨덴 등 유럽연합(EU) 15국에서는 6세 이하 자녀가 있는 여성 25~49세 근로자 중 83.6%가 유연 근로를 활용했다. 6세 이하 자녀가 없는 여성 25~49세 근로자는 69.8%가 유연 근로를 활용했다. 한국에서는 자녀 유무에 관계 없이 이 비중이 25% 정도에 그친다.

한국의 연간 근로시간은 빠르게 감소하고 있지만, 여전히 유럽 국가 등에 비해서는 상당히 많은 수준이다. 성 부원장은 그 원인에 대해 “길게 일하는 사람이 많아서가 아니라 짧은 시간 일하는 사람이 적어서”라고 분석했다. 또 EU 27국에서는 여름 휴가철 일시 휴직하는 비중이 취업자의 30%에 가깝다. 한국에서는 이 비율이 3%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정민 서울대 교수는 작년 기준으로 장년층(55~65세) 남성과 25~54세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이 일본보다 10%포인트 정도 낮다고 했다. 경제활동인구는 저출생 고령화로 감소하지만, 노동시장에는 인구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유휴 노동력이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노동력의 양적·질적 확장을 위해서는 근로시간제도 개편이 필요하다”고 했다.

엄상민 경희대 교수도 지난해 정부가 실시한 대국민 설문조사 결과를 인용해 “적절한 보상이 전제될 때 연장근로 의향이 있는 근로자가 상당히 많았다(41.7%)”고 했다. 그러면서 “유연한 근무가 필요한 업종이 반드시 장시간 근로하는 업종은 아니다”라고 했다. 계절적인 특성이 있거나 프로젝트 단위로 작업을 한다면 특정 시기에 집중적으로 근로시간이 몰리기 때문이다.

앞서 고용부는 작년 3월 연장 근로시간을 현재의 주 단위에서 월·분기·반기·연 단위로 유연화하는 내용의 개편안을 발표했다. 그러나 새 제도가 도입되면 1주일에 최대 69시간까지 일할 수 있다는 점이 부각되며 재검토에 들어갔다. 이후 주 52시간제 틀을 유지하고 일방적으로 제도 개편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현재 정부와 노동계, 경영계는 대통령 소속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 일·생활 균형과 장시간 근로 해소를 위한 근로시간 개편 방안을 논의 중이다.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은 “청년과 미래세대가 아이를 낳고 기를 수 있는 여건을 만들고 기업이 혁신할 수 있도록 노동법과 제도 개선을 추진해나갈 계획”이라며 “그 중 핵심이 바로 근로시간 제도 개편”이라고 했다. 이어 “실제 근로시간을 단축하면서도 근로자와 기업의 선택의 자율을 확대하고, 일률적인 규제보다는 유연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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