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 주문하려면 1300원 더 내세요"… 이중가격제 확산
단품 800원·세트 1300원 올라
패스트푸드·커피업계 뉴노멀
"배달앱의 부당한 비용 전가
가격 안올리면 운영 어려워"
"김밥이랑 떡볶이를 주문하려고 하는데 매장에서 먹을 때보다 비싸길래 직접 가서 포장해왔어요."
서울 마포구에 사는 직장인 정동민 씨(30)는 최근 동네 분식집에서 음식을 주문하려다 가격을 보고 멈칫했다. 매장에 가서 먹거나 포장할 때보다 500~1000원 비싼 가격으로 책정돼서다. 정씨는 "몇 백원 더 내는 것보다도 배달시키는 것이 손해를 보는 것처럼 느껴져서 꺼려진다"고 덧붙였다.
외식업계에서 배달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주문할 때 가격을 매장에서보다 비싸게 책정하는 이른바 '이중가격' 움직임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배달 플랫폼에서 음식을 주문할 때 배달 중개수수료나 배달비 부담이 갈수록 높아지면서 많은 점주가 별도의 추가 비용을 부과하고 있다.
23일 롯데GRS는 롯데리아 매장과 배달 서비스 가격을 분리하겠다고 밝혔다. 24일부터 배달앱으로 주문하면 매장보다 단품 메뉴는 700~800원, 세트 메뉴는 1300원씩 비싸진다.
롯데리아는 이 같은 이중가격제 시행 이유로 배달앱 주문을 처리할 때 드는 비용 부담을 들었다. 배달 수수료와 중개료, 배달비 등 제반 비용이 배달앱 매출의 평균 30%에 육박한다는 설명이다. 롯데리아는 "(배달 플랫폼의) 무료 배달 서비스 도입으로 향후 가맹점의 비용 부담이 더욱 가중될 것"이라며 "가맹점의 비용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서 차등 가격 정책을 수립했다"고 설명했다.
대신 롯데리아는 자사앱 '롯데잇츠'를 사용하면 각종 추가 혜택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은 일정 부분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롯데잇츠에서 배달팁 없는 무료 배달을 이용하려면 1만4000원의 높은 최소 주문 금액을 맞춰야 한다. 원하는 시간에 수령하는 '픽업 주문' 서비스도 실효성이 높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롯데GRS 관계자는 "가맹본부로서 전국 가맹점협의회와의 상생 회의를 통해 배달 주문 환경 변화에 맞춰 가맹점의 이익을 보장하기 위해 가격 정책 변경을 결정했다"며 "배달 주문 채널별 고지를 통해 고객에게 혼선이 없도록 충분히 안내하겠다"고 말했다.
배달 주문에 추가 비용을 물리는 이중가격제는 외식업계의 '뉴노멀'로 자리를 잡았다. 지난 3월 KFC는 버거 단품 300원, 사이드 메뉴 100원씩 배달 가격을 인상했다. 치킨 한 조각당 가격이 100원씩 올라 8조각짜리 한 세트를 주문하면 800원이 오른 셈이다.
맥도날드도 배달 주문의 경우 세트 메뉴를 최대 1300원 더 받고 있다. 대표 메뉴인 빅맥세트를 시키면 매장에서는 7200원이지만 배달앱에서는 8500원이다. 버거킹도 최대 1400원 높게 받고 있다. 저가 커피 프랜차이즈인 메가MGC커피와 컴포즈커피는 500원씩 높여 받고 있다. 프랜차이즈가 아닌 중소 식당들도 배달로 주문하면 메뉴별로 500~1000원씩 가격을 높여서 받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소비자 혼란과 그로 인한 비판을 감수하면서까지 외식업계가 이중가격제를 택하는 데에는 배달앱 부담이 크게 작용했다. 국내 최대 배달앱인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는 배달 건마다 중개수수료를 9.8%씩 뗀다. 요기요도 9.7%로 비슷하다. 배달을 하지 않고 포장 주문해서 소비자가 직접 음식을 찾으러 갈 때에도 배달의민족은 포장 수수료 3.4%, 요기요는 7.7%를 받는다. 추가로 배달비와 결제 수수료, 부가세 등을 합하면 업주들로서는 음식을 팔아도 남는 이익이 줄이드는 구조다. 배달앱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부담은 개별 식당으로 가중되고 있다. 배달 플랫폼이 소비자에게 배달비를 면제하는 마케팅을 펼치지만 결국 배달앱에서 음식을 파는 업주에게 부담이 전가되기 때문이다.
서울 중구 을지로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이 모씨는 "2만5000원어치 음식을 팔아도 배달과 관련해서 드는 전체 비용만 5000원 이상 나가기 일쑤"라며 "원재료 비용이나 전기·수도요금 등도 많이 오른 마당에 배달 주문의 경우 가격을 높이지 않으면 현실적으로 점포 운영이 어렵다"고 털어놨다.
[박홍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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