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동정담] 서울대의 초대형 강의 실험

이은아 기자(lea@mk.co.kr) 2024. 9. 23.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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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하버드대의 대형 강의실 '샌더스 시어터'.

그동안 보기 힘들었던 초대형 강의가 한국에서도 개설된다.

서울대는 내년 1학기 400~1000명이 수강하는 '초대형 하이브리드' 강의를 시범 도입한다.

초대형 강좌로 선정된 강의는 유성호 의과대학 교수의 '죽음의 과학적 이해', 윤성로 공과대학 교수의 '기계학습 기초 및 전기정보 응용', 박한선 사회과학대학 교수의 '진화와 인간 사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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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하버드대의 대형 강의실 '샌더스 시어터'. 윈스턴 처칠, 시어도어 루스벨트, 마틴 루서 킹 주니어 등 유명 인사들의 하버드대 강연이 이뤄진 곳이다.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그레고리 맨큐 교수의 '경제학 원론'과 마이클 샌델 교수의 '정의'를 비롯해 데이비드 맬런 교수의 '컴퓨터과학 입문(CS50)' 수업이 열리는 곳도 이곳이다. 강의실 수용 인원은 1000명에 달한다.

하버드대 최고 인기 강의로 꼽히는 CS50은 온라인을 통해 전 세계 수백만 명의 수강생에게 제공돼 컴퓨터과학 입문 강좌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스탠퍼드대의 인공지능·머신러닝 입문 강의 역시 전 세계에서 수만 명이 수강할 정도로 인기 강의다.

그동안 보기 힘들었던 초대형 강의가 한국에서도 개설된다. 서울대는 내년 1학기 400~1000명이 수강하는 '초대형 하이브리드' 강의를 시범 도입한다. 그동안 이 학교의 최대 수강 인원은 200명이었다. 초대형 강좌로 선정된 강의는 유성호 의과대학 교수의 '죽음의 과학적 이해', 윤성로 공과대학 교수의 '기계학습 기초 및 전기정보 응용', 박한선 사회과학대학 교수의 '진화와 인간 사회'다. 강의는 대면·비대면 혼합으로 진행된다. 전 세계 청중에게 강의 영상을 공개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초대형 강의는 대학가의 고질병이 된 수강 신청 대란 문제를 해결하고 학생들의 선택권을 보장한다는 장점이 있다. 강의가 외부에 공개되면 강의 질이 높아지고 사회 전체의 지적 능력 향상에도 기여할 수 있다. 세계적 흐름과도 일치한다.

초대형 강의는 단점도 명확하다. 교수와 학생 간 원활한 상호작용이 쉽지 않고 다양한 평가 방식을 적용하는 데도 한계가 있다. 매시간 자리 쟁탈전이 치열하게 벌어질 수도 있다.

하지만 분반 수업과 조별 토론 등 다양한 수단을 통해 단점을 보완하고 강의 수준을 높여간다면 셸리 케이건 예일대 교수의 '죽음'이나 하버드대의 '정의' 같은 대표 강의가 한국에서도 나올 수 있을 것이다.

[이은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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