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K 인수시 품질저하""회장 전횡 막아야"…고려아연·영풍 여론전
고려아연 "영풍 종합부실제련소 악명" 반격…내일 첫 기자회견
(서울=뉴스1) 박종홍 기자 = 고려아연(010130) 주식 공개매수를 통한 경영권 확보에 나선 영풍(000670)·MBK파트너스와 이를 방어하는 고려아연은 23일 장외 공방을 벌이며 주도권 확보에 나섰다. 영풍·MBK는 우군 확보에 나선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의 행보를 공격했고, 초반 여론전에서 우위에 선 고려아연은 추가 우군 확보에 주력했다.
양측의 경영권 분쟁은 지난 12일 장형진 고문을 비롯한 영풍 측이 보유하고 있던 고려아연 주식 '절반+1주'를 MBK에 넘기기로 하고, 13일 영풍과 MBK가 고려아연 지분 최대 14.6%에 대한 공개매수에 나서면서 촉발됐다.
영풍과 MBK는 최윤범 회장이 사모펀드 투자 관련 배임 등의 의혹이 있다며 경영인으로서의 자질을 공격하고 있다. 고려아연은 "중국계 자본을 등에 업은 MBK가 국가 기간산업인 고려아연을 중국에 매각할 수 있다"며 영풍·MBK의 공개매수 시도를 적대적·약탈적 인수합병(M&A)으로 규정했다.
영풍과 MBK는 이날 최 회장 관련 의혹을 재차 강조하는 한편, 우호 지분 확보에 나선 최 회장 행보를 겨냥했다. 최 회장 측이 일본 소프트뱅크나 스미토모 상사, 미국 베인 캐피털 등과 접촉하며 '대항 공개매수'를 준비 중이라는 소식이 잇따르자 실현 가능성이 적다거나 법률 위반 가능성을 거론하며 압박에 나선 것이다.
영풍은 입장문에서 "최윤범 회장은 주주 이익을 앞세우기보다 고려아연을 사적으로 장악하고자 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최 회장의 전횡을 막고 경영 정상화를 위해 스스로 팔을 자르고 살을 내어주는 심정으로 MBK에 1대 주주 지위를 양보했다"고 강조했다.
또한 "MBK에 대해선 중국 자본 운운하면서 해외 매각을 우려하더니 정작 최 회장 자신은 일본 소프트뱅크와 스미토모 상사에 손을 벌리는 모순된 행위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MBK는 "고려아연 지분을 일부 갖고 있는 스미토모 등 협력업체들이 높은 가격으로 지분을 매수하는 것은 가능하다"면서도 "해당 거래는 최 회장 개인의 경영권 방어를 위해 고려아연의 장기적 이익을 희생시킬 가능성이 있는 배임적 성격의 거래가 돼 문제가 불거질 확률이 높다"고 지적했다. 협력업체들이 최 회장에 도움을 준 반대급부로 사업상 거래에서 추가 이윤을 확보하려 할 수 있다는 것이다.
MBK는 소프트뱅크와 베인 캐피털 등에 대해서도 "공개 매수로 높아진 가격에 지분을 인수하면 주가가 회귀했을 때 주식 시장에서 매각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최 회장 측도 소프트뱅크 등의 손실을 보전할 재력은 없으므로 결국 경영권 매각 방식으로 투자비 회수를 꾀할 수밖에 없다"며 최 회장 측을 압박했다.
고려아연 고객사들 "MBK 경영 우려"…영풍 '부실제련소' 공격도
반면 고려아연은 이날 80여개 고객사가 영풍·MBK의 경영권 인수 시도에 우려를 표했다고 밝히며 여론전을 강화했다. 비철금속 업계와 무관한 MBK가 경영권을 인수하면 경영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고, 중국에 되팔 우려가 있다는 우려다.
고려아연은 보도자료를 통해 한국앤컴퍼니와 휴스틸, 한국금거래소 등 고객사가 '품질 유지 요청서'를 보내왔다며 "국가 기간산업 핵심 소재의 해외 기술 유출과 품질 저하가 우려된다는 입장을 냈다"고 밝혔다. "고객사들이 적대적 M&A를 시도하는 MBK가 공개 매수에 성공하면 이차전지나 반도체 분야에서 진행되는 탈 중국 밸류체인 구성에 차질을 빚을 것이라고 우려한다"고도 전했다.
영풍을 겨냥해서도 "영풍 석포제련소는 대표이사 구속, 제련소 조업정지 소송, 공장 가동률 추락, 오너 일가의 무책임 경영 등으로 종합 부실 제련소로 악명을 얻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며 "고려아연의 경영권을 빼앗아 또다시 국가 기간산업의 중요한 한 축을 훼손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MBK와 마찬가지로 영풍 역시 고려아연을 경영할 능력이 없음을 강조한 것이다.
고려아연은 24일 이제중 부회장이 직접 기자회견을 연다. 이번 사태 후 고려아연의 첫 공개 회견이다. 최고기술책임자(CTO)인 이 부회장은 회견에서 고려아연 사업의 특수성과 영풍·MBK 측의 경영 능력 부족을 집중 부각할 것으로 보인다.
고려아연을 향한 장외 지원 사격도 이어졌다. 김두겸 울산시장으로 인해 촉발된 '1인 1주식' 갖기에 김종섭 울산시의회 의장직무대리, 울산예술인총연합회와 울산문화원연합회 등 울산 지역 정계·시민사회가 이날 동참한 것이다. 이들은 울산 지역에서 온산제련소를 운영하는 '향토기업' 고려아연을 지키자는 의지를 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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