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포럼] 원전 르네상스의 적들

김병호 기자(jerome@mk.co.kr) 2024. 9. 23.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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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력이 다시 각광받으며 각국에 '원전 르네상스' 바람이 불고 있지만 걸림돌이 완전히 치워진 것은 아니다.

비서방 국가들의 원전은 기술과 관리 부족에 더해 지진 같은 자연재해, 사이버 공격, 테러범들의 장악 등으로 불안을 증폭시킨다는 것이다.

원전 필요성이 부각된 지금도 혹세무민하는 자들이야말로 원전 르네상스의 적이다.

특히 원전 건설은 몇몇 국가가 주도하는 경향이 커서 이미 세계적인 기술력을 확보한 우리에게는 미래의 '달러 박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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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제로·에너지확보 넘어
미래 먹거리 될 원전인데
괴담 유포·헐값 수주 선동해
脫원전 포기 않는 세력 여전
국가 발전 좀먹는 적일 뿐

원자력이 다시 각광받으며 각국에 '원전 르네상스' 바람이 불고 있지만 걸림돌이 완전히 치워진 것은 아니다. 원자력이 태생적으로 가진 안전 우려에 대한 선동이 대표적이다. 우리는 몇 년 전까지 이를 호되게 경험했고, 지금도 잠복 중인 탈원전 세력은 세계 원자로 어디 하나에 문제가 터지면 반격할 채비를 하고 있다.

'체르노빌 히스토리'의 저자인 세르히 플로히 하버드대 교수는 최근 원전이 우후죽순 생겨 안전 관리가 큰 문제라고 했다. 비서방 국가들의 원전은 기술과 관리 부족에 더해 지진 같은 자연재해, 사이버 공격, 테러범들의 장악 등으로 불안을 증폭시킨다는 것이다. 우크라이나 출신으로 1986년 4월 소련 체르노빌 원전 폭발을 체험한 이의 다소 과잉된 평가일지 모른다. 당시 서방 정부는 원자력에 대한 불신이 커질까 걱정했다. 한편에서는 원전 폐쇄 대가로 선진국들로부터 돈을 뜯어내려는 '환경 협박'도 있었다. 플로히 교수는 이를 '핵을 빙자한 강탈'이라 부른다. 당시 우크라이나인들은 서방이 대체 원전 및 석탄화력발전소를 세워주지 않으면 위험한 체르노빌 원전을 계속 돌리겠다고 맞섰다. 이로 인해 체르노빌 원전 4기가 모두 폐쇄된 것은 2000년 12월이 되어서였다. 위험을 부풀리거나 원전을 이용해 부당한 이익을 보려는 자들 모두 원전 생태계를 망가뜨리는 주범이다.

김명자 전 환경부 장관은 원전 찬반 논란을 이성 대 감성, 효율성·합리성 대 직관·감성의 대결이라고 했다. 친핵 측은 과학적 사실과 통계 수치를 제시하는 반면 반핵 측은 잠재적 위험과 재앙을 부각하며 감성적 구호에 매달린다. 효율과 위험성을 동시에 가진 원자력의 숙명이지만, 그만큼 정치적으로 이용될 소지도 다분한 셈이다. 지난 정권에서 일부 정치인과 환경론자들의 근거 없는 탈원전 선동이 딱 이랬다. 그들은 국가 에너지 대계가 어떻게 되든지 무시하고 당장 활용 가능한 원전 대신 재생에너지에 치중했다. 태양광·풍력 사업가로 변신해 나랏돈을 빼먹은 자들도 수두룩했다. 국내 원전 산업을 망쳐놓고 해외에 나가 K원전을 홍보하는 모순된 전략이 세계 시장에서 통할 리 없었다. 더불어민주당은 현 정부 들어서도 체코 원전을 헐값에 수주했다며 정식 계약 체결 반대를 외치고 있다. 앞서 광우병,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괴담'의 연장선이다.

오스트리아 출신 철학자 칼 포퍼는 '열린 사회와 그 적들'에서 개혁을 통한 진보가 가능한 '열린 사회'의 반대 개념으로 파시즘, 나치즘, 공산주의를 '닫힌 사회'라고 했다. 이들 체제는 잘못을 알고도 반증을 불허하거나 고치지 않는다. 열린 사회와 적들(닫힌 사회)은 과학 대 비과학, 이성 대 비이성으로 구분된다. 원전 필요성이 부각된 지금도 혹세무민하는 자들이야말로 원전 르네상스의 적이다.

커지는 전력 수요와 환경 문제를 감안하면 원자력을 통한 에너지 확보는 거스를 수 없다. 재생에너지는 비용 대비 효율 측면에서 아직은 아니라는 결론을 얻었다. 지난해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에서는 2050년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한 원전의 역할을 공식 인정했다. 22개국이 그때까지 원전을 3배 늘리기로 했다. 세계적으로 1000조원이 넘는 규모다. 특히 원전 건설은 몇몇 국가가 주도하는 경향이 커서 이미 세계적인 기술력을 확보한 우리에게는 미래의 '달러 박스'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의 체코 방문으로 폴란드·루마니아·불가리아 등 동유럽 원전 수출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원전은 에너지안보, 탄소제로, 미래 먹거리 3가지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다. 원전을 뛰어넘는 대안을 아직 찾지 못했는데, 의혹만 부추겨 원전 반대를 외치고 있을 때가 아니다.

[김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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