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의 ‘그림’을 읽어보세요, 문해력이 커집니다

한겨레 2024. 9. 23.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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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 그림책 읽어주는 선생님
아이와 그림책을 읽을 때 무엇이 보이는지, 작가가 왜 그렇게 그리거나 배치했는지에 대해 대화를 나누면 아이의 생각을 키우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클립아트코리아

세상에는 이미지가 가득하고, 우리는 이러한 이미지들을 활용해 소통을 한다. TV 프로그램이나 광고에 사진을 사용하고, 지하철이나 버스를 탈 때도 노선도를 보고 목적지를 찾아간다. 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이모티콘을 활용함으로써 자신의 생각이나 느낌을 표현한다. 이렇듯 요즘은 그 어느 때보다도 이미지를 활용하는 능력이 필요한 시기다. 그래서 교육 현장에서도 다양한 이미지들을 잘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는 ‘시각적 문해력’을 키워야 한다는 주장이 대두되고 있다.

그림책의 그림은 단순히 글을 설명하는 데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글과 상호 작용하면서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 낸다. 그렇기 때문에 시각적 문해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그림책의 ‘그림’을 열심히 들여다보며 작가의 의도를 파악하고, 비판적으로 보기도 하는 경험이 필요하다.

아직 글자를 모르거나 독해 능력이 부족한 어린 아이들도 그림책 속 그림을 읽고 의미를 이해할 수 있기 때문에 아이들과 그림책의 그림에 집중을 해보는 시간을 가져보길 권한다.

우선, 데이비드 위즈너 작가의 그림책들을 활용해 그림 읽기를 재미있게 할 수 있다. ‘이봐요, 까망씨!’ ‘이상한 화요일’ ‘시간 상자’ ‘아기 돼지 세 마리’ 등의 작품들은 그림을 대충 보면 내용 이해가 잘 되지 않는다. 그야말로 그림책을 이리 뜯어보고, 저리 뜯어보며 그림을 이해하려는 적극적인 노력을 해야 한다. 글에서는 찾을 수 없는 정보들이 그림에 가득하기 때문에 그림을 보며 아이와 이야기를 만들어 생각해 보고, 대화를 나누는 ‘그림 읽기’를 집중적으로 하기에 참 좋은 그림책이다.

다음으로는 이수지 작가의 그림책들을 추천한다. ‘파도야 놀자’ ‘그림자 놀이’ ‘동물원’ 역시 적극적인 그림 읽기를 하지 않는다면 의미 파악이 쉽지 않다. 그림책의 그림을 자세히 들여다보며 색과 분위기, 구도와 배치 등 그림이 주는 풍부한 의미를 읽어내야 한다. 그러다보면 어느새 그림책에 푹 빠져 나의 경험과 그림책의 상황을 연결 짓고 그림책과 대화를 나누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또 다른 유명 작가인 앤서니 브라운의 그림책에도 그림 읽을거리가 많이 등장한다. 기본적인 스토리를 나타낸 그림 외에도 새로운 의미를 발견할 수 있는 그림들이 많은데, 특히 ‘마술연필을 가진 꼬마곰의 모험’과 ‘숲 속으로’라는 그림책에 아기 돼지 삼형제, 장화 신은 고양이, 골디락스, 잭과 콩나무 등 여러 이야기의 단서가 숨겨져 있다. 우리에게 익히 잘 알려진 텍스트 속의 등장인물이나 물건들을 그림에서 찾아보며 숨겨진 이야기를 만나보는 것도 색다른 즐거움을 만날 수 있는 방법이 된다.

그림책의 그림은 단순히 글을 설명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글과 상호 작용하며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 낸다. 민경효 제공

마지막으로, 그림책 작가들이 새로운 책에 전작의 등장인물들을 숨겨놓는 경우가 많아, 그런 부분들에 재미를 느껴보는 것도 추천한다. 에런 레이놀즈 글, 피터 브라운 그림의 ‘오싹오싹 크레용!’에도 전작인 ‘오싹오싹 당근!’과 ‘오싹오싹 팬티!’의 그림이 그려져 있다.

서현 작가의 ‘호랭떡집’에도 전작의 캐릭터들이 다채롭게 등장한다. 둘째 아이와 이런 그림책을 읽다 보면, “여기 ‘간질간질’에 나온 사람 있어!” “‘눈물바다’도 있어, 엄마.” 하면서 작은 손가락으로 계속 그림을 가리키며 즐거워하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이렇게 숨어 있는 등장인물들을 아이와 함께 찾으며 행복한 ‘그림책 그림 읽기’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아이와 그림책을 읽을 때 무엇이 보이는지, 작가가 왜 그렇게 그리거나 배치했는지에 대해 대화를 나누면 아이의 생각을 촉진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그리고 아이들이 미처 발견하지 못한 그림의 크기 변화나 등장인물의 표정이나 행동, 그림의 기법과 색 등을 질문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좋다.

글만으로는 이해가 되지 않는 그림책의 그림을 깊이 있게 생각하며 읽고, 기본적인 줄거리를 나타내는 그림 외에 작고 세밀한 그림들까지 눈여겨보는 것도 필요하다. 이렇게 그림 읽기를 재미있게 할 수 있는 그림책을 읽으며 부모와 대화를 나누다 보면,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그림에 집중하며 시각적 문해력을 키울 수 있을 것이다.

글·사진 민경효 솔밭초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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