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 속 우영우가 다닐 학교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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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가정에 발달장애인 자녀가 태어나면서 겪는 10년간의 여정을 담은 영화 '그녀에게'(감독 이상철, 주연 김재화)가 개봉하면서, 영화의 실존 모델인 나도 각종 GV(관객과의 대화) 일정을 소화하는 등 덩달아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영화 '그녀에게'의 시대적 배경이 된 8년 전에 비해, 우리 애 학교에 다니게 해달라며 엄마들이 무릎 꿇었던 7년 전에 비해, 그동안 우리 사회 장애인식은 많이 성장하고 발전했나요? 우영우와 별이를 사랑하는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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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가정에 발달장애인 자녀가 태어나면서 겪는 10년간의 여정을 담은 영화 ‘그녀에게’(감독 이상철, 주연 김재화)가 개봉하면서, 영화의 실존 모델인 나도 각종 GV(관객과의 대화) 일정을 소화하는 등 덩달아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며칠 전 한 GV에서 영화를 본 관객이 물었다. 과거 특수학교인 서진학교를 지을 땐 엄마들이 무릎 꿇고 그랬는데 그래도 요즘은 장애인식이 많이 좋아진 것 같다며, 내가 느끼기엔 어떠냐는 질문이었다.
1∼2초 동안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영화의 시대적 배경은 8년 전이다. 서진학교 건립을 위해 엄마들이 무릎을 꿇은 건 7년 전 일이다. 그동안 우리 사회 장애인식은 얼마만큼 성장하고 발전했을까.
분명 사회 곳곳에서 감지되는 어떤 변화는 있었다. 천재 자폐인 우영우 변호사는 전 국민의 사랑을 받는 드라마 캐릭터가 되었으며, 딩동댕 유치원에서도 자폐성 장애인인 별이라는 캐릭터가 등장했다. 사람들은 우영우와 별이에 환호했다. 그렇다면 현실의 발달장애인은 어떨까. 우리 사회는 현실의 발달장애인도 우영우처럼, 별이처럼 사랑하며 아끼고 있을까.
서울 중랑구에 들어서기로 한 특수학교인 동진학교 건립이 또다시 벽에 부딪혔다. 이미 특수학교가 들어서기로 한 부지를 놓고 주민들이 공청회 등을 요구하며 사실상 반대하고 있는 것이다. 동진학교 건립은 무려 12년 전인 2012년에 처음 발표된 사안이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2017년에 개교했어야 한다.
하지만 학교 부지가 들어서기로 한 곳마다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혔다고 한다. 여러 곳을 돌아다니다 2020년 중랑구 신내동 700번지 일대로 심의가 최종 통과됐는데 주민들이 조건을 내걸고 공청회를 요구하는 등 서진학교 때와 비슷한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고 한다.
“어떤 중랑구를 자녀들에게 물려주겠느냐” “재정자립도가 낮은 중랑구가 왜 이런 시설을 짓느냐” 구 이름만 바뀌었을 뿐 외치는 구호마저 7년 전과 똑같다는 사실에 허무한 감정이 올라온다.
주택가에 학교가 들어설 때, 학교가 들어서는 조건으로 시나 구가 주민들에게 무언가를 해줘야 했던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오히려 동네에 학교가 없으면 학교를 지어달라는 민원을 들어야 했던 게 내가 알고 있던 현실이었다.
그런데 특수학교는 왜 지역사회에 무언가를 갖다 바쳐야만 ‘허락’을 간신히 받을 수 있는 것일까. 나는 이 부분도 의아하다. 우영우가 다녔고 별이가 다니게 될, 단지 학교인데 말이다. 100명 남짓한 학생들이 다닐 학교 하나, 그 학교 하나를 짓는 게 이렇게나 어려울 일이어야 할까.
‘과거에 비해 장애인식이 많이 좋아졌냐’고 얼마 전 GV에 참석한 관객이 내게 한 질문은 실은 내가 묻고 싶은 말이다. 영화 ‘그녀에게’의 시대적 배경이 된 8년 전에 비해, 우리 애 학교에 다니게 해달라며 엄마들이 무릎 꿇었던 7년 전에 비해, 그동안 우리 사회 장애인식은 많이 성장하고 발전했나요? 우영우와 별이를 사랑하는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류승연 ‘사양합니다, 동네 바보 형이라는 말’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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