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특조위’ 첫걸음 뗐지만···진상규명 위해 풀어야 할 숙제 ‘산적’

배시은 기자 2024. 9. 23.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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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기춘 10·29이태원참사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특별조사위원장이 23일 서울 중구 특별조사위원회 대회의실에서 개최된 제1차 전원위원회에서 황정근 위원의 발언을 듣고 있다. 조태형기자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과 재발방지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가 23일 첫 회의를 열며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참사 발생 22개월, ‘10·29 이태원 참사 피해자 권리보장과 진상규명 및 재발 방지를 위한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한 지 4개월 만이다. 구성과 발족에 시간이 오래 걸린 만큼 특조위가 순항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특조위의 성패는 한정된 권한, 시행령 제정과 예산 편성, 여야 갈등과 정부의 의지 여부 등에 달려 있다.

한정된 권한, 전문성

특조위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려면 조사 권한이 충분해야 한다. 하지만 여야는 지난 5월 특별법 처리에 합의하면서 초안에 포함됐던 특조위의 ‘불송치·수사 중지 사건에 대한 자료제출 요구권’과 ‘압수수색 영장 청구 의뢰권’을 제외했다. 이 때문에 특조위의 수사 권한이 너무 축소됐다는 비판이 잇따랐다. 앞서 세월호 특조위와 사회적참사조사위원회(사참위)에는 압수수색 영장 청구 의뢰권이 부여됐다.

특조위가 얼마나 역량 있는 조사관들을 얼마나 확보할 수 있을지도 관건이지만 특조위 활동기간이 1년에 불과해 전문성 있는 인력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사참위에서 비상임위원을 맡았던 황필규 변호사는 “특조위는 조사 능력이 검찰·경찰 등 수사기관의 수준에 이르기 어렵고, 정보 접근성도 정부보다 떨어지는 한계가 근본적으로 있다”며 “짧은 1년 동안 고용의 불안정성을 감수하면서 탁월한 조사관들이 얼마나 몸 담을지도 문제”라고 말했다.

시행령과 예산 뒤따라야
송기춘 10·29이태원참사 진상규명과 재발장지를 위한 특별조사위원장과 위원들이 23일 제1차 전원위원회를 마친 뒤 서울 중구 이태원 참사 임시 기억·소통공간 별들의 집을 방문해 추모 글귀를 남기고 있다. 조태형기자

특조위는 출범했지만 실제로 운영되기 위한 기반이 되는 시행령 제정과 예산 배정 과정이 남아 있다. 송기춘 위원장은 이날 첫 회의에서 “특조위 활동이 신속하고 정확하게 이뤄지기 위해서는 정부와 국회의 적극적이고 실질적인 협조와 지원이 필요하다”며 “이른 시간 안에 시행령이 마련되어야 하며, 참사의 진상규명과 정책대안의 수립을 위한 인력 및 예산이 확보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특조위 첫 회의에서 의결된 ‘특조위 사무처 설립준비단’은 3개월 내에 시행령 초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앞서 사참위는 활동 중 시행령 개정을 두고 환경부와 이견을 보이면서 일부 조사 업무가 차질을 빚었고, 구성원 임금을 제때 지급하지 못하는 일을 겪기도 했다. 시행령 마련 과정에서 정부와 갈등이 벌어지면 특조위 업무가 직접 타격을 받을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이미현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 공동실장은 “시행령안이 어떤 방향으로 나올지가 중요하다”며 “시행령의 소관부서가 행정안전부라서 특조위 구성이나 예산을 어떻게 구성할 것인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야 갈등과 정부의 의지도 중요

특조위가 정쟁을 차단하면서 국회·정부의 적극적인 협조를 끌어내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이태원 특별법은 제정 단계부터 여야 갈등으로 진통을 겪었다. 법이 통과됐지만 여야는 상당 기간 자기 몫의 위원 추천을 미루기도 했다. 국회가 지난 7월 특조위원을 ‘늑장 추천’한 뒤로도 정부가 차일피일 미루는 바람에 지난 13일 가까스로 임명됐다.

이민 비상임위원은 이날 “재난으로부터 정치적 이득을 얻으려는 세력이 있는 것은 엄연한 현실”이라며 “재난을 정치화하려는 시도를 극히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이태원 참사TF 단장을 맡았던 윤복남 변호사도 특조위원과 면담에서 “위원님들의 추천 경로는 여도 야도 다양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하지만 철저한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 체계 마련은 위원들 모두에게 전 국민이 부여하고 있다는 것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황 변호사는 “특조위 출범 전 임명을 늦춘 정부의 태도 등은 의도와 무관하게 특조위의 동력에 힘을 뺐던 것 같다”며 “지금이라도 정부가 늑장 임명에 공식적으로 사과하고 진실규명에 의지를 보이며 힘을 실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이태원 특조위’ 활동 시작···송기춘 위원장 “지연된만큼 책무 다할 것”
     https://www.khan.co.kr/national/national-general/article/202409231426001

배시은 기자 sieunb@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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