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부풀리려 ‘보험 갈아타기’ 유도 보험설계사 무더기 적발

게티이미지뱅크

새로운 보험계약을 따내기 위해 기존 계약 파기를 유도한 보험설계사들이 대거 적발됐다. 설계사 스카우트 경쟁이 과열되면서 법인보험대리점(GA)들이 실적을 조건으로 고액의 정착지원금을 내걸고 있어 불완전 판매 등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23일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초부터 올해 8월까지 5개 대형 법인보험대리점을 대상으로 검사를 실시한 결과, 모두 351명의 설계사가 2687건의 새로운 보험계약을 모집하면서 기존 계약과의 비교 설명 등을 소홀히 한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문제가 된 법인보험대리점에는 과태료와 기관제재, 설계사에는 과태료, 업무정지 등의 처분을 할 예정이다.

보험업법은 신계약을 따기 위해 보장 내용이 비슷한 기존 계약의 파기를 유도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가입자의 서명 없이 기존 계약이 깨지고 한 달 이내에 새로운 보험계약을 맺게 유도하거나, 기존 계약이 소멸되고 6개월 이내에 새 계약을 유도하면서 기존 보험과 새 보험의 차이 등 중요한 사항을 제대로 알리지 않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금감원 검사 결과, 한 보험설계사는 월 보험료가 36만원인 기존 보험 해약 후 나흘 만에 월 보험료가 140만원으로 네 배 가까이 껑충 뛰는 새로운 보험의 청약을 유도하기도 했다. 또 다른 사례에서는 설계사 한 사람이 39건의 신계약을 모집하면서 41건의 기존계약을 부당하게 소멸시키기도 했다.

이같은 ‘보험 갈아타기’(부당승환) 계약은 금융당국이 꾸준히 지적해 온 법인보험대리점의 4대 위법행위 중 하나다. 다만 최근 들어 설계사들이 갈아타기 계약을 유도하는 배경에는 법인보험대리점들이 지급하는 고액의 정착지원금이 있다는 것이 금감원의 설명이다. 법인보험대리점들은 다른 대리점 소속 설계사를 스카우트하기 위해 정착지원금을 내걸고 있는데, 실적을 조건으로 주는 경우가 많아 실적 부풀리기를 위해 갈아타기 계약이 활용된다는 것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2022∼2023년에 39개 대형 법인보험대리점은 경력설계사 1만4901명에게 1인당 1738만원의 정착지원금을 지급했다. 이 가운데는 본사의 통제 없이 정착지원금을 주거나, 정착지원금의 지급대상 선정 기준이 없는 곳도 있었다. 상한액을 설정해두지 않은 곳도 과반(22개사)이나 됐다. 금감원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단기납 종신보험 경쟁이 치열해지고 법인보험대리점에서 정착지원금을 고액으로 내걸면서 설계사 스카우트 과열 문제가 있어, 지속적으로 검사해 온 갈아타기 계약 문제와 함께 들여다본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감원은 설계사 스카우트와 관련한 상시감시와 검사를 지속적으로 강화하는 한편, 법인보험대리점의 정착지원금 관련 내부통제 강화를 유도할 계획이다.

조해영 기자 hych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