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증하랬더니···“내정 축하” 칭찬만 늘어놓은 인사청문회[현장에서]

고귀한 기자 2024. 9. 23.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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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남 광주도시공사 사장 후보자 앉혀놓고
시의원들 “답변 잘하고 계신다” “용기 찬사”
이미 청문보고서 채택 결정한 듯 화기애애
시민단체 “낙하산·정실 인사” 비판과 딴판
광주광역시의회 인터넷방송 갈무리.

“내정된 것을 축하드린다.”

광주광역시 최대 공기업인 광주도시공사 사장 후보자인 김승남 전 국회의원에 대한 시의회의 인사청문특별위원회가 형식에 그쳤다.

시의원들은 ‘전문성 부족’ 등이 지적된 김 후보자에 대한 검증보다는그를 응원하는 발언을 잇따라 내놓으면서다.

광주시의회는 23일 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특위를 열고 광주도시공사의 현안과 대안 등에 질의를 했다. 청문회는 날카로운 질문 대신 시종일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광주 지역 시민단체들이 국회·정당 활동에 주력해온 김 후보자의 이력을 문제 삼아 ‘낙하산·정실 인사’라고 비판하며 철회를 요구하고 있는 것과는 딴판이었다.

김 후보자는 강기정 광주시장과 고향이 같다. 또 전남대학교 운동권 선후배 관계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김 후보자가 연간 8000억원에 이르는 예산으로 산단과 택지 개발, 공공주택 건설·임대, 체육 공공시설 관리 등의 사업을 하는 광주도시공사를 이끌 전문성이 있는지 논란이 됐다.

그는 전남 지역에서 19대와 21대 국회의원을 지냈으며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서 활동했다. 의원 신분이 아닐 때도 정당 활동을 해왔다. 지역 시민단체는 김 후보자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내며 의회 인사청문회에서 능력과 자질 등의 검증이 이뤄지길 기대했다.

하지만 시의회 인사청문위원들은 광주도시공사의 현안과 비전을 묻는 데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했다. 위원들은 핵심 쟁점인 전문성 문제에 대해서도 시민단체 발언이나 언론 보도를 인용해 질문하는 데 그쳤다. “강 시장과 임기를 함께 마칠 것인지” “향후 정치에 다시 도전할 것이지” 등을 묻는 질문도 등장했다. 그는 “재선도 있고 시장 임기가 언제까지인지 모르니 그때 가서 결정하겠다”고 두루뭉술한 답을 내놨다.

검증이 아닌 후보자를 감싸주는 듯한 발언도 잇따랐다. 위원 대부분은 질문 중간중간 “국회의원을 두 번이나 한 것은 보통 일이 아니다” “답변을 잘하고 계신다” “용기에 찬사를 보낸다” “내정된 것을 축하드린다” 등 이미 청문보고서 채택을 결정한 듯한 발언을 했다.

광주시의회는 오는 29일 김 후보자에 대한 청문경과보고서 채택 여부를 최종적으로 결정한다.

시민단체는 시의회가 스스로 시민들의 신뢰를 저버렸다고 지적한다. 기우식 광주시민단체협의회 사무처장은 “인사청문회를 보는 내내 질문이 답답하고 심각한 수준이라 놀랐다”며 “의원들이 민의를 대변할 자질도 없고, 시를 견제하고 감시하는 기능 자체를 아예 상실한 것 같다”고 말했다.

고귀한 기자 g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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