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항공개매수’ 앞두고 신경전 벌이는 MBK·최윤범 회장… 개미만 피해 볼 수도
이 기사는 2024년 9월 23일 16시 29분 조선비즈 머니무브(MM) 사이트에 표출됐습니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이 24일 기자회견을 연다. MBK·영풍의 공개매수 상향 조정 기한이 얼마 남지 않은 만큼, 대항 공개매수 등 구체적인 대응 방안을 언급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MBK파트너스도 이를 의식한 듯 연일 견제구를 날리며 신경전을 이어가고 있다.
개인 투자자들이 최 회장 측 대응책을 기다리며 고려아연 주가를 대폭 끌어올리고 있는 가운데, 업계에서는 자칫하면 향후 주가 반락으로 인한 피해를 개인이 고스란히 보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23일 투자은행(IB) 업계 및 재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본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기로 했다. MBK와 영풍의 ‘적대적 M&A’ 시도를 규탄하는 한편, 현 경영진이 고려아연을 계속 이끌어나가야 한다는 당위성을 역설할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대항 공개매수 계획이 언급될지 주시하는 분위기다. 업계에서는 최 회장이 이미 전략적투자자(SI)나 재무적투자자(FI)를 백기사로 확보했으며 공개매수를 전격 준비 중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MBK와 영풍이 공개매수에 2조원을 투입하는 만큼, 최 회장 측 대항 공개매수에도 최소한 그 정도 자금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된다.
최 회장 측 대항 공개매수를 둘러싼 신경전은 이미 시작됐다. MBK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그동안 최 회장 백기사로 언급돼 온 SI와 FI들을 겨냥해 “출구전략이 없다”고 주장하는 한편, “SI들에게 높은 마진을 보장해 주고 추가 이윤을 확보해 줘야 할 텐데 이 경우 최 회장은 개인의 경영권 방어를 위해 고려아연의 장기적 이익을 희생시키는 배임적 성격의 거래를 하게 될 위험이 있다”고 강조했다.
MBK는 전날에도 “최씨 일가가 주담대를 총동원해도 대항 공개매수 자금 2조원은 마련할 수 없다”고 주장한 바 있다. 고려아연의 급등 전 주가에 통상적 수준의 담보비율(LTV) 40%를 적용한다면, 최씨 일가의 지분 15.6%로 최대 5000억원을 대출받을 수 있다는 게 MBK 측 설명이다. MBK는 또 “증권사들이 여기에 특혜를 주면 자본시장법 제35조 위반 소지가 있으며, 감독당국에서 규제 위반 여부에 대해 주도면밀하게 모니터링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까지 덧붙였다. 금융감독원을 언급함으로써 사실상 증권사들을 향해 “최 회장에게 특혜를 주지 말라”며 공개적으로 경고한 것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최 회장 측이 백기사를 모은 것처럼 시장에 기대감을 주면서 고려아연 주가를 끌어올려 MBK의 공개매수가 실패하게 만드는 데 그칠 수 있다는 추측이 나온 바 있다. 한화나 LG화학, 현대차 등 이미 고려아연 지분을 보유 중인 대기업들이 나서서 공개매수를 돕는 건 배임 리스크가 있으며, 그렇다고 외국 자본을 끌어오자니 MBK를 해외 자본이라고 주장했던 게 자가당착이 될 수 있어서다. 최 회장 측이 공개매수’설’만 흘려도 주가가 MBK파트너스의 공개매수 가격보다 높게 형성된다면, 어쨌든 일차적으로 MBK파트너스의 공개매수는 실패로 돌아갈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최 회장 측이 실제로 대항 공개매수를 시작한다면, 주가는 지금보다 더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최 회장 측 대항 공개매수 자금 마련 가능성이 미지수인 지금도 갖가지 설과 추측이 나오며 주가가 고공행진하고 있는 만큼, 대항 공개매수가 공식화하면 주가의 추가 상승은 불가피할 것이라는 게 자본시장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눈여겨볼 부분은 공개매수 발표 이후 고려아연 주가를 지금 수준까지 끌어올린 것이 개인 간 손바뀜이었다는 점이다. 기관 투자자들의 참여는 아직 저조한 수준이다. MBK와 영풍은 지난 12일 장 종료 후 공개매수 계획을 발표했는데,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다음 날인 13일부터 이날(23일)까지 고려아연 주식 매매가 개인 투자자 중심으로 이뤄졌다. 이 기간 개인은 고려아연을 118만주 사고 139만주 팔았다. 반면 국내 기관은 73만주 사고 48만주 파는 데 그쳤으며, 외국계 기관은 53만주를 매수하고 55만주를 매도했다.
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사실 MBK 입장에선 실패해도 금전적으로 손해 볼 게 없는 싸움”이라고 말했다. 물론 지난해 한국앤컴퍼니(한국타이어) 공개매수 무산에 이어 두 번 연속 실패한다면 불명예가 될 수 있지만, 사실 MBK는 공개매수가 실패하면 영풍 주식에 대한 콜옵션을 포기해버리면 그만인 상황이다.
지난해 SM엔터테인먼트 경영권 분쟁 당시엔 이수만 창업자가 하이브에 주식을 고가에 팔 수 있는 풋옵션을 들고 있었기 때문에 하이브에 선택권이 없었다. 때문에 이 창업자만 1000억원을 추가로 벌고 하이브는 저가에 물리는 결과가 빚어졌지만, 그와 달리 이번 MBK와 영풍 간 관계에서 주도권을 쥔 쪽은 MBK다.
MBK파트너스는 공개매수에도 안전장치를 만들어놨다. 최소 목표 물량(7%)을 확보하지 못하면 청약 주식을 사지 않겠다고 일찌감치 공언했다. 한국타이어 공개매수 때와 마찬가지다. 지분 7% 이상을 확보한다면 고려아연 경영권을 쥐는 게 거의 확실해지지만, 그러지 못할 바에야 1주도 사지 않겠다는 뜻이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지금 고려아연 주가를 끌어올리고 있는 개인 투자자들만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SM엔터테인먼트 주가도 공개매수 당시 6만~7만원대에서 16만원대까지 치솟았으나 1년도 안 돼 제자리로 돌아간 바 있다. 한국앤컴퍼니 역시 1만원대에 머물렀던 주가가 공개매수 당시 2만3000원대까지 올랐지만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아 1만5000원대로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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