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관 만난 고려아연… 대항매수 만지작
한화·현대차 등 백기사 후보군
MBK·영풍, 법적대응 가능성도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을 만나는 등 주요 기업·투자자들이 백기사로 등장할 수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영풍과 MBK파트너스(이하 MBK)가 시장질서 교란 등의 '법적 논란' 가능성을 주장했다. 재계에서는 고려아연의 방어책이 영풍·MBK의 예상 범위를 벗어나면서 '좌불안석'에 빠진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정치권, 소액주주, 고려아연 노조와 사외이사들이 고려아연에 힘을 실어준 가운데, 한국앤컴퍼니 등 80여개 협력사들도 적대적 인수합병(M&A)에 따른 품질 저하를 우려하고 있어 영풍·MBK이 입지가 크게 위축된 모습이다.
◇고려아연, 한화 등 백기사 확보 가능성 높아져
23일 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그랑서울 본사에서 이제중 최고기술책임자(CTO) 부회장 주재로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이 부회장이 핵심기술인력에 대한 설명과 함께, 대항공개매수 실행 여부와 우호세력(백기사) 확보 등에 대한 질의가 오갈 것으로 예상된다.
재계에 따르면 김동관 부회장은 추석 연휴 직후 고려아연 사옥을 찾아 최윤범 회장을 만난 것으로 전해졌다. 김 부회장이 직접 고려아연 사옥을 찾은 만큼, 이번 공개매수에서 힘을 실어주겠다는 의지가 내포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앞서 한화는 지난 2022년 고려아연과 전략적 파트너십 강화를 위해 자사주 7.3%와 고려아연의 자사주 1.2%를 맞교환했다. 현재 한화그룹은 주요 계열사를 통해 고려아연 지분 7.76%를 보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화가 백기사로 등장할 경우 다른 기업들도 비슷한 행보를 보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지분 5%를 보유한 현대차그룹(HMG홀딩스), 1.9%를 가진 LG화학, 0.75%를 보유한 한국타이어 등이 대표적인 후보군이다. 재계에서는 이들 기업들도 긍정적인 시그널은 보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시장에서는 일본 소프트뱅크와 스미모토, 베인앤캐피탈, 한국투자증권 등도 백기사 참여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영풍·MBK "한화 5%룰 어길 수도"
영풍·MBK는 문제 제기에 나섰다. 최 회장이 주요 기업·투자자들과 접족하는 것이 이례적이라며 5%룰 공시 위반 등 법적 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MBK는 이날 자료를 내고 "대항공개매수와 같은 대규모 투자를 위한 협의는 비밀유지가 만남의 전제인 것이 불문율"이라며 "회동을 가졌다고 보도된 상대방들에게도 엄청난 부담이다. 대항공개매수 지원군으로 보도돼 주식 시세에 영향을 주는 소재로 사용되고 있다"고 문제 삼았다.
이어 "대항공개매수가 진행되지 않는다면 최 회장뿐 아니라 상대방도 부정거래행위, 시장질서 교란행위 등 법적 논란에 연루될 수 있다"며 "한화의 경우 기보유 주식에 관해 이번 회동의 구두협의 내용에 따라서는 의결권 공동행위자로 인식돼 5%룰 공시 위반 여부도 검토될 부담을 지게 된다"고 말했다.
재계에서는 영풍·MBK가 강한 대응에 나선 것을 놓고, 다수 기업들의 백기사 등장이 예상 범위를 벗어난 데 따른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고려아연이 대항공개매수에 나설 경우 영풍·MBK가 제시한 매수가보다 높게 설정해야 하는데, 백기사 등장으로 현실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주가도 더 뜨는 형국이다.
◇협력사도 '고려아연 손'…압박 커진 영풍·MBK
이날 고려아연 주가는 소강상태를 보이기는 했지만, 공개매수 발표 전날인 12일 대비 전일 종가는 32% 오른 73만5000원으로 매수가(66만원)을 11.4% 상회했다. 이 기준에 맞춰 매수가를 10%가량 높일 경우 영풍·MBK는 1000억~2000억원을 더 투입해야 해 차입 부담이 커지고, 추후 엑시트 과정에서도 손익 리스크가 확대될 수 있다.
앞서 김광일 MBK 부회장은 지난 19일 기자간담회에서 "한화, 현대차, LG는 고려아연의 우호 세력이지, 최 회장의 우호 지분이라 생각하지 않는다"며 "이들은 전략적 파트너인 만큼 (공개매수 성공 후)협업을 더욱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선을 그은 바 있다.
MBK는 이날 자료에서 "일단 영풍·MBK의 공개매수 가격을 상회하는 수준으로 주가를 관리해 공개매수의 흥행을 막은 후에 후일을 도모하겠다는 복안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고 전했다.
현재 정치권, 소액주주, 고려아연 사외이사와 노조 등 대부분은 고려아연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고려아연의 사업 경쟁력 약화', '기술 유출' 등에 대한 우려가 공통 배경이다. 한국앤컴퍼니를 비롯해 휴스틸, 한국금거래소 등 고려아연 고객사 80여곳도 최고 수준의 제품 품질 연속성이 저해될 가능성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는 '고려아연 품질 유지 요청서'를 발표했다.
고려아연은 이날 자료를 통해 "적대적 M&A를 시도하는 MBK가 공개매수에 성공할 경우 이차전지나 반도체 분야에서 진행되고 있는 탈중국 밸류체인 구성에 차질을 빚을 것으로 고객사들이 우려하고 있다"며 "신성장동력인 '트로이카 드라이브'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이 커, 국내 이차전지와 반도체 산업 역시 크게 위축될 수 있다"고 밝혔다.
장우진기자 jwj17@dt.co.kr
Copyright © 디지털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고속도로 갓길에 멈춰선 화물차 무슨 일?…반려견 배변시키고 `줄행랑`
- 동거녀 때려 살해한 50대…베란다에 시멘트 부어 암매장했다
- "돈벼락 맞게 하자"…의사들, 구속된 `주홍글씨` 작성자 돕기 모금행렬
- "워터밤 가서 써야겠다, 불도 끄겠네"…과즙 터진 영상에 난리났다
- `삐끼삐끼` 노래나오자 확 돌변한 금발 미녀들, 누구야?…남심 폭발했다
- 韓 "여야의정 제안 뒤집고 가상자산 뜬금 과세… 민주당 관성적 반대냐"
- [트럼프 2기 시동] 트럼프, 김정은과 협상할까… "트럼프 일방적 양보 안 할 것"
- 내년 세계성장률 3.2→3.0%… `트럼피즘` 美 0.4%p 상승
- `범현대 3세` 정기선 수석부회장, HD현대 방향성 주도한다
- "AI전환과 글로벌경쟁 가속… 힘 합쳐 도약 이뤄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