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방진 것들" "착각 오지시네요"… 의사들 수장의 특권의식?
사직 전공의가 구속되고 간호법안이 공포되는 등 잇따른 이슈로 의사들의 심기가 불편해진 가운데, 의사집단의 두 수장의 발언이 도마 위에 올랐다. '잘못에 대해선 선을 지켜야 한다'는 지적과 함께 '의사들이 선민의식 젖어있다'는 일부 민심에 불을 지피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의사들 사이에서 나왔다.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지난 20일 구속된 사직 전공의 정 씨는 지난 7월 의료계 온라인 커뮤니티 '메디스태프'와 텔레그램 등에서 의료 현장에 남거나 복귀한 전공의·의대생을 비꼬는, 이른바 '감사한 의사' 명단을 만들어 여러 차례 게시한 혐의를 받는다. 해당 게시물에는 피해자들의 실명·소속 병원·소속 학교 등이 자세하게 적혔는데, 경찰은 정모 씨에 대한 구속영장 신청 과정에서 "명단에 오른 피해자 일부가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며 극단적 선택을 할 위험이 있다"는 우려를 강하게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은 21일 의료계 집단행동에 동참하지 않은 의사·의대생의 신상 정보가 담긴 블랙리스트를 유포한 혐의로 구속된 사직 전공의 정모 씨를 만난 후 "리스트에 올라 심적 고통을 받은 전공의, 리스트를 작성한 전공의 모두 정부가 만든 피해자"라고 주장했다. 정모 씨에 대해서도 '같은 피해자'로 지칭한 것이다.
가해자를 피해자로 둔갑시키려는 뉘앙스를 담은 해당 발언을 두고 의사들 내부에선 임 회장의 막말 논란이 또 시작된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A씨는 23일 기자에게 "구속된 정모씨는 사이버불링(사이버상의 집단 따돌림을 뜻하는 신조어)의 가해자"라며 "사이버불링은 의사가 아닌 일반인이라 하더라도 해서는 안 될 일"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B씨는 "임현택 회장의 가해자에 대한 '피해자 코스프레' 발언은 자칫 의료정상화를 위해 고군분투해온 의사집단에 대한 대국민 이미지를 실추시킬 수 있는 위험한 내용이었다"고 비판했다.
지난 20일엔 박용언 대한의사협회 부회장이 SNS에서 대한간호협회(간호협회)를 겨냥해 "그만 나대세요. 그럴 거면 의대를 가셨어야죠"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이날 의사의 업무를 대신하는 간호사, 이른바 PA(진료지원) 간호사의 의료행위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한 '간호법안'이 공포됐는데, 박 부회장이 이에 대해 쓴소리를 낸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SNS에 '간호협회, 간호법 제정안 공포 환영'이라는 제목의 간호협회 보도자료를 캡처해 공유한 후 "장기 말 주제에 플레이어인 줄 착각 오지시네요. 주어 목적어 생략합니다. 건방진 것들"이라면서 이같이 밝혔다. 간호법 공포에 환영하는 간호사들을 향해 '건방진 것들', '장기 말'이라고 빗댄 것이다.
박 부회장은 해당 글에 대해 간호협회는 별다른 입장을 내진 않았다. 간호협회 관계자는 23일 기자에게 "공식적으로 대응할 만한 가치도 없는 글"이라며 대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이 관계자는 "간호사에 대한 의협 집행부의 생각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이라며 "정신 차리라는 글과 욕이 댓글로 많이 올라왔는데 읽어보길 바란다"고 일침을 가했다. 실제로 해당 게시글의 댓글엔 그가 충남 천안의 D대 출신임을 언급하며 "아저씨 하나도 안 대단해요. SKY대 출신 의사도 현직에서 열심히 일하는데 왜 나대세요", "사람 위에 사람 없고, 사람 밑에 사람 없어요", "90년대 D대 의대 천안 캠퍼스는 서울대 간호과보다 성적이 낮다"며 그를 공격하는 내용이 연달아 올라왔다. 23일 현재 박 부회장은 해당 게시글을 내린 상태다.
의협 두 수장의 잇따른 막말 파문 이후 이들이 현 의료사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자가 진단도 나왔다. 23일 노환규 전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은 자신의 SNS에서 "사직 전공의들의 분노가 극에 달하고 있다. 정부뿐 아니라 의협 지도부를 향해…"라고 언급하며 의협 집행부를 직격했다. 또 다른 게시글에선 "대한의사협회를 전공의들에게 넘겼으면 좋겠다"며 "대한민국에서 의협의 존재는 의료 전문가를 대표하는 존재가 아니라, 정부나 국회가 주도하는 악법에 저항하는 단체가 된 지 오래"라고 말했다.
정심교 기자 simky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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