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사회과학원 지도부 대거 물갈이…공산당에 ‘망언’이 이유?

박은하 기자 2024. 9. 23.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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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장, 후임 인사에 “정치적 기준 주요 평가”
홍콩 언론 ‘10년 만의 정치적 지진’ 비유
중국사회과학원에서 지난20일 신임 교수 임명식이 열렸다./중국사화과학원 공개

중국 인문·사회계 최고 학술연구기관인 중국사회과학원 지도부가 급작스럽게 대거 교체돼 ‘정치적 숙청’이라는 뒷말이 나오고 있다. 특히 경제·보건 분야를 담당하던 고위 연구원이 당 중앙에 쓴소리를 했다가 숙청됐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중국사회과학원은 지난 20일 9명의 학자들을 신임 교수로 임명했다고 홈페이지에서 밝혔다. 연구원에 따르면 이는 지난 8월 연구원 산하 경제연구소의 주헝펑 부소장과 황췬후이 소장, 왕리민 당 서기 등의 교체로 공석이 된 자리를 채우기 위한 후속 조치이다.

국책 연구기관 고위직 3명이 한꺼번에 교체되는 일은 이례적이다. 홍콩 성도일보는 이번 사회과학원 지도부의 대규모 물갈이를 두고 ‘정치적 지진’이라고 비유했다.

인사 파동의 ‘진원’으로는 주 전 부소장이 지목됐다. 성도일보는 ‘“주 전 부소장이 최근 당중앙에 대한 망언 혐의로 엄중 처분을 받았다”며 “당을 향한 그의 망언이 정치적 파장을 일으켰다”고 전했다. 주 전 부소장의 ‘망언’이 황 전 소장, 왕 서기 등의 교체로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주 전 부소장은 중국인민대 경제학 박사 출신이며 미시경제학과 보건경제학을 연구했다. 최근엔 공공정책연구센터 주임을 겸임하며 공공병원 개혁 등 의료 서비스 제도 등을 다뤄왔다.

성도일보는 주 전 부소장의 망언 내용을 구체적으로 전하지 않았지만 그가 당 중앙을 향해 쓴소리를 했다가 연구원 전체가 휘말렸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각종 정황들을 소개했다.

경제연구소 홈페이지에는 황 전 소장 등은 동료 연구원으로 소개돼 있는 반면 주 전 소장의 이력과 논문·보고서는 모두 삭제돼 있다. 그에 대한 정치적 숙청이 이뤄졌다고 추정할 수 있는 대목이다.

가오샹 중국사회과학원장 원장이 사화과학원 신임 교수진 임명식에서 한 발언도 눈에 띈다. 가오 원장은 이달 11일 열린 ‘당 기율 학습 교육 결산 회의’에서 “정치적 충성을 맨 앞자리에 놓고 조직적 지도 강화를 근본적 전제로 삼아야 한다” “(사회과학원이) 충성스럽고 의지할 수 있는 이론·학술 철의 군대를 만들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오 원장은 이번 임용식에서도 ‘정치적 기준’을 신임 교수 임용의 중요한 지표로 삼았다고 밝혔다고 펑파이신문이 전했다.

사회과학원은 2009년에도 ‘정치적 풍파’를 겪은 바 있다. 중국 국가안전부는 당시 사회과학원 일본연구소 부소장을 지낸 진시더가 남북한과 일본에 간첩 행위를 한 혐의와 전직 한국연구소 연구원이자 한반도 전문가인 리둔추가 북한에 정보를 누설한 혐의 등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베이징 | 박은하 특파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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