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사회과학원 지도부 대거 물갈이…공산당에 ‘망언’이 이유?
홍콩 언론 ‘10년 만의 정치적 지진’ 비유
중국 인문·사회계 최고 학술연구기관인 중국사회과학원 지도부가 급작스럽게 대거 교체돼 ‘정치적 숙청’이라는 뒷말이 나오고 있다. 특히 경제·보건 분야를 담당하던 고위 연구원이 당 중앙에 쓴소리를 했다가 숙청됐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중국사회과학원은 지난 20일 9명의 학자들을 신임 교수로 임명했다고 홈페이지에서 밝혔다. 연구원에 따르면 이는 지난 8월 연구원 산하 경제연구소의 주헝펑 부소장과 황췬후이 소장, 왕리민 당 서기 등의 교체로 공석이 된 자리를 채우기 위한 후속 조치이다.
국책 연구기관 고위직 3명이 한꺼번에 교체되는 일은 이례적이다. 홍콩 성도일보는 이번 사회과학원 지도부의 대규모 물갈이를 두고 ‘정치적 지진’이라고 비유했다.
인사 파동의 ‘진원’으로는 주 전 부소장이 지목됐다. 성도일보는 ‘“주 전 부소장이 최근 당중앙에 대한 망언 혐의로 엄중 처분을 받았다”며 “당을 향한 그의 망언이 정치적 파장을 일으켰다”고 전했다. 주 전 부소장의 ‘망언’이 황 전 소장, 왕 서기 등의 교체로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주 전 부소장은 중국인민대 경제학 박사 출신이며 미시경제학과 보건경제학을 연구했다. 최근엔 공공정책연구센터 주임을 겸임하며 공공병원 개혁 등 의료 서비스 제도 등을 다뤄왔다.
성도일보는 주 전 부소장의 망언 내용을 구체적으로 전하지 않았지만 그가 당 중앙을 향해 쓴소리를 했다가 연구원 전체가 휘말렸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각종 정황들을 소개했다.
경제연구소 홈페이지에는 황 전 소장 등은 동료 연구원으로 소개돼 있는 반면 주 전 소장의 이력과 논문·보고서는 모두 삭제돼 있다. 그에 대한 정치적 숙청이 이뤄졌다고 추정할 수 있는 대목이다.
가오샹 중국사회과학원장 원장이 사화과학원 신임 교수진 임명식에서 한 발언도 눈에 띈다. 가오 원장은 이달 11일 열린 ‘당 기율 학습 교육 결산 회의’에서 “정치적 충성을 맨 앞자리에 놓고 조직적 지도 강화를 근본적 전제로 삼아야 한다” “(사회과학원이) 충성스럽고 의지할 수 있는 이론·학술 철의 군대를 만들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오 원장은 이번 임용식에서도 ‘정치적 기준’을 신임 교수 임용의 중요한 지표로 삼았다고 밝혔다고 펑파이신문이 전했다.
사회과학원은 2009년에도 ‘정치적 풍파’를 겪은 바 있다. 중국 국가안전부는 당시 사회과학원 일본연구소 부소장을 지낸 진시더가 남북한과 일본에 간첩 행위를 한 혐의와 전직 한국연구소 연구원이자 한반도 전문가인 리둔추가 북한에 정보를 누설한 혐의 등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베이징 | 박은하 특파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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