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시간 개편은 필수…단순 시간 단축보다 유연 근로 형태 늘려야"

고홍주 기자 2024. 9. 23.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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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노동연구원·서울대, 근로시간 제도개선 토론회 개최
전문가들 "근무방식 변하는데…현행 제도 제약될 수 있어"
[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이 23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한국노동연구원-서울대학교 국가미래전략원 주최로 열린 '인구구조 대전환, 일하는 방식의 미래에 대응한 근로시간 제도 개선' 토론회에 참석해 축사를 하고 있다. 2024.09.23. photocdj@newsis.com


[세종=뉴시스] 고홍주 기자 = 저출생 고령화로 인해 인구구조 변화가 가속화하고 있는 가운데, 근로시간 제도도 개편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목소리가 나왔다.

한국노동연구원과 서울대학교 국가미래전략원은 23일 오후 서울 중구 전국은행연합회관에서 '인구구조 대전환, 일하는 방식의 미래에 대응한 근로시간 제도 개선'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주제발표를 맡은 이정민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인구구조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근로시간 개편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경제활동인구는 2022년 2900만명에서 2072년 1600만명 수준으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노동력 규모가 과거 수준으로 회귀하는 것이 아니라 구성이 전면적으로 변하게 될 것"이라며 "우리나라 노동시장은 장년층(55세~64세)과 여성의 유휴노동력이 존재해 노동생산성은 낮아도 그만큼 개선의 여지가 크다"고 했다.

이어 "최근 기술발전을 주도하는 인공지능(AI)과 로봇 등 혁신은 일하는 방식을 플랫폼 노동, 재택근무, 원격근무 등으로 변화시키고 있다"며 "노동력의 규모와 구성이 변하면 일하는 방식이 변하게 되며 일하는 방식을 바꾸는게 곧 노동생산성의 혁신"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 교수는 근로시간을 사업체 자율에 맡겨야 한다고 했다. 그는 "임금, 근로환경, 근로자 구성, 재무상태가 사업장마다 다른데 근로시간만 통일되게 규제하는 것은 맞지 않다"며 "사업장 수준에서 최적의 근로시간 제도를 선택하고 이를 존중하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엄상민 경희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도 "현행 근로시간 제도는 다양한 형태의 근로가 요구되는 상황에서 의도치 않은 제약이 될 수 있다"고 거들었다.

엄 교수는 "평균 근로시간은 산업에 따라 다양하게 분포하는데, 지난해 기준 가장 길게 근무한 산업인 광업(184시간)과 가장 짧게 근무한 산업인 건설업(130시간) 간 차이가 54시간에 달했다"며 "업종별로 평균적인 길이뿐 아니라 특정 시기에 집중되는 정도도 크게 달라 장시간 근로 여부와 변동성을 종합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변동성이 높아 유연한 근무가 필요한 업종이 반드시 장시간 근로하는 업종은 아니다"라며 "산업별 평균 근로시간과 연간 표준편차(변동성) 간에는 뚜렷한 관계가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유연한 근무가 가능하면 업무 집중이 필요한 시기나 생산성이 높은 시기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할 수 있고, 불필요한 시간 낭비를 줄일 수 있다"며 "동일한 업종 규모 내에서 업체 간 월 근로시간 변동성을 비교하면 탄력근로제를 도입한 사업체가 그렇지 않은 사업체보다 유의하게 낮은 변동성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근로시간 제도 개편이 자칫 장시간 근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근로자 건강권 보호와 실질적인 근로자 자율성 확보를 위한 방안을 병행하면서 평균 근로시간 단축을 위한 노력을 계속할 필요가 있다"며 "근로시간 제도는 가능 불가능의 양자택일보다 일하는 방식에 따라 근로자가 선택할 수 있는 다양한 옵션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전환돼야 한다"고 말했다.

성재민 한국노동연구원 부원장은 '국제비교로 본 우리나라 근로시간 실태와 향후 정책과제'를 주제로 발표했다.

성 부원장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주당 49시간 이상 일하는 근로자 비중은 2003년 45.3%에서 지난해 11.4%로 20년 만에 33.9%포인트(p) 감소했다. 근로기준법이 적용되지 않는 5인 미만 사업장의 경우도 13.1%로 축소된 것으로 나타났다.

성 부원장은 이를 토대로 "우리나라 주당근로시간이 다른 선진산업국가들에 비해 긴 핵심 원인은 장시간 근로가 아니라 단시간 일하는 근로자가 적은 노동시장 구조에 기인하고, 휴가·휴직·휴일 활용 차이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유연한 근로형태는 주관적인 일·생활 균형감을 높이고 자녀 수도 증가시키는데, 우리나라는 유연한 근로형태로 일하는 근로자 비중이 유럽연합(EU) 15개국에 비해 현격히 낮다"며 "이로 미루어볼 때 정책 방향은 법정 근로시간의 추가적인 단축보다는 상황에 맞는 유연한 근로시간제 도입과 운영이 우선적 목표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adelant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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