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투세 토론회는 역할극" 발언에… 민주당 지도부 "사과·해명" 지시

野 금투세 토론회 패널 이강일 의원
투자자와 나눈 문자 공개 비판 확산
한동훈 "금투세 시행은 배드캅" 비판

더불어민주당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토론회 패널인 이강일 민주당 의원이 한 투자자와 나눈 문자가 논란이 되고 있다.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커뮤니티 캡처

더불어민주당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토론회를 하루 앞둔 23일, 찬성 패널로 예정된 이강일 민주당 의원의 '역할극' 발언이 논란이 됐다. 정책 토론의 장을 만들겠다고 해놓고 이에 참여하는 의원이 "역할극"으로 깎아내린 내용이 공개돼 소액 투자자인 '개미'들의 분노를 자극하자, 지도부는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이날 온라인 커뮤니티에 게시된 문자 내용에 따르면, 이 의원은 최근 금투세 시행을 반대하는 투자자의 항의 문자에 "이번 토론은 디베이트 토론으로 역할극의 일부"라고 답했다. 이 의원은 "안 찍어도 되지만 괜한 곳에 에너지 낭비하지 말고 주식시장 체질 개선하도록 정부 압박부터 해야 한다. 상속세나 증여세 내리지나 말고"라며 "금투세를 하든 안 하든 이대로의 주식시장은 부스트업이 불가능하다"고도 덧붙였다.

이 의원은 24일 열리는 민주당 금투세 토론회에 참여하는 패널로 예정돼 있다. 민주당은 금투세 시행과 관련해 찬반 의견이 엇갈리자 이에 대한 의견 수렴을 위해 토론회를 갖기로 했다. 민주당 전·현직 의원 5명씩을 시행팀과 유예팀으로 나눠 토론을 진행하는데 이 의원은 시행팀에 소속돼있다. 많은 투자자가 금투세 도입을 반대하는 만큼, 시행팀 소속 의원들에게 항의가 빗발치자 이 의원이 이를 해명하는 과정에서 나온 발언이다.

하지만 토론을 해보기도 전부터 진정성을 의심케 하는 문자 내용이 공개되자, 여당에서도 공세가 이어졌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의 역할극에서 금투세 시행은 배드캅이고, 금투세 유예팀은 굿캅"이라며 "진짜 국민이 원하는 금투세 폐지는 일부러 뺐다"고 지적했다.

논란이 확산되자 민주당 지도부도 곧장 이 의원에게 사과와 해명을 지시했다.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 직후 취재진과 만나 "(이 의원 문자는) 토론회 취지와 사실에 대해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부적절한 내용"이라며 "이와 관련해 최고위는 이 의원의 사과와 해명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의원은 이날 늦은 밤까지도 별다른 사과나 해명을 내놓지 않았다.

우태경 기자 taek0ng@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