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와보니 임금 적다?…필리핀 가사관리사 2명 사라졌다
필리핀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이 시작된 지 2주만에 이탈자가 발생했다. 2명의 필리핀 인력이 짐을 챙겨 숙소에서 나간 상태로 관리 업체는 백방으로 수소문 하고 있으나 돌아올 가능성은 적다. '생각보다' 적은 임금 등이 주요 이유로 보이며 추가 이탈자도 생길 수도 있는 상황이다.
실제 사용자의 만족도는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필리핀 가사관리사의 성실한 태도와 사용자에 대한 배려, 영어 구사 능력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사생활 보호 차원에서도 필리핀 가사관리사를 선호하는 경향을 보였다.
23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필리핀 외국인가사관리사 100명 중 2명이 숙소를 이탈해 종적이 묘연한 상태다. 지난 8월 입국해 한 달간의 교육과정 이후 이달 3일부터 서울시 가정에 투입됐다. 해당 인력은 지난 15일 이후부터 연락이 두절됐으며 업무 시작 2주만에 공식 이탈자가 발생한 셈이다.
시범사업 주체인 서울시는 "필리핀 가사관리사의 관리를 맡고 있는 서비스 제공업체에서 지난 19일 시와 고용부에 이탈 사실을 통보했다"며 "현재 가사관리사의 조속한 복귀를 위해 본국의 부모님 등 다방면으로 연락 중이나 미복귀 상태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5영업일 이상 결근 또는 소재를 알 수 없는 경우 관계 법령에 따라 관할 노동청에 이탈 사실을 신고토록 규정돼 있으며 1개월 이내 강제출국이나 강제출국에 불응할 시 불법체류자 신분으로 전환된다. 시는 지난 19일 필리핀 가사관리사들에게 개별 서한문을 발송하고 필리핀 대사관에 이탈 사실을 전달한 뒤 교육과 공지 등 협조를 당부한 상태다.
가사노동 관련 전문가는 추석 명절을 맞이해 필리핀 가사관리사가 한국 내 지인과 만나 새로운 일자리를 주선받았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전문가는 "필리핀 가사관리사는 대다수 국내 인적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다"며 "추석 명절을 맞아 지인과 만나 더 좋은 일자리 등을 소개받으면서 숙소를 이탈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불법 체류자까지 되면서 시범사업에서 이탈한 이유는 '돈'이다. 동일한 E-9(비전문인력)비자로 제조업체서 일할 때보다 임금이 현격히 적은 탓이다.
양국은 필리핀 가사관리사에 대해 주30시간의 근무시간을 보장한다고 명시했다. 고용부에 따르면 100명 가사관리사의 85%는 주40시간까지 근무시간이 주어졌다. 이탈한 2명도 주40시간 근무표를 받은 상태였다.
문제는 주40시간을 채워도 주52시간 일하는 제조업체 근로자와의 임금격차를 메울 수 없다는 점이다. 실제로 외국인가사관리사는 주 40시간 기준 200만원가량의 월급을 받는데 주52시간 일하는 제조업 근로자는 280~300만원 정도를 수령한다. 외국인 가사관리사의 주된 취업 이유가 돈인데 월 80-90만원의 격차는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가사관리사의 근무를 주52시간으로 만들기도 쉽지 않다. 평일 퇴근 이후에는 부모가 양육을 책임지고, 주말에는 가사관리사의 수요가 현격히 떨어지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임금 체불 등도 이탈의 주요 이유로 거론됐으나 한 달 근무 후 월급을 지급하는 형태라 설득력이 떨어진다. 다만 고용부와 서울시는 임금 지급을 월급제가 아닌 주급제로 바꿔 가사관리사의 업무 만족도를 높이는 방향도 검토 중이다.
추가 이탈자 등을 막기 위해서는 해당 업무에 대한 비전을 외국인가사관리사에게 설명하고 제도 수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전문가는 "한국에서 가사관리사 업무를 수행하면 시범사업 이후에는 '더 좋은 일자리'를 제공 받을 수 있다거나 임금을 더 받을 수 있다는 현실적 비전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필리핀 가사관리사의 이탈과 달리 사용자의 만족도는 높은 편으로 확인됐다. 고용부와 인력 관리 업체는 사용자의 후기 등을 면밀히 확인하고 있다. "친철하고 성실한 태도로 가사를 분담하고 본인 고집이 없으며 최대한 사용자에 맞춰서 배려한다", "한국인 시터와 달리 적극적으로 돕고 애기 아빠의 직업 등 사생활을 궁금해하지 않는다", "어린이집을 가지 못하는 다둥이 가정에는 필수", "아기들에게 영어를 사용하는 환경 조성으로 만족한다" 등이 사용자가 남긴 후기다.
세종=조규희 기자 playingjo@mt.co.kr 김지현 기자 flow@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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