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간 11차례 성범죄 공무원에 ‘파면’ 대신 ‘해임’…누리꾼 ‘와글와글’

여성 다리 찍던 A씨, 지난해 4월 현행범 체포
경찰은 6월 수사개시, 기상청은 8월 직위해제
강득구 의원 “공무원 성범죄, 즉각통보와 업무배제 필요”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게티이미지뱅크

기상청 공무원이 1년간 11차례에 걸쳐 성범죄를 저지르다 적발돼 해임됐다. 기상청은 중과실이 아니라며 파면하지 않았지만, 11차례에 걸친 범죄에 대한 판단으로는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기상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기상청 소속 A공무원(9급)이 지난해 4월 현행범으로 체포돼 성폭력범죄처벌법상 ‘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 범죄로 벌금 1000만원 형을 받았다.

해당 공무원은 지하철역 에스컬레이터 등에서 자신의 휴대폰 카메라를 이용해 성명불상의 여성 피해자의 하체를 1년간 총 11회에 걸쳐 동영상으로 촬영했다.

공무원 징계령 시행규칙에 따르면, ‘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을 통한 성폭력 범죄의 경우 비위의 정도에 따라 감봉에서 파면까지 처분을 내릴 수 있다. 기상청 중앙징계위원회는 해당 공무원에 대해 ‘중과실’이라며 파면이 아닌 해임 처분을 의결했다.

파면의 경우 5년간 공무원 임용이 금지되고 퇴직금은 절반만 받을 수 있다. 5년 미만 재직자는 퇴직금의 4분의 1을 감액한다. 해임은 3년간 공무원 임용이 금지되나 퇴직금은 전액 지급받는다. 5년 미만 재직자는 퇴직금의 8분의 1을 감액하고, 금품비리자는 4분의 1을 감액한다.

강득구 의원실은 해당 징계 결정이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2022년 대구 달성군청 공무원이 여성 4명의 신체 등을 몰래 촬영한 혐의로 파면된 점, 2023년 전남 지역 중학교 교사가 동료 교사를 불법 촬영한 혐의로 파면된 점을 고려해 해당 공무원에 대한 징계수위가 규정에 맞지 않다는 것이다. 강 의원은 “중과실은 주의의무를 게을리했다는 뜻”이라며 “11차례에 걸친 범죄에 대한 판단으로는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징계 처리과정의 문제점도 드러났다. A공무원은 지난해 4월 현행범으로 체포됐으나 경찰은 체포 두 달 뒤인 6월19일 수사개시를 통보했고, 기상청은 다시 두 달여 뒤인 8월11일에야 직위해제 처분을 했다. A공무원은 체포 후 직위해제 전날까지 4개월간 급여를 받으며 정상 근무한 것이다.

기상청은 수사개시 통보를 받은 당시에는 범죄의 중대성을 알지 못했다고 의원실에 설명했으나 수사개시 통보서에는 ‘치마 속을 촬영했다’는 구체적 혐의내용이 들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강득구 의원은 “공무원 성범죄에 대해서는 즉각적인 통보와 업무배제가 이뤄지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