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가상자산 수탁' 시장 커지는데…전문가들 "별도의 신탁법 필요"

이지영2 기자 2024. 9. 23.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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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대형 수탁사 '비트고', 韓 시장 진출
국내 5대 금융사도 가상자산 수탁 경쟁 참전
"기존 법령 한계…별도 가상자산 신탁법 마련 필수"


[서울=뉴시스]이지영 기자 = 기관의 가상자산을 보관·관리해주는 '가상자산 수탁(커스터디)' 서비스가 미국과 홍콩 등 전세계적으로 커지고 있는 가운데 국내도 관련법이 필요하다는 진단이 나온다. 전통 자산과 다른 형태인 가상자산의 특성을 반영한 별도의 신탁법이 마련돼야 한다는 조언이 잇따른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비트고는 최근 하나은행과 국내 합작 법인 비트고 코리아를 설립했다. 하나금융그룹은 비트고 코리아의 지분 25%를 확보했으며, SK텔레콤도 지분 10%를 취득했다. 비트고 코리아는 이달 초 사무실을 열고 국내 직원까지 고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비트고는 기관용 가상자산 지갑을 개발하고, 가상자산을 보관·관리해주는 수탁 전문 금융사다. 현재 전세계 50여개국의 1500개 이상 기관이 비트고 수탁 서비스를 이용 중이다. 현재 비트고가 관리하는 가상자산은 700억달러(약 93조원)에 육박한다.

하나금융이 비트고와 손잡으면서 5대 금융사 모두 국내 수탁시장에 진출하게 됐다. 시작은 국민은행이다. 국민은행은 지난 2020년 11월 블록체인 개발사 해치랩스, 블록체인 투자사 해시드 등과 한국디지털에셋(KODA)을 설립했다. 신한은행은 가상자산 거래소 코빗 등과 한국디지털자산수탁(KDAC)을 세웠다. 농협은행과 우리은행도 각각 카르도와 디커스터디 등 가상자산 수탁사에 출자했다.

다만 이들의 진출이 유의미한 성과를 얻는 데까지 시간이 다소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7월 시행된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법(가상자산법)에 수탁업에 대한 부분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에 가상자산 수탁사들은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에 따라 가상자산사업자(VASP)로 신고를 완료했더라도 자본금 준비 등 기존 신탁사에 비해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기존 자본시장법으로도 수용하는데 한계가 있다. 현재 자본시장법상 신탁재산으로 인정되는 자산은 금전과 증권, 부동산 등이다. 가상자산은 해당 범주에 포함되지 않는다. 기존 신탁사들도 가상자산을 관리할 법적 근거가 부재한 셈이다.

김현정 키움증권 연구원은 "가상자산법은 시세 조작 등 불공정 거래 행위에 초점을 두고 있어 수탁업에 대한 내용은 부재하다"며 "법적 불확실성에 따라 국내 가상자산 수탁업은 난항을 겪고 있다"고 진단했다.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가상자산의 특성을 반영한 새로운 법체계가 마련돼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가상자산이 전통 자산과 형태, 보관 방식, 운용 방식 등에서 차이가 분명한 만큼 기존 법체계로는 관리의 제약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에서다.

KB국민은행에서 기술혁신센터를 총괄한 바 있는 조진석 코다 대표는 "가상자산은 기존 금융 시스템과 다른 방식으로 관리해야 하고, 가상자산 수탁은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이해가 높아야 한다"며 "사업자들이 기존 신탁사의 조건을 충족하면서도 이용자의 가상자산을 보다 안전하고 투명하게 관리하려면 가상자산 신탁에 대한 별도의 법적 체계 마련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이어 "특히 전통 금융사들이 가상자산 수탁 사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법적 기반과 책임감을 부여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가상자산 수탁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국내 금융업계는 가상자산 현물 ETF 발행에서 뒤처질 것이며 글로벌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편 가상자산 수탁 시장은 올해 초 미국과 홍콩 등에서 비트코인·이더리움 현물 상장지수펀드(ETF)가 출시되면서 급격히 성장했다. 기관 투자자가 대거 보유한 가상자산을 보호하는 데 수탁기관의 역할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코인베이스의 가상자산 수탁 자회사인 '코인베이스커스터디'의 총수탁 자산은 1000억달러(약 133조원)가 넘는다. 주요 고객은 기관 투자자로, 주요국의 국부펀드도 포함됐다.

가상자산 수탁은 제3자가 이용자를 대신해 가상자산을 보관·관리해주는 서비스다. 일종의 은행과 같은 역할이다. 해외에서는 골드만삭스와 씨티를 비롯한 대형 은행들도 직접 커스터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jee0@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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