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발기금 진통 계속…기금 역할 논의로 '확전'

성시호 기자 2024. 9. 23. 16:12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방송업계 "OTT 등 플랫폼도 방발기금 징수해야"
OTT업계 "보편역무 없어…투자여력 감소 우려"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미디어 환경변화에 따른 방송통신발전기금 제도개선 토론회'에서 토론자들이 발언하고 있다./사진=성시호 기자

방송통신발전기금(방발기금)을 둘러싼 논쟁이 불붙고 있다. 부과대상·징수율 확대에서 전면적인 제도개편으로 전선이 넓어지는 모양새다.

김용희 경희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대학원 교수는 23일 국회에서 미디어미래비전포럼 주최로 열린 '미디어 환경변화에 따른 방발기금 제도개선 토론회'에서 "그동안 기금확대·징수율에 대한 논의가 있었지만, 기금의 정체성·부과대상·활용방안에 대한 논의는 부족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기준이 일관되지 않고 (분담규모에 대한) 예측가능성이 없으면 형평성에 대한 이견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며 "기금의 역할을 완벽하게 재논의하고 구조를 전환하는 혁신이 필요한 때가 도래했다"고 주장했다.

방발기금 수입은 2021~2022년 1조4000억원대에서 지난해 1조1687억원으로 감소했다. 전체 수입의 주축인 주파수 할당대가가 2021년 8000억원대였다가 2022년부터 4000억원대로 내려앉았고, 2022년 감소분을 떠받친 정부 내부수입마저 지난해 큰 폭으로 감소한 탓이다.

같은 기간 1800억~1900억원대 부담금을 연속으로 납부한 방송사업자들은 악화하는 업황에 비해 징수금액이 부담스럽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IPTV(인터넷TV)와 종합편성·보도전문채널을 제외한 나머지 사업자들은 매출·영업이익 등 부담금 부과지표가 전년보다 후퇴했다.

김 교수는 "방발기금의 맥락은 방송 재승인·재허가 제도가 사업자들의 이익을 보호하기 때문에 사업자들의 초과이윤을 사회에 환원하는 것"이라며 "OTT가 등장한 지금도 기존 방송사업자들이 이익을 보호받고 있는지 재논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방발기금 감소에 대한 대안으로 김 교수는 지출 감축을 제안했다. 아리랑국제방송·국악방송·언론중재위원회 등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소관이 아닌 곳에 대한 지원규모가 지난해 기금지출의 20%를 차지했다는 지적이다. 정보통신진흥기금(정진기금)과 지원분야가 겹치는 사업도 조정대상으로 지목됐다.

다만 방발기금 부과대상을 국내외 주요 OTT로 확대하는 관련 법 개정안에 대해 김 교수는 신중론을 펼쳤다. 넷플릭스·티빙에게 IPTV와 같은 방발기금 납부의무를 부과하더라도 납부액이 지난해 매출액 기준 113억~341억원에 그치고, OTT는 전파·채널사용권 등 배타적 권리를 보장받는 주체가 아니어서 부과 명분이 부족하다는 취지다.

김 교수는 "그럼에도 방발기금 확대가 필요하다면, OTT보다는 콘텐츠 전달체계에 이용되는 클라우드 사업자를 새로운 방발기금 징수대상으로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며 "국내에서 글로벌 클라우드 사업자의 점유율을 80%로 가정하고 징수율을 3%로 설정한다면 1400억원을 부담금으로 징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방송통신분야 직접투자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면 간접투자의무로 기금 분담의무를 부과하는 법안을 제안한다"며 "똑같은 100억원 규모라도 용처가 제한된 기금을 지원하는 것보다 납부의무를 줄여준다면 혁신이 자유로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토론회장에선 사업자 단체별로 엇갈린 반응을 내놨다. 남상석 한국방송협회 사무총장은 "글로벌 OTT가 한국 콘텐츠에 공격적으로 투자하는 이유는 방발기금 징수가 없어서가 아니라 '가성비(가격대성능비)' 때문"이라며 "기금 부과대상을 (OTT로) 확대한다고 해서 콘텐츠 산업이 위축된다는 주장엔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강윤묵 한국IPTV방송협회 사무총장은 "글로벌 빅테크에 대한 기금 납부의무 부과는 새로운 글로벌 표준"이라며 "빅테크의 한국 내 매출을 투명하게 파악하기 위한 법적수단 확보가 필요하다"고 했다.

반면 조영기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사무국장은 "OTT 등 부가통신사업자가 배타적인 권리나 희소성 잇는 주파수를 부여받지 않는다는건 누구도 부정하지 못할 것"이라며 "트래픽과 이용자가 많다는 이유로 방발기금을 납부하도록 한다는 것은 헌법적 정당성이 인정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박종환 티빙 대외협력국장은 "치열한 경쟁구조 안에서 수익보다 훨씬 많은 투자를 4년째 이어가고 있다"며 "기금부과 문제가 계속 불거졌을 때 투자여력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캐나다의 경우 자국 방송사와 연계한 OTT는 관련 기금 부과대상에서 제외되고 있다"며 "기금부과보다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윤두희 과기정통부 정보통신산업정책과장은 방발기금 감소에 대해 "코로나19 당시 늘린 기금 지출을 정상화한다는 취지에서 매년 19~20%씩 지출 구조조정을 해왔다"며 "2026년까지 재무건전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라고 말했다.

성시호 기자 shsung@mt.co.kr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