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AI기업의 해외시장 교두보로 떠오른 중동

김주완 2024. 9. 23.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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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리포트
'소버린 AI '구축 노리는 중동
석유 의존 탈피 AI 투자 확대
한국 기업과 잇단 파트너십 구축
네이버·리벨리온·뤼튼테크놀로지스
사우디 정부기관·기업과 AI 협력
현지에 법인 설립도 잇달아 추진
네이버와 사우디아라비아 데이터인공지능청은 지난 10일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열린 ‘글로벌 인공지능(AI) 서밋’에서 AI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네이버 제공


최근 중동 시장이 국내 인공지능(AI) 기업의 해외 시장 교두보로 떠오르고 있다. AI산업을 미래 국가 성장 동력으로 삼은 중동 지역 국가들이 한국 기업을 파트너로 택하면서다. ‘소버린 AI’(국가별 자체 AI 기술) 구축을 노리는 중동이 미국 빅테크를 대체할 대안으로 국내 기업을 점찍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23일 정보기술(IT)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는 최근 사우디아라비아의 AI 콘퍼런스인 ‘글로벌 AI 서밋’에 참석해 AI 관련 주요 정부 기관과 업무협약(MOU)을 체결하는 등 AI 분야에서 사우디아라비아와 협력을 시작했다. ‘글로벌 AI 서밋 2024(GAIN 2024)’는 사우디아라비아 데이터인공지능청(SDAIA)이 주관한 글로벌 AI 행사다. 사우디아라비아의 ‘비전 2030’에 맞춰 국제 협력을 도모하고 산업 전반에 걸쳐 AI의 혁신을 추진하기 위해 마련했다.

이번 행사에는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 최수연 대표, 채선주 대외·ESG정책 대표, 김유원 네이버클라우드 대표, 석상옥 네이버랩스 대표 등 네이버 핵심 경영진이 총출동했다. 네이버가 이번 프로젝트에 큰 기대를 걸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해진 GIO 등은 마제드 알호가일 자치행정주택부 장관, 압둘라 알스와하 통신정보기술부 장관, 마지드 알카사비 상무부 장관, 압둘라 알감디 데이터인공지능청장 등 사우디 정부 부처 핵심 관계자와 만났다.

네이버는 사우디 데이터인공지능청이 준비 중인 데이터센터 솔루션 개발, 아랍어 기반 대규모언어모델(LLM) 구축 등의 프로젝트에 참여한다. 지능형 로봇 및 관련 응용 서비스 연구개발도 함께한다. 김유원 대표는 ‘GAIN 2024’ 키노트 연설에서 “네이버의 AI 기술 역량과 경험으로 사우디아라비아의 새로운 AI 시대를 여는 데 기여하겠다”고 강조했다.

앞서 사우디의 국영 석유 기업 아람코는 지난 10일 국내 AI 반도체 스타트업 리벨리온, 퓨리오사AI와 MOU를 체결하고 슈퍼컴퓨터 구축과 AI 서비스 등에서 협업한다고 밝혔다. 아람코는 “리벨리온의 AI 반도체(NPU)를 아람코 데이터센터에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리벨리온은 사우디에서 기술검증(PoC)을 하기 위해 AI 반도체 ‘아톰’을 현지로 보내는 통관 절차를 밟고 있다. 리벨리온은 한국 스타트업 최초로 지난 7월 아람코로부터 투자를 유치하기도 했다. 아람코의 기업주도형 벤처캐피털(CVC)인 와에드벤처스가 200억원을 리벨리온에 투자했다. 리벨리온은 사우디 현지 법인 설립도 추진 중이다.

생성형 AI 서비스 업체 뤼튼테크놀로지스는 중동 시장 진출을 위해 현지에 해외 법인 설립을 진행 중이다. 이를 위해 뤼튼테크놀로지스는 국내 AI 스타트업 ‘사이오닉 AI’와 검색 서비스 인프라 고도화를 위한 MOU를 체결했다. 두 기업은 이번 협력을 바탕으로 중동과 동남아 지역에 진출할 계획이다. 두 기업은 중동과 동남아 등 진출 후보 지역들의 현지화 서비스 개발을 위한 현지 협력사를 찾고 있다.

중동은 한국 기업에 기회의 땅이다. 사우디, 아랍에미리트(UAE) 등 중동 지역 주요 국가들은 일명 ‘소버린 AI’를 강조하고 있다. 석유 의존적인 경제 구조에서 벗어나 지속 가능한 경제 발전 모델의 핵심 축으로 AI산업을 정했다. 사우디는 지난 3월 AI 분야에 400억달러(약 53조5640억원)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중동 국가들은 미국과의 관계가 껄끄럽다. 최근엔 미국 정부가 중동 지역에 AI 관련 제품을 공급하는 것을 차단하기도 했다. 미국의 대중 수출 규제로 첨단 반도체 수입 등이 막힌 중국 기업이 중동을 통해 AI 반도체를 확보하는 것을 막겠다는 게 미국의 의도다. 업계 관계자는 “중동 국가에는 기술 수준이 높고 정부의 간섭도 덜한 한국 기업이 매력적인 선택지일 수 있다”고 말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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