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차입금 부담’ 한국맥도날드, 17개월 만에 증자 단행
지난해 2131억 확보에도 단기차입금 부담 여전
한국맥도날드, 경쟁사 가운데 유동비율 최저
글로벌 버거 프랜차이즈 맥도날드를 국내에서 운영하는 한국맥도날드가 17개월 만에 유상증자를 단행한 것으로 23일 확인됐다.
지난해 4월 대규모 유상증자를 단행해 재무구조를 개선했음에도 여전한 차입금 부담 탓에 본사로부터 자본을 들여온 것이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한국맥도날드는 최근 이사회에서 출자좌 수를 4698좌 늘리기로 결의했다. 한국맥도날드는 유한회사로 주식회사와 달리 투자금액을 주식이 아닌 1좌의 금액으로 나눠 출자한다. 한국맥도날드의 출자좌 수 당 액면가는 1만원이다. 이번 증자로 자본금은 4698만원 증가했다.
다만, 이번 증자에 따라 한국맥도날드가 확보한 자본 규모는 이보다 클 것으로 보인다. 한국맥도날드는 지난해 4월 유상증자 당시 출자좌 수를 2만1338좌 늘려 자본금이 2억1338만원 증가했으나, 자본잉여금 항목으로 2131억6662만원을 받았다.
지난 증자 당시 출자좌 수 당 1000만원을 들여온 셈이다. 이를 고려하면 이번 증자에서도 469억8000만원가량을 확보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한국맥도날드는 맥도날드싱가포르가 100% 출자한 회사로, 유한회사의 증자 조건은 출자자의 동의에 달려있기에 종전과는 달라질 수 있다.
한국맥도날드가 또 한 차례 증자를 단행한 것은 차입금 부담을 해소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맥도날드는 지난해 증자를 통해 단기차입금 1789억원가량을 상환해 부채 부담을 줄였음에도, 올해 말 만기가 돌아오는 차입금이 1522억원 남아있다.
더욱이, 한국맥도날드는 영업손실을 기록하고 있어 영업활동으로는 차입금 상환이 불가능하다. 이에 본사에 손을 벌릴 수밖에 없는 상태다. 맥도날드 본사(McDonald’s Corporation) 역시 이런 상황을 고려해 한국맥도날드의 단기차입과 관련한 컴포트 레터(Comfort Letter)를 각 금융기관에 제공했다.
컴포트 레터는 국제금융거래에 있어서 모(母)회사가 자(子)회사에 대출을 한 은행 등에 대해 제공하는 서류로 일종의 보증서 역할을 한다. 맥도날드의 경우 채무자인 한국맥도날드가 영업활동으로는 정상적인 채무 상환이 불투명하기에 본사가 나서 이를 보증한 셈이다.
실제로 한국맥도날드는 2022년 말까지만 해도 동종업계 업체 중에서도 재무 상태가 가장 좋지 못한 축에 속했다. 한국맥도날드의 2022년 말 기준 부채비율은 1278%로 롯데리아·버거킹·KFC·맘스터치와 비교하면 KFC(3271%)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고, 유동비율은 12.8%로 가장 낮았다.
유동비율은 단기채무 지급능력을 파악하는 지표다. 일반적으로 유동비율이 높으면 채무 상환능력이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한국맥도날드는 지난해 증자로 단기차입금을 상환해 이를 25.1%로 개선했으나, 지난해 말 기준으로도 경쟁사에 비해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말 기준 각 버거 프랜차이즈 업체들의 부채비율과 유동비율은 맥도날드 172%·25.1%, KFC 4532%·37.9%, 버거킹 263%·51.7%, 맘스터치 125%·90%, 롯데리아 341%·75.7% 등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영업손실을 기록한 곳은 한국맥도날드가 유일하다.
한국맥도날드는 이런 상황에서도 공격적으로 출점을 진행하고 있다. 김기원 한국맥도날드 대표는 지난해 창립 35주년 기자간담회에서 “2030년까지 국내 매장 수를 500곳으로 늘리겠다”고 했는데, 실제로 이에 맞춰 지난해 보증금 지출과 유형자산 취득 지출이 늘었다.
한국맥도날드의 지난해 투자활동으로 인한 현금유출액 가운데 보증금 증가 항목은 77억원으로 전년 대비 77% 증가했다. 같은 기간 유형자산 취득 지출도 87% 증가한 509억원을 기록했다. 한국맥도날드는 현재 가맹점을 줄이면서 직영점을 출점하고 있는데, 이와 관련한 지출로 보인다.
한국맥도날드가 적자상황에서도 이처럼 공격적인 출점 전략을 펴는 것은 시장 지배력을 키우면서 글로벌 본사에 수익을 안겨줄 수 있다는 점을 기대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맥도날드는 맥도날드 본사와 마스터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해 순 매출액 5%의 로열티를 지급해야 한다. 아울러 신규 점포 당 4만5000달러를 본사에 기술료로 줘야 한다.
매출 규모를 키우면 본사에 지불하는 로열티가 커지는 구조인 셈이다. 한국맥도날드는 실적을 공시한 2019년 이래 11%의 연평균 매출증가율(CAGR)을 기록하고 있다. 해당 기간 기록한 누적 적자는 2503억원이며 본사에 지불한 로열티 지출은 2714억원에 달한다.
한국맥도날드 관계자는 “유상증자는 한국맥도날드의 지속적인 성장 가능성에 대한 본사의 신뢰를 바탕으로 국내 시장에서 고객 접점 확대와 고객 경험 향상을 위한 투자를 이어가기 위해 진행된 것”이라고 밝혔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정부효율부 구인 나선 머스크 “주 80시간 근무에 무보수, 초고지능이어야”
- 5년 전 알테오젠이 맺은 계약 가치 알아봤다면… 지금 증권가는 바이오 공부 삼매경
- [절세의神] 판례 바뀌어 ‘경정청구’했더니… 양도세 1.6억 돌려받았다
- 반도체 업계, 트럼프 재집권에 中 ‘엑소더스’ 가속… 베트남에는 투자 러시
- [단독] 中企 수수료 더 받았다가 시정명령… 불복한 홈앤쇼핑, 과기부 행정訴 패소
- 고려아연이 꺼낸 ‘소수주주 과반결의제’, 영풍·MBK 견제 가능할까
- 무비자에 급 높인 주한대사, 정상회담까지… 한국에 공들이는 中, 속내는
- 역대급 모금에도 수백억 원 빚… 선거 후폭풍 직면한 해리스
- 금투세 폐지시킨 개미들... “이번엔 민주당 지지해야겠다”는 이유는
- ‘머스크 시대’ 올 것 알았나… 스페이스X에 4000억 베팅한 박현주 선구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