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투세 찬성? 평생 저주” 협박에 “토론회는 역할극”…민주 의원 문자 일파만파
한동훈 “약속대련도 못 미치는 역할극…‘폐지’ 선택지 없애고 국민 가스라이팅”
(시사저널=변문우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당론을 모으기 위해 오는 24일 토론회를 계획한 가운데, 금투세 강행 찬성 패널로 나서는 이강일 민주당 의원이 "토론회는 역할극에 불과하다"는 취지의 문자를 한 주식 투자자에게 보낸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커지고 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를 비롯한 여권에선 "자작극을 폭로했다. 국민 가스라이팅"이라며 공세를 높이는 분위기다.
23일 금투세 폐지를 요구하는 개미 투자자들의 모임인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온라인 카페'에는 이 의원과 한 투자자가 나눈 문자 대화가 게시됐다. 이 투자자는 이 의원에게 "24일 금투세 토론회에서 시행 쪽으로 참여한다는 말을 들었는데 이게 맞느냐"면서 "평생 저주할 것이다. 내 자산을 앗아가게 만든 데 일조한 사람은 평생 간다. 잘 판단하라"고 경고했다.
이에 이 의원은 "이번 토론은 디베이트 토론으로 '역할극'에 일부"라고 말했다. 이어 "안 찍어도 되지만 괜한 곳에 에너지 낭비 말고 주식시장 체질을 개선하도록 정부 압박부터 하셔야 한다. 상속세나 증여세 내리지나 말고"라며 "금투세를 하던 안 하던 이대로의 주식시장은 부스트업이 불가능하다"고 답했다.
이 의원은 이번 금투세 토론회에서 '시행 찬성' 측 패널로 출전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이 의원조차 '토론회는 역할극의 일부'라고 말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당내에선 '토론회 무용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와 지도부가 대부분 '시행 유예'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히며, 당내 분위기도 '유예' 방향으로 기우는 모양새다.
한 친명(親이재명)계 민주당 의원은 시사저널과 만나 "물론 이강일 의원 문자의 취지는 문자 내용과 다를 것"이라면서도 "'역할극'이라는 표현 자체를 사용한 것은 잘못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토론회 전부터 김이 샌 느낌이다. 오히려 당내 다양한 목소리를 압박하는 듯한 뉘앙스로 국민들에게 비칠 수 있어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특히 당내 일각에선 '이재명 일극체제'로 가면서 일부 의원들이 소신과 상관없이 이 대표의 의중에 발맞추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비명(非이재명)계 민주당 인사는 시사저널에 "이재명 들러리에 불과하다는 것을 자인한 셈"이라며 "소신을 밝히기 위해 나선 의원들마저 협박에 못 이겨 위축되는 모습도 정상이 아니다. 당내 다양한 목소리가 더 사라질 것"이라고 토로했다.
민주당 지도부 차원에서도 이날 이 의원에게 논란 관련 사과와 해명을 지시했다. 조승래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토론회 취지와 사실에 대해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부적절한 내용이라는 것에 대해 최고위원회의 논의가 있었다"며 "관련해 이 의원의 사과와 해명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여권에선 이 의원의 문자를 놓고 집중 공세에 돌입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약속대련에도 미치지 못하는 역할극"이라며 "1400만 명의 폐지를 원하는 투자자들을 배제하고 시행팀과 유예팀을 가지고 역할극을 하겠다고 나선 이유가 뭐냐. 금투세 폐지가 선택지에 없다는 점에서 명확히 일종의 가스라이팅을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신주호 국민의힘 상근부대변인도 이날 논평을 통해 "민주당의 국민 기만은 허탈함을 넘어 분노를 초래할 뿐"이라며 "국민적 관심을 끌 요량으로 앞에서는 토론하겠다고 해놓고, 미리 결론을 정해놓고 역할극을 펼치는 기만술 아니겠나. 투자자들의 목소리를 외면한 채 쇼에만 매진하겠다는 민주당은 누구를 위한 정당인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지금의 상황을 이재명 대표의 말을 빌려 말한다면 '금투세 토론한다고 했더니, 진짜 토론하는 줄 알더라'인가 보다"라며 "민주당의 국민 기만은 허탈함을 넘어 분노를 초래할 뿐이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국민 농락을 멈추지 않는다면, 민주당을 향한 분노는 더 거세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Copyright © 시사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단독] 송기인 신부 “문재인 가족이 원해서 제주의 내 집 팔았다” - 시사저널
- 김건희 여사는 왜 ‘비호감 영부인’이 됐을까 - 시사저널
- 한동훈의 ‘별의 순간’?…‘20% 성적표’ 尹과 갈라서야 올까 - 시사저널
- ‘추석 응급실’ 당직 교수 “뺑뺑이 타령 그만…골든타임 얼마 안 남았다” - 시사저널
- “40억원 넘을 듯”…오타니 50호 홈런공 주운 ‘행운의 관중’ - 시사저널
- 직접 소방헬기 올라탄 응급실 의사…급성심근경색 환자 살렸다 - 시사저널
- 실종된 딸 찾아 전국 헤매던 한 가족의 비극 [정락인의 사건 속으로] - 시사저널
- “비타민제? 너무 많이 챙겨 먹어 문제” - 시사저널
- ‘왜 자꾸 살이 찌지?’…야금야금 체중 늘리는 생활습관 3가지 - 시사저널
- 산통만큼 지독한 ‘요로결석’ 통증, 하루 물 10잔으로 예방할 수 있다 - 시사저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