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직 변호사의 창의와 혁신] 〈38〉톰 피터스의 '소프트 파워' 혁신은 기회를 만들 수 있을까
경영학자 톰 피터스는 초우량기업(또는 탁월한 기업)의 조건으로 수치, 계획, 조직도 등 하드파워보다 사람, 관계, 문화 등 소프트파워를 강조했다. 하드파워를 보자. 수치는 환상에 불과하고 조작하기 싶다. 계획은 대개 희망사항이다. 조직도는 시장변화를 따라가지 못한다. 매뉴얼과 규칙으로 기업을 관료화한다. 임직원 스스로 소모품이라고 여기고 갈등, 대립, 분쟁을 야기한다. 주주, 고객, 사회로 갈등이 확대된다. 사람 중심 소프트파워는 다르다. 희생, 배려, 존중, 공감, 경청, 협력 등 문화가 인프라가 된다. 신뢰를 바탕으로 건전하고 강력한 조직을 만든다. 창의적 근무환경을 만들고 위기극복과 기회포착이 빨라진다. 비판, 설득, 요구가 동료를 배제하기 위한 것이 아니란 믿음이 있다. 갈등과 분쟁 없이 목적을 달성하고 현안을 해결한다. 소프트파워는 기업혁신, 경쟁력강화로 이어져 초우량기업을 만든다.
소프트파워를 강조한 배경은 뭘까. 자본주의 경제는 합리성을 강조했다. 노동을 줄이고 자본, 기술로 성장했지만 그것도 한계에 봉착했다. 사람의 의미, 관계, 역할을 재조명했다. 인적자산 중심의 인프라를 만들어 재도약 기회를 찾자는 것이 소프트파워 혁신이다.
소프트파워를 위해 뭘 해야 할까. 첫째, 기업이 비대하면 논의 과정은 길어지고 결정은 모호해진다. 시장반응 속도가 느려 변화를 따라잡지 못한다. 보고서 작성 등 형식적인 일에 시간을 낭비한다. 재무, 인사, 노무 등 법령준수를 명목으로 스스로 역할과 범위를 줄이고 한계를 만든다. 조금이라도 위험하면 실행하지 않는다. 작으면서 신속한 의사결정과 효과적인 실행이 가능한 조직을 만들어야 한다. 둘째, 시장우위에 만족하지 말고 끊임없이 도전한다. 시장조사, 분석에 시간 낭비 말고 목표, 핵심을 잡아 실천에 중점을 둔다. 셋째, 고객과 친밀함을 유지하고 귀를 기울인다. 넷째, 임직원의 자율성을 존중하고 좋은 도전과 실패를 장려한다. 숨어있는 기회를 찾으려면 상상력, 창의력을 높여야 한다. 다섯째, 자본, 기술보다 사람을 통해 생산성을 키운다. 여섯째, 핵심가치를 실천한다. 햄버거체인 맥도날드는 품질, 서비스, 청결을 핵심가치로 실천해 성장했다. 일곱째, 핵심사업에 집중한다. 문어발식 확장을 해선 안된다. 일곱째, 본사 조직이 크면 간섭만 늘고 사업을 방해한다. 작고 단순해야 한다. 프로젝트는 별도 팀을 만들어 실행한다. 대기업은 현상유지에 급급하지만 중소기업은 변화를 갈망한다. 중소기업처럼 운영한다. 여덟째, 엄격함과 온화함을 갖춰라. 핵심가치를 지키는데 엄격하지만 실행은 상황에 맞게 탄력적이어야 한다. 경영자는 군림해선 안된다. 임직원, 고객, 주주를 위해 봉사하고 섬겨야 한다.
문제는 없을까. 소프트파워는 미묘한 인간과 문화를 다루므로 자본, 기술 기반 혁신보다 실패하기 쉽다. 성과가 나오기 전에 측정하기 어렵다. 대기업중심 전략이란 한계도 있다. 비합리성에 의존하면 독점규제에 취약하다. 확고한 기존 문화가 있으면 새로운 문화를 도입하기 어렵다. 기존의 좋은 문화까지 잃는다. 경영진간, 노사간, 노동자간 크고 작은 갈등이 많아진다. 사내 파벌도 문제다. 아이디어는 소수가 독점하고 다수에겐 시키는 일이나 잘하라는 분위기가 앞선다. 인공지능(AI) 등 기술이 노동을 대체하며 평생직장 개념도 없어졌다. 서구처럼 직장을 옮기기도 어렵다. 임직원 수가 줄면 사람 중심 소프트파워도 약할 수밖에 없다. 일자리를 잃는 개인에게 기회를 주고 아이디어를 만드는 일을 도와야 한다. 작지만 강한 기업과 협력해야 한다. 기업 내부를 넘어 외부까지 고려해 소프트파워 생태계를 설계해야 한다.
AI 등 글로벌 빅테크가 세상을 장악하고 있다. 우리도 초우량기업이 필요하다. 대기업만으론 어렵다. 중소기업, 벤처, 국민과 협력하여 창의를 높이며 실행력을 갖춰야 한다. 특정 기업을 넘어 AI생태계까지 아우르는 소프트파워는 초우량기업의 필수조건이고 기본인프라다.
이상직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디지털 생활자'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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