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서 와 인천은 처음이지?…5위 탈환에 힘 보탠 신범수가 울컥한 사연
신범수(26·SSG)는 지난 17일 인천 KIA전에서 기쁘면서도 묘한 감정을 느꼈다. 당시 가을야구 희망을 키워가던 SSG는 선두 KIA를 2-0으로 꺾고 3연승을 달렸다. SSG에 승리를 안긴 결승타를 KIA 출신 신범수가 쳤다. 그는 0-0 동점이던 3회말 1사 3루에서 KIA 선발 김도현을 상대로 적시타를 날렸다. 한편으로 신범수는 지난해까지 뛰었던 팀의 정규리그 우승을 현장에서 지켜봤다. 같은 날 삼성이 두산에 패하며 KIA는 인천에서 정규리그 1위를 확정했다.
최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기자와 만난 신범수는 “고향팀을 상대로 적시타를 쳐서 되게 기분이 좋았다”며 “뭔가 묘한 기분도 느껴졌다”고 전했다. 이어 “우리에게 중요한 경기라서 더 잘하고 싶고, 꼭 이기고 싶었다”며 “KIA의 우승이 결정된 뒤엔 친한 선수들에게 축하 연락을 했다”고 말했다.
신범수는 광주에서 나고 자라, 광주를 연고로 둔 KIA에서 2016년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2023시즌 종료 후 2차 드래프트를 통해 SSG 유니폼을 입기 전까지 ‘광주 밖 라이프’를 상상해 본 적 없는 선수다. 포수 보강에 열을 올리던 SSG가 3라운드에서 신범수를 품었지만, 냉정하게 인천 팬들의 기대를 크게 받진 못했다. 그는 여러모로 낯선 환경에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야 하는 숙제를 떠안은 채 인천행에 올랐다.
그러나 신범수는 이지영, 김민식, 조형우, 박대온 등에 밀려 정규리그가 끝나갈 때까지 기회를 잡지 못했다. 베테랑 포수 이지영의 자리가 워낙 견고한 데다, 백업 포수 경쟁까지 치열했다. 1년 내내 2군에 머물면서도 좌절하거나 포기하지 않았다. 퓨처스(2군)리그 51경기 타율 0.365, OPS 0.999로 날카로운 감을 이어가던 신범수는 지난달 25일 처음 1군 엔트리에 등록됐다.
그간 타격으로 눈에 띄는 성적을 내지 못했던 신범수는 팀이 가장 필요할 때 지명타자로서 ‘해결사’ 역할을 해냈다. 15일 인천 삼성전엔 8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 5타수 3안타 1타점 2득점을 기록하며 팀의 2연승에 보탬이 됐고, KIA전엔 결승타를 쳐 3연승의 주역이 됐다. 이후 타격감이 조금 떨어지긴 했지만, SSG는 ‘뉴 페이스’ 신범수의 활약 등에 힘입어 연승을 ‘6’까지 늘리고 5위 탈환에 성공했다.
이숭용 SSG 감독은 신범수의 최근 활약에 대해 “더 절박하게 열심히 하는 친구들이 나오면 큰 활력소가 된다”며 “젊은 선수들끼리 경쟁할 수 있는 구도를 만들려고 하는데, 그런 모습들이 나와 굉장히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신범수는 KIA전 승리 후 홈팬들 앞에서 수훈 선수 인터뷰를 했다. 팬들은 신범수의 이름을 연호하며 이날 경기의 히어로를 맞이했다.
신범수는 “인천에 처음 온 선수인데 제 응원가를 불러주셔서 정말 감동했고, 울컥했다”며 “제 이름을 연호해 주시는 게 너무 감사했다”고 말했다. 포수 훈련도 게을리하지 않고 있는 신범수는 팀에 도움이 되고 싶다는 말을 반복했다. 그는 “정말 마지막 팀이라는 생각으로 유니폼을 벗을 때까지 느슨한 플레이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는 모습 보여드리겠다”며 “정말 많이 도움이 되고 싶다. 구단에 도움이 되고 싶은 마음뿐”이라고 다짐했다.
배재흥 기자 he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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