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기획]AI 시대, 전력 안정적 공급 필수…규제 묶인 데이터센터 진흥책 절실

김지선 2024. 9. 23.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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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 시대가 본격 도래함에 따라 세계 곳곳에서 데이터센터 구축 열기가 뜨겁다.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분석해 결과값을 도출하기 위한 주요 인프라가 클라우드와 데이터센터다. 특히 최근에는 경쟁사보다 더 빠르고 정확한 AI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AI 맞춤 데이터센터 구축에 집중한다.

우리나라도 AI 시대 데이터센터 중요성을 인지하지만 정부 정책은 업계 인식을 따라오지 못한다. AI 데이터센터를 구동하기 위해 막대한 전기가 필요하지만 이에 대한 대비책은 아직 뚜렷하게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데이터센터를 하나의 산업이 아니라 '전기먹는 하마'로 인식, 규제만 늘어나는 분위기다.

전문가들은 AI 성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데이터센터 전반에 대한 지원과 진흥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AI 데이터센터 핵심은 전력, 한국도 대비해야

국내 기존 데이터센터는 대부분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용도로 활용됐다. 클라우드 데이터센터는 실시간성이 중요하다. 이 때문에 주요 기업이 위치한 서울이나 수도권에 주로 위치했다.

AI 데이터센터는 사용 목적에 따라 요구가 달라진다.

학습 영역에 사용되는 AI 데이터센터는 지리적 위치가 중요하지 않다. 실시간성보다는 방대한 학습에 사용되는 컴퓨팅 성능과 저장공간이 필요하다. 굳이 사용자와 인접하지 않아도 된다. 반면 추론 영역은 컴퓨팅 성능뿐 아니라 사용자와 인접성도 중요하다. 사용자가 실시간으로 묻는 질문에 답변하기 위해 대기 시간이 길어선 안되기 때문이다.

학습·추론 두 영역 모두 필요로 하는 것은 전력 집약적 컴퓨팅 능력이다. 빠른 컴퓨팅 능력을 뒷받침 하기 위한 필수 전력이다.

과거 단순 서버·스토리지 인프라 저장고로 사용될 시기 데이터센터 전력 밀도는 4~6킬로와트(KW) 수준이었다. 클라우드서비스를 제공하는(CSP) 용도가 되면서 10~14KW로 늘었고, AI용으로 사용하기 위해선 20~40KW를 요구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특히 많은 AI 기업이 사용하는 엔비디아 등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는 많은 전력을 소모한다.

글로벌 에너지 기업인 슈나이더 일렉트릭은 데이터센터에서 AI가 소비하는 전력 비중이 2023년 8% 수준에서 2028년 15~20%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도 AI 용도를 포함한 전반적 데이터센터가 급증하면서 전력 수급 문제가 수면 위로 오르고 있다.

한국데이터센터에너지효율협회에 따르면 국내 상업용 데이터센터가 지난해 38개에서 2028년 63개로 두 배 가량 늘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른 전력량도 지난해 587메가와트(MW)에서 2028년 1446MW로 세 배 가량 증가할 전망이다.

삼성증권은 이와 관련 보고서를 통해 “AI는 기존 대비 3~4배의 전력 집적도를 요구한다”면서 “지방 잉여 전력을 활용하면 이상적이나 송배전망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시차 고려 시 2~3년 뒤 한국도 AI가 대세가 될 것이고 AI 성장 속도는 인프라에 달렸다”면서 “(전력 등) 공급 부족으로 수요가 억제돼선 안된다”고 덧붙였다.

국가 AI 데이터센터 내부 전산실 모습

◇데이터센터, 인프라가 아니라 산업…진흥 정책 필요

데이터센터에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해선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데이터센터를 단순 인프라로 바라보는 시선은 여전하다. 데이터센터 역시 AI 성장을 위한 주요 산업으로 인식해야 전력을 비롯해 다양한 지원책이 동반될 수 있다.

나연묵 단국대 교수(컴퓨터공학)는 “데이터센터는 AI 경쟁력을 좌우할 인프라로, 규제 일변도에서 벗어나 진흥책을 고민해야할 때”라면서 “말레이시아, 태국 등 아시아 주변 국가에서 더 적극적으로 데이터센터 산업을 육성하는 상황에서 규제만 지속하다간 데이터센터 국가 경쟁력뿐 아니라 AI 주권을 뺏기는 상황까지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업계에 따르면 데이터센터 지역 분산 정책(산업부),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 시행(산업부), 디지털서비스 안정성 강화 방안(과기정통부), 제로에너지건축물(ZEB) 인증 확대(국토부) 등 데이터센터 관련 크고 작은 규제가 10여개에 달한다.

국내 대형 데이터센터 업계 관계자는 “신규 데이터센터 구축을 차치하더라도 기존 데이터센터마저 규제 대상이 되면서 사업 환경은 더 악화되는 분위기”라면서 “데이터센터 산업이 이제 막 성장하려는 시기에 부처별 난립하는 규제때문에 싹도 못 틔워보고 접어야 할 판”이라고 호소했다.

업계는 데이터센터 산업 육성을 위해 인력양성과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한국데이터센터연합회에 따르면 민간데이터센터의 경우 센터당 기관인력이 평균 50.7명, 외주인력은 42.6명이 근무한다. 민간데이터센터의 31.2%(43개 데이터센터 조사)는 운영 인력이 부족하다고 답했다. 향후 구축 계획 중인 데이터센터는 약 86개소로 모두 거대 이상 규모의 데이터센터다. 이들 데이터센터가 다 구축되면 약 1만 2900명의 데이터센터 인력이 추가로 필요할 것으로 예측된다.

강중협 한국데이터센터연합회장은 “데이터센터 산업 성장으로 늘어난 인력 수요 대비 인력 공급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면서 “데이터센터 전문 인력 양성을 위한 지원 사업을 서둘러 진행해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 회장은 “정부가 수도권 전력 부족을 이유로 지역분산 정책을 시행하고 있지만 지역 이전 시 어떤 인센티브를 줄 지 구체적 계획이 공개되지 않았다”면서 “산업 육성을 위한 지원책도 마련돼야 건전한 생태계 조성이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지선 기자 river@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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