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DT인] `기능올림픽` 국대 출신 문학훈 교수 "정비업 40년 결론은 양심으로 말하는 것"

박한나 2024. 9. 23.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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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훈 오산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가 23일 오산대 인적자원센터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박한나 기자.
문학훈 오산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가 23일 오산대 인적자원센터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박한나 기자.
문학훈 오산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가 23일 오산대 인적자원센터 강의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박한나 기자.

문학훈 오산대학교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정비업계에서 '살아있는 전설'이다. 그는 1985년 국제기능올림픽 대회의 자동차 정비부문 국가대표로 금메달을 획득한 이후부터 오늘까지 무려 40년 정비 한 길을 걸으며 입지를 다져왔다.

"전국에서 1명 뽑는 국가대표로 선발돼 1985년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제 28회 국제기능올림픽 대회 정비부문에 출전했습니다. 당시 김포공항에서 광화문까지 카퍼레이드를 했는데 꽃과 종이가 떠다닌 기억이 납니다. 또 전국기능경기 대회에서 금메달을 딴 덕분에 상금으로 600만원을 받아 당시 시골집까지 구입했죠."

가정 형편이 어려웠던 문 교수는 학비 걱정 없이 학교에 다니기 위해 상업고등학교 기계과에 진학했다. 자동차와 운명이었는지 그 시작이 1984년 현대자동차의 특별채용으로 입사해 국가대표 선수들이 필요한 훈련을 할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국제대회에 메르세데스 벤츠 190E나 닛산 센트라 등의 수입차가 나와 훈련에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국내에 해외 차종들이 많지 않았던 시절이었습니다. 하지만 훈련하면서 엔진, 변속기 등의 분해와 조립과 같은 기본적인 자동차 구조와 시스템에 대한 이해에 전기장치 등 새로운 기술과 방법론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방법으로 지식을 계속 업그레이드할 수 있었습니다."

현대차 정비연수원에서 일반 정비사들을 대상으로 교육하는 일을 맡았을 때도 신차 모델이 나올 때마다 스터디는 필수였다. ABS(안티록 브레이크 시스템), ECS(엔진 제어 시스템)와 같은 최신 고급 차량 제어 시스템을 정확하게 이해해야 정비 교육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화기에서 컴퓨터 기반의 시스템으로 전환되는 시대여서 기술을 빠르게 습득하고 강의에 반영하는 게 매번 중요했다는 설명이다.

"정비연수원에서 당시 전국 23개 센터에서 수리하지 못한 차를 가져와 집중적으로 수리하는 활동도 이뤄졌습니다. 몇 날 며칠 원인을 찾고 시운전을 하면서 못 고친 차가 없었습니다. 다른 사람이 고치지 못한 차를 고쳤을 때 희열과 보람을 많이 느꼈습니다. 최후 종합병원의 역할을 했던 정비연수원이 지금의 현대차 하이테크센터의 모태입니다."

기아에서는 해외 서비스팀에서 근무하며 독일 푸랑크푸르트 테크니컬 핫라인 센터를 개발하는 데 집중했다. 전화 연결 시 차량 정보를 묻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렸던 문제를 기아 전산센터에서 17자리 차대번호를 불러오는 방식을 제안해 해결했다. 그가 개발한 이 같은 웹 기반의 기술 지원 시스템은 현재 GSW(정비 지침서) 개발의 토대가 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당시 웹 기반의 기술 지원 시스템을 개발한 것은 기아가 국내 최초였습니다. 지금은 6자리 생산번호로 바뀌었지만 차대번호 17자리 숫자에는 256개 차량 정보가 담겨있습니다. 정비 상담원이 엔진 배기량, 변속기 정보 등 수리에 필요한 정보만 선택하도록 해 효율성을 높였습니다. 정비사의 입장에서 어떤 정보가 필요한지 너무 잘 알았던 것 같습니다."

현대차와 기아에서 약 24년 동안 자동차 정비 실무와 강의 경험을 한 그는 1급 정비공장까지 운영한 경험 덕분에 2010년 3월 학계에 발을 들였을 그 누구보다 학문적 이론과 실제 적용을 융합하는 독보적 위치에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전기차 역시 시스템의 이해도가 부족해 정비의 두려움을 호소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전기차의 시스템만 정확히 이해하면 내연기관차와 동일한 수준으로 정비할 때 안전합니다. 전기차는 고장 진단 후 부분 수리로 고칠 수 없습니다. 대신 ICCU(집적형 중앙제어장치) 등 전자부품이 고장 날 경우 전체를 교환하는 수리 방식이기 때문에 오히려 이론과 실제 수리 시 해결이 더 쉬울 수 있습니다."

그는 동시에 정비업계에 비판적인 의견을 제시하는 전문가로도 알려져 있다. 일각에선 그가 소비자 입장에서 유리한 발언을 하지 않는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자동차 정비만 40년 업으로 삼은 사람으로 단지 기술자로서의 양심을 가지고 이야기할 뿐입니다. 현대차와 기아를 나온 지가 벌써 20년이 넘었습니다. 제가 기업 편을 들어야 할 이유도 없습니다."

그는 실제 차량의 다양한 운행 데이터를 기록하는 장치인 EDR의 데이터 분석을 통해 객관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한 예로 스마트 크루즈와 같은 ADAS(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 사용 중 발생한 사고에서 제작사의 문제인지, 운전자 과실인지를 따지는 문제를 EDR 데이터를 분석해 스마트 크루즈의 오작동임을 밝혀낸 적이 있다.

"EDR 데이터를 이용해 차량의 브레이크 페달 신호, 핸들 조작 각도, TPS 각도 등을 종합적으로 그래프로 그려보니 운전자 과실이라기 보다는 스마트 크루즈가 오작동해 발생한 사고였습니다. 운전자 매뉴얼에도 스마트 크루즈가 오작동하는 조건이 나와 있습니다. '어두운 터널에서 나올 때 차선 인식이 되지 않는다'는 점이 명시돼 있습니다. 이 사고 역시 터널 직후 생긴 사고였습니다."

"스마트 크루즈는 차량을 자동으로 제어할 수 있게 해주지만 완전히 자율적인 시스템이 아닙니다. 어디까지나 운전자 보조 시스템입니다. 기술적 한계는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항상 운전 중에는 스마트 크루즈가 켜져 있더라도 주변 상황을 주의 깊게 관찰하고 필요한 경우 즉시 수동으로 브레이크를 밟을 수 있는 준비가 돼 있어야 합니다."

제조물 책임배상법 역시 그가 오해를 받는 부분이다. 완성차업체들이 제시할 수 있는 증거는 EDR 데이터인데, 이마저도 데이터 자체의 신뢰성 문제를 제기하는 소비자들이 있는 만큼 어떤 증거를 내밀어도 제조사의 주장을 신뢰할지 의문이라는 주장을 폈다가 소비자단체의 비난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제조물 책임배상법이나 급발진 용어 자체에 자동차 제작사가 잘못해서 일어난 것처럼 표현돼 있다는 점을 지적한 게 반감을 사고 있는 것 같습니다. 실제 '급발진' 사고는 20대부터 70대까지 많이 일어나고 있는데 용어 재정의가 필요합니다.

"해결 방법은 소위 '조사검증위원회' 구성뿐이라고 생각합니다. 제조사가 제출하는 EDR 데이터도 못 믿겠다면 소방청, 경찰청, 국과수, 교통안전공단 등 전문가들로 구성된 위원회가 공정한 조사를 하는 것입니다. 기술자로서 누군가에게 불편할 수 있는 제언이라도 양심에 따라 솔직하게 말하는 것은 멈추지 않을 생각입니다." 박한나기자 park2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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