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장 병원’ 불법의료기관에서 2000억 넘게 환수결정, 90% 넘게 미징수

이혜인 기자 2024. 9. 23.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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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의료기관에 지급했다가 환수하기로 결정한 보험재정이 올해 2000억원 넘게 발생했다. 사진|경향신문 DB

건보당국이 ‘사무장 병원’ 등 불법 의료기관에 지급했다가 환수하기로 결정한 보험재정이 올해 7월까지 2000억원 넘게 발생했는데, 대부분이 미징수됐다.

23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지난 7월까지 불법개설기관 30곳을 대상으로 한 환수 결정 금액은 2033억7700만원이었다. 지난해 전체 환수결정액인 1878억원을 이미 넘어섰다.

전체 금액 중 사무장 병원 등 불법 개설 의료기관 28곳의 환수결정액이 1313억3300만원으로, 64.6%를 차지했다. 사무장병원은 의료법상 의료기관을 개설할 자격이 없는 사람이 의료인 등을 고용해 그 명의로 운영하는 병원이다.

면허대여 약국 2곳에서 발생한 환수결정액만 720억4400만원으로 규모가 상당했다. 면허대여 약국은 약사법상 약국을 열 자격이 없는 사람이 약사 등을 고용해 운영하는 약국이다.

건보공단이 적발한 불법개설기관 사례 중에는 제왕절개를 통해 태어난 아이를 물에 담가 질식사시킨 산부인과와 말기암 환자를 대상으로 ‘산삼약침’ 등을 영업해 선결제 진료비를 챙긴 후 잠적한 한방병원 등이 포함됐다.

대부분의 환수결정액이 징수되지 못한 상태다. 7월 기준으로 공단이 징수한 금액은 152억6700만원으로, 징수율이 7.5%에 그쳤다. 나머지 1881억1000만원(92.5%)은 징수하지 못했다.

공단은 수사기관에서 불법 개설 혐의가 인정된다는 수사 결과를 전달하면 해당 기관에서 청구한 진료비 등을 일단 지급 보류하고 나머지 금액은 환수한다. 환수 실적이 저조한 것은 사무장병원이나 면허대여 약국이 재빠르게 재산을 처분하거나 은닉하며 압류를 피하는 방법을 쓰는데, 경찰 수사가 평균 11개월에 이를 정도로 긴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지난 14년(2009년∼2023년 11월)간의 환수결정액 3조4000억원가량 중 징수된 금액은 약 2300억원(6.9%)에 불과하다.

김미애 의원은 “재작년부터 불법개설기관 대상 환수 결정액이 크게 늘고 있지만, 징수율이 매우 낮아 도덕적 해이를 부추기는 상황이 아닌지 우려된다”며 “건보공단 특사경을 도입하는 방안을 신속하게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혜인 기자 hye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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