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 석포제련소 대표 구속 기소…중대재해법 첫 사례
각종 산업재해로 노동자 15명 사망
검찰 “조직적인 증거 인멸 정황 확인”
안전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아 노동자를 숨지게 한 혐의(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를 받는 박영민 영풍 석포제련소 대표이사가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경영책임자인 원청 대표이사가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 된 첫번째 사례다.
대구지검 안동지청은 박 대표이사와 배상윤 석포제련소장을 구속 기소했다고 23일 밝혔다. 배 석포제련소장은 산업안전보건법·화학물질관리법 위반 등 혐의를 받는다.
지난해 12월6일 경북 봉화 영풍 석포제련소에서 불순물 탱크 모터 교체 작업 중 유독가스가 누출되는 사고가 일어났다. 작업 중이던 노동자 4명은 복통, 호흡곤란 등 급성 중독 증세를 보여 병원에 입원했다. 입원한 노동자 중 1명은 같은 달 9일 숨졌다. 노동자들은 비소가 산과 접촉할 때 발생하는 유독성 가스 아르신에 장시간 노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지난달 23일 박 대표와 배 소장이 석포제련소 내 유해물질 밀폐설비 등 안전보건 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며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법원은 “범죄 혐의가 중대하고, 도주 우려가 있으며 증거 인멸의 우려가 있다”며 지난달 29일 영장을 발부했다.
검찰은 원청 대표이사인 박 대표이사에 대해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제련소장으로 근무하며 제련소 상황을 잘 알고 있었다”며 “2022년 2월에도 아연정제 공정에서 노동자가 비소에 급성 중독된 사례를 보고 받았고 같은해 하반기 외부기관 위탁 점검 시 동일 문제점이 다수 지적됐음에도 별다른 조치를 다 하지 않아 경영책임자로서 책임을 물었다”고 밝혔다.
또 “석포제련소는 2008년부터 하청업체 노동자들이 비소 중독 사고 등 산업재해가 지속해서 발생했으나 이에 대한 근본적인 재발 방지 대책은 수립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영풍 석포제련소 측의 증거 인멸 정황도 확보했다. 검찰은 “압수수색을 통해 임직원 3명이 아연정제 공정에서 발생하는 비소 측정 데이터 삭제를 모의하고 실제로 데이터를 삭제하는 등 조직적이고 체계적인 증거 인멸 정황을 확인했다”고 했다.
원·하청 임직원 8명은 비소 누출 당시 통제 의무를 위반한 혐의(산업안전보건법·화학물질관리법 위반)가 적용돼 불구속기소 됐다. 원청 법인은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하청 법인은 산업안전보건법·화학물질관리법 위반 혐의가 적용됐다.
석포제련소에서는 지난 3월에도 냉각탑 청소 작업을 하던 하도급 노동자 1명이 이물질에 맞아 사망했다. 지난 2일에도 하도급 노동자 1명이 옥상에서 작업을 벌이다 열사병으로 숨졌다.
안동환경운동연합은 1997년부터 최근까지 각종 산업재해로 영풍 석포제련소에서 사망한 노동자는 총 15명으로 파악됐다고 밝힌 바 있다.
김현수 기자 kh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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