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만 청년 잡아라”…은행권, 나라사랑카드 쟁탈전
(시사저널=정윤성 기자)
국방부의 나라사랑카드 3기 사업자 선발이 올 하반기 진행된다. 10년 만에 돌아온 나라사랑카드 사업자 재선정은 올해 금융권 기관 영업 경쟁의 핵심으로 꼽힌다. 나라사랑카드는 징병검사부터 군복무와 예비군까지 병역 의무자들의 전자신분증·전자통장·현금카드 역할을 한다. 매년 입영하는 20만 명의 장병뿐 아니라 예비군 등을 포함해 200만 명 이상의 청년 고객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다.
장병 월급도 10년 사이 크게 뛰었다. 핵심 예금 역시 이에 준하는 규모로 늘릴 수 있게 됐다. 고객뿐만 아니라 운영 자금 확보에도 톡톡한 효과를 볼 수 있는 셈이다. 은행들이 사전 작업에 하나 둘 착수한 만큼 치열한 경쟁이 예고된다.
운영 대행사 바뀌어도 '장병 복지' 관건
이번 경쟁 양상은 과거와 크게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국방부가 사업자 은행 선정 업무를 담당하는 운영 대행사를 공개 입찰하기로 하면서다. 지난 20년간 현 운영 대행사인 군인공제회 C&C가 나라사랑카드 발급과 운영 업무를 담당해왔다. 나라사랑카드 사업자 후보 은행들을 심사하고 선정하는 역할도 군인공제회 C&C의 몫이었다.
하지만 지난 2017년 감사원 정기검사에서 국방부가 나라사랑카드 운영에 대한 지적을 받음에 따라 상황이 달라졌다. 군인공제회 C&C가 나라사랑카드 사업을 통해 관련 금융기관으로부터 카드 발급 수수료와 운영 유지비 등으로 수령한 금액을 자체 수입으로 귀속했다는 지적이다. 병역 의무자의 복지 증진을 위해 사용돼야 할 이윤이 나라사랑카드 사업과 관련 없는 장교, 부사관, 군무원의 생활안정 및 복지증진 등에 쓰였다는 의미다.
국방부는 이같은 지적에 따라 공개 입찰을 통해 운영 대행사를 결정하기로 했다. 국방부 산하 기관을 비롯해 민간 기업에게도 입찰 기회가 열려 있다. 만약 새로운 대행사가 선정될 경우 어떤 평가 기준을 적용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사업을 준비하는 은행들 입장에선 고려해야 할 요소가 늘어난 셈이다.
다만 은행권은 운영 대행사 선정의 변수에도 경쟁의 틀은 비슷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입찰에 대해 구체적으로 확정된 것이 없지만 장병들에게 양질의 금융 서비스와 혜택을 제공하는 것이 핵심이라는 점은 동일할 것"이라고 짚었다.
혜택 차별화 초점…일부 은행은 신중
2기 사업자 선정 당시 평가 기준을 보면, 카드 부가서비스(20점), 현역 복무 중 나라사랑카드 적용 방안(10.5점), 장병 복지 추가 제안(10점) 등 회원 복지와 서비스에 중점을 둔 바 있다. 앞서 KB국민은행과 IBK기업은행이 2기 사업자로 선정된 데도 군마트(PX) 할인, 무료 상해보험 가입 등의 혜택을 추가로 제안한 효과가 컸다.
이 밖에 평가 기준엔 재무구조, 경영상태, 시스템 구축 비용 등의 항목도 존재했다. 하지만 국책 사업에 참여할 정도의 국내 은행들이 해당 항목에서 큰 차이를 만들기 어렵다는 평가를 받았다. 3기 사업자 역시 병역 의무자에게 얼마나 더 좋은 혜택을 제안할 수 있는지가 관건인 셈이다.
물밑 작업을 펼치는 은행들도 다양한 복지 혜택을 내세우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특히 지난 10년 간 은행들은 종합 금융그룹으로 발돋움했다. 2기 사업자를 선정할 당시와 비교했을 때 4대 금융지주 모두 보험, 카드, 증권 등 비은행 계열사를 갖췄다. 월급이 오른 장병들의 재테크 수요도 커진 만큼 계열사 시너지를 활용해 다양한 금융 서비스를 내세울 여건이 마렸됐다. 장병들 입장에선 누릴 수 있는 혜택도 커졌다.
일부 은행에선 정성적 평가에서 차별점을 갖추기 위한 움직임도 포착된다. 신한은행은 나라사랑카드 사업과 관련해 담당 부서에 학군사관후보생(ROTC) 출신을 배치하고 있다. 우리은행 역시 지난 3월 육군 대령으로 퇴직한 군 간부를 경력으로 채용했다. 군 대상의 지원 사업 확대와 마케팅을 강화하기 위한 목적이다.
현재 기존 사업자인 KB국민은행과 IBK기업은행 외에 신한은행, 우리은행, NH농협은행, 전북은행 등이 사업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다만 신규 운영사로 선정됐을 때 수백억원대의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만큼 신중한 은행들도 있다. 또 복수 사업자로 운영되는 만큼 사업자 선정 이후에도 지속적인 마케팅 비용을 투입해 경쟁에 나서야 하는 점도 부담으로 꼽힌다.
Copyright © 시사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단독] 송기인 신부 “문재인 가족이 원해서 제주의 내 집 팔았다” - 시사저널
- 김건희 여사는 왜 ‘비호감 영부인’이 됐을까 - 시사저널
- 한동훈의 ‘별의 순간’?…‘20% 성적표’ 尹과 갈라서야 올까 - 시사저널
- ‘추석 응급실’ 당직 교수 “뺑뺑이 타령 그만…골든타임 얼마 안 남았다” - 시사저널
- “40억원 넘을 듯”…오타니 50호 홈런공 주운 ‘행운의 관중’ - 시사저널
- 직접 소방헬기 올라탄 응급실 의사…급성심근경색 환자 살렸다 - 시사저널
- 실종된 딸 찾아 전국 헤매던 한 가족의 비극 [정락인의 사건 속으로] - 시사저널
- “비타민제? 너무 많이 챙겨 먹어 문제” - 시사저널
- ‘왜 자꾸 살이 찌지?’…야금야금 체중 늘리는 생활습관 3가지 - 시사저널
- 산통만큼 지독한 ‘요로결석’ 통증, 하루 물 10잔으로 예방할 수 있다 - 시사저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