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22개월 만에 특조위 '첫발'…"희생자 원 풀리게 하겠다"
유가족협의회 "특조위 압박과 부담감 극복하길"
특조위 주요 과제 '진상규명‧재발 방지 대책 마련'
과거 특조위보다 축소된 권한‧정쟁화 우려는 '걸림돌'
10‧29이태원참사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특별조사위원회(이태원참사 특조위)가 23일 첫 회의를 열어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송기춘 교수를 위원장으로 선출했다. 송 위원장은 "희생자와 유족의 원(怨)이 풀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태원 참사 특별법이 여야 합의로 국회를 통과해 지난 5월 시행된 지 4개월, 참사 발생 22개월 만에 진상규명을 위한 첫 발을 뗀 특조위는 첫 번째 공식 외부 일정으로 희생자 유가족들을 만났다. 위원들은 임기 동안 참사의 진실을 규명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할 것을 약속했다.
이태원참사 특조위원들은 이날 첫 회의 직후 오전 11시 30분쯤 서울 중구에 마련된 이태원 참사 임시 기억‧소통공간 '별들의 집'을 찾았다.
특조위 송기춘 위원장과 위원 8명은 '별들의 집'에 설치된 기념물 등을 둘러보며 희생자들을 추모했다. 송 위원장은 방명록에 "공정하고 철저한 진상규명을 통해 희생자와 유족의 억울함을 치유하고, 평안한 일상을 회복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썼다.
별들의 집에 들어서자 한쪽 벽면에는 이태원 참사 희생자 159명의 사진이 담긴 액자가 걸려 있고, 다른 벽면에는 참사 당일 시간대별로 김광호 전 서울경찰청장, 박희영 용산구청장 등 참사 책임자로 지목된 이들의 동선 등이 적혀 있었다.
10‧29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유가협) 이정민 운영위원장과 유가족 10여 명은 위원들과의 간담회에서 이태원참사 특조위의 출발을 환영한다며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 대책 마련 등을 위해 힘써달라고 당부했다.
이 위원장은 "우리 위원님들이 가지는 압박과 부담이 클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저희가 가졌던 고통과 인내를 조금이라도 이해해 주시고, 압박감을 잘 극복하셔서 좋은 결과를 내주실 수 있도록 활동해주셨으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송 위원장은 "희생자와 유족들의 아픔을 함께 보듬고 치유할 수 있도록, 유족들이 소망하는 대로 아픔을 벗어내고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며 "철저히 진실을 규명해서 유족들의 아픔을 치유하고, 더 안전한 사회를 만드는데 기여할 수 있도록 정성을 다하겠다"고 답했다.
이태원참사 특조위는 유족 방문에 앞서 제1차 전원위원회를 열고 송 교수를 위원장으로 선출했다. 국회의장 추천으로 특조위원이 된 송 교수는 군사망사고 진상규명위원장으로 활동한 인물이다.
특조위는 회의에서 '10·29 이태원참사 피해자 권리보장과 진상규명 및 재발방지를 위한 특별조사위원회 진상규명조사신청에 관한 규칙'도 제청했다. 이에 따라 다음 달 2일부터 2025년 6월 30일까지 접수된 진상규명 조사신청서를 토대로 본격적인 진상규명 활동을 시작하기로 했다.
이태원 참사 특조위의 주요 과제는 '이태원참사 특별법'에 명시된 대로 참사 발생 원인, 수습 과정, 후속 조치 등 참사 전반에 걸친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이다. 참사 당시 재난관리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이유를 따져보고, 이런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이후 참사가 재발하지 않도록 관련 대책들을 마련하는 것이다.
경찰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지만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오세훈 서울시장 등 참사 대응 과정에서 책임 있는 '윗선'의 책임을 따져보는 것도 관건으로 꼽힌다.
이태원참사 특조위에 대한 기대감만큼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세월호 참사 특조위 등 과거 활동했던 특조위보다 조사 권한이 일부 축소됐고, 위원장을 제외하고 여야 동수로 나뉜 특조위 구성을 고려하면 조사 활동 자체가 자칫 정쟁화 될 여지도 있기 때문이다.
이태원참사 특조위는 이미 수사기관의 판단을 받은 이들까지 조사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 받았다. 다만 과거 특조위가 가졌던 '불송치·수사 중지 사건에 대한 자료 제출 요구권'과 '압수수색 영장 청구 의뢰권' 조항은 여당 반대로 이번 특별법에선 삭제됐다.
제2차 전원위원회 회의는 오는 30일 오후 3시 서울 중구 특별조사위원회 대회의실에서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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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양형욱 기자 yangsim@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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