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특조위’ 활동 시작···송기춘 위원장 “지연된만큼 책무 다할 것”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과 재발장지를 위한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가 23일 첫 회의를 열고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참사 발생 22개월, ‘10·29 이태원 참사 피해자 권리보장과 진상규명 및 재발 방지를 위한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한 지 4개월 만이다. 특조위는 첫 회의 뒤 유가족과 만나 의견을 청취했으며, 진상규명 조사신청을 다음 달 2일부터 받기로 했다.
특조위는 이날 오전 서울 중구에 마련된 특조위 사무실 내 대회의실에서 제1차 전원위원회를 열었다. 이날 회의에는 송기춘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상철 법무법인 민주 변호사, 위은진 법무법인 유한 민 변호사 등 상임위원 3명과 김문영 성균관대 의대 조교수, 방기성 한국방재협회 회장, 양성우 법무법인 지향 변호사, 이민 법률사무소 헤아림 변호사, 정문자 국회 윤리심사자문위원회 위원, 황정근 법무법인 소백 변호사 등 비상임위원 6명이 모두 참석했다.
특조위는 첫 회의에서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던 송기춘 교수를 위원장으로 선출했다. 송 위원장은 “이태원 참사가 벌어진 원인과 경과를 명확하게 규명하고, 책임 경중을 엄격히 따지며 참사가 재발하지 않도록 시스템을 재구성해야 한다는 유족과 피해자, 국민의 열망이 있었으나 국가의 반응은 매우 느렸다”며 “출발이 지연된 만큼 더욱 철저하게 본연의 책무를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송 위원장은 이어 “특조위 활동을 통해 사회적 논란을 종식하고 삶의 모든 영역에서 자유롭고 안전한 공동체를 회복하고자 한다”며 “특조위 활동이 신속하게 이뤄지기 위해 정부와 국회가 각별한 책임감을 가져주시기를 당부드린다”고 했다.
특조위는 ‘10·29 이태원 참사 피해자 권리보장과 진상규명 및 재발 방지를 위한 특조위 진상규명조사신청에 관한 규칙’을 의결했다. 이날 통과된 규칙에 따라 이태원 참사 희생자의 유가족, 이태원 참사로 신체·정신·경제적 피해를 본 사람, 직무가 아님에도 긴급구조 및 수습에 참여한 사람, 해당 구역 인근에서 사업장을 운영하거나 근로활동을 하고 있던 사람 등은 다음 달 2일부터 내년 6월30일까지 진상규명 조사신청을 할 수 있다.
특조위 사무처 설립준비단 구성안도 의결됐다. 파견 공무원 7명·민간 전문가 8명으로 구성된 준비단은 3개월간 특별법 시행령 초안을 마련하는 등 특조위가 독립적 기관으로 활동하기 위한 준비를 한다. 특조위는 사무처 출범 전까지 전원위원회를 매주 화요일에 열기로 했다. 특조위 활동 기한은 1년이며 활동 기한을 3개월 연장할 수 있다.
회의를 마친 후 특조위 위원들은 서울 중구에 있는 이태원 참사 기억·소통 공간인 ‘별들의 집’으로 이동해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유족들과 인사를 나눴다.
송 위원장은 간담회에 앞서 “공정하고 철저한 진상규명을 통해 희생자와 유족의 억울함을 치유하고 평안한 일상을 회복할 수 있도록 하겠다”라는 추모 메시지를 남겼다. 이상철 상임위원도 “참사가 다시 없는 날을 만드는 데 노력하겠다”고 적었다.
이정민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위원장은 비공개 간담회를 시작하기에 앞서 인사말을 하며 “저희가 22개월 동안 너무 오래 기다리며 참 힘든 일들을 겪었는데, 오늘에서야 꽉 막혔던 것들을 풀 수 있는 시간이 되지 않을까 싶어 너무 기뻤다”며 울먹였다. 이 위원장은 그러면서 “위원들께서 갖는 압박과 부담이 크겠지만 잘 극복해주고 활동을 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유가족들에 대한 법률 지원을 해온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윤복남 회장도 “(진상을) 충분히 조사하지 않는다면 서울 한복판에서 일어난 이 어처구니없는 참사는 언제라도 재발할 수 있다”며 “철저한 진상규명은 단지 몇 사람의 형사처벌에 그치지 않고 제대로 된 재발방지책을 만들고 우리 사회를 더 안전한 사회로 만드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송 위원장은 이에 “소망하시는 대로 아픔을 벗어내고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게끔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며 “위원회는 유족의 아픔에 공감하기 때문에 언제라도 오셔서 말씀을 나눌 수 있도록 문을 항상 열어놓겠다”고 답했다.
https://www.khan.co.kr/national/national-general/article/202409130956001
배시은 기자 sieunb@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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