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의 집념…반세기 전 ‘호주 잔혹살해 사건’ 용의자 잡았다

김가연 기자 2024. 9. 23.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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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의 장기 미제 사건인 ‘이지 스트리트 살인사건’의 용의자. /호주ABC방송

호주에서 ‘가장 끔찍한 사건’이자 ‘대표적인 장기 미제사건’으로 꼽히는 ‘이지 스트리트 살인사건’의 용의자가 약 반세기 만에 붙잡혔다.

22일(현지시각) AP통신 등에 따르면, 이탈리아 경찰은 지난 19일 로마의 피우미치노 국제공항에서 47년 전 호주에서 두 여성을 잔혹하게 살해한 혐의를 받는 그리스·호주 이중 국적의 남성 A(65)씨를 체포했다.

A씨는 1977년 1월 멜버른의 이지 스트리트에 있는 임대주택에서 흉기를 휘둘러 수잔 암스트롱(27)과 수잔 바틀릿(28)을 잔인하게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피해자들은 모두 현장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생후 16개월이었던 암스트롱의 아들은 다행히 다른 방 침대 위에서 무사한 채로 발견됐다. 이 아이는 홀로 며칠간 침대 위에 방치돼 울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들은 함께 고등학교를 다닌 친구 사이였던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암스트롱이 성폭행을 당했으며, 바틀릿이 범행을 목격하고 친구를 도우려다 변을 당한 것으로 추정했다.

당시 호주 경찰은 범인의 DNA 증거를 확보해 보존하고, 130명을 용의선상에 올려놓고 수사를 이어갔으나 사건을 해결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경찰은 그 후로도 포기하지 않고 사건의 실마리를 찾기 위해 애썼다.

22년이 지난 1999년에는 유력 용의자 8명을 상대로 DNA 검사를 시행했으나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고, 2017년에는 100만 호주달러(약 9억원)의 포상금까지 내걸었다. 같은 해 경찰은 단서를 잡았다. 경찰은 DNA 샘플 제출 요청을 거부하고 그리스로 도피한 한 남성을 유력한 용의자로 판단했다.

경찰은 A씨의 행적을 수년간 추적하며 그가 그리스 밖으로 나가기만을 기다렸다. 그리스의 살인사건 공소시효는 20년이기 때문이라고 매체는 설명했다. 이후 A씨에 대해 인터폴 적색수배가 내려졌고, 이번에 A씨가 그리스에서 이탈리아로 입국하면서 체포된 것이다. 이탈리아는 여러 명을 살해하거나 성범죄와 관련된 살인에 대해서는 공소시효를 적용하지 않아 가능했다.

호주 경찰은 이탈리아 당국에 범죄인 인도를 청구하는 등 이 남성을 송환하기 위한 법적 절차에 착수했다.

A씨는 1977년 사건 발생 현장으로부터 약 350m 떨어진 곳에 거주하고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17세였던 그는 피해자 중 한 명인 바틀릿이 교사로 근무하던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이었다.

A씨가 혐의에 대해 어떠한 입장을 밝혔는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호주 매체들은 아직까지 현지에 거주하고 있는 A씨 동생의 인터뷰를 전했다. A씨 동생은 “형이 체포된 건 엄청난 실수라고 생각한다. 내가 형을 잘 아는데, 그런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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