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투수 만들고 은퇴할게" 베테랑의 약속, 15년 전 '삼린이'는 '푸른피 다승왕'이 된다
원태인은 22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와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홈경기에 선발 등판해 6이닝 동안 100구를 던져 5피안타 1사사구 5탈삼진 1실점 호투, 시즌 15번째 승리를 챙겼다.
올 시즌 28경기에서 159⅔이닝을 소화하며 리그 최다승 투수로 우뚝 섰다. 타이 브레이크 끝에 플레이오프(PO)로 향했던 2021년 14승을 넘어 다승 1위 등극과 함께 삼성을 3년 만에 가을야구로 이끌며 정규시즌 최종 2위에 안착시켰다.
대구 태생의 원태인은 율하초-경복중-경북고를 거쳐 삼성에 입단한 전형적인 로컬 보이다. 삼성의 왕조를 보고 자랐지만 한참 하락세를 타고 있던 시기에 입단해 토종 에이스로 빠르게 자리를 잡았다.
그러나 데뷔 시즌부터 포수 골든글러브 6회 수상에 빛나는 강민호(39)와 호흡을 맞출 수 있었다는 건 크나 큰 행운이었다. 2004년 롯데 자이언츠에서 선수 생활을 시작해 10년 넘게 원클럽맨으로 활약했으나 2018년을 앞두고 자유계약선수(FA)로 삼성으로 이적한 터에 리그 최고 투수가 될 재목과 조우했다.
이를 바탕으로 올 시즌 한층 안정된 기량을 뽐냈다. 코너 시볼드(160이닝)와 함께 가장 든든히 로테이션을 지켰고 절반에 가까운 13차례나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달성했다.
1회 피안타율이 0.296에 달할 만큼 경기 초반 불안하게 시작하는 경우가 많았음에도 꾸준히 5,6회 이상을 책임졌고 지난달 2일 SSG 랜더스전에선 완투승을 챙길 만큼 이닝 이터로서 한층 향상된 기량을 뽐냈다.
15승을 달성하며 다승왕에 더 가까워졌다. 14승을 거둔 곽빈(두산)이 남은 일정 중 1승을 추가한다고 하더라도 최소 공동 다승왕까진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삼성 투수로는 역대 9번째, 토종 우투수로는 윤성환(2009년 14승) 이후 15년 만에 다승왕 타이틀이 눈앞에 가까워졌다. '삼린이(삼성의 어린이팬)'로서 응원하는 입장이었던 원태인은 어느덧 팀의 새로운 역사를 쓰는 에이스로 변모했다.
이어 "은퇴를 해도 되겠냐고 물어보셨다"며 "제가 FA 될 때까지만 조금 더 힘내달라고 말씀드렸다"고 답했다.
2번째 맞이한 가을야구에 대한 기대와 책임감도 남다르다. 올 시즌을 앞두고 스타뉴스와 만난 원태인은 "(강)민호 형이 몇 년 안 남았다"며 "한국시리즈 무대를 꼭 밟고 은퇴할 수 있게 해드리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플레이오프(PO) 직행 티켓을 팀에 안겨다준 원태인은 "저뿐만 아니라 선수들 모두 한 마음이겠지만 정말 열심히 준비를 해서 2021년의 아픔을 반복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준비하겠다"며 "늘 말해왔듯이 마지막에는 제일 위에서 끝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서 던지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안호근 기자 oranc317@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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