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만 명에 219억원 보상…‘확률 조작’ 메이플 사건 파장은

조유빈 기자 2024. 9. 23. 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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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분쟁조정 도입 이래 최대 보상안…미참여자도 보상 가능
게임업계에도 영향…부정적 인식에 확률형 아이템 배제까지 고심

(시사저널=조유빈 기자)

게임 아이템 확률 조작으로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로부터 '역대 최대 과징금'을 부과받았던 넥슨코리아(넥슨)가 유료 아이템 이용자 80만 명에게 219억원 상당을 보상하기로 했다. 집단분쟁조정 제도 도입 이래 '역대 최대 보상금'이다. 또 해당 아이템을 특정 기간에 사용한 소비자 전체에 보상을 하기로 해 주목을 받고 있다. 게임업계 '맏형'인 넥슨이 조정안을 수락하면서, 업계 전반에도 파장이 일 것으로 전망된다.

경기도 성남시 넥슨코리아 본사 모습 ⓒ연합뉴스

큐브 사용액 3.1~6.6% 넥슨 캐시로 보상…현금 환급 가능

한국소비자원(소비자원)은 넥슨이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분쟁조정위)의 권고를 받아들여 게임 유료 아이템 이용자 80만 명에게 현금 환급이 가능한 219억원 상당의 넥슨 캐시를 지급하기로 했다고 22일 밝혔다.

이번 사안은 분쟁조정위의 권고에 따라 집단분쟁조정에 참여하지 않은 소비자들에게도 보상을 진행하는 최초 사례다. 오는 12월31일까지 메이플스토리 홈페이지 '보상 신청 안내 페이지'를 통해 보상 접수를 받는다. 지급된 넥슨 캐시에 대한 환불은 고객센터를 통해 받을 수 있다.

지난 1월 공정위는 넥슨이 유료 아이템 '큐브'의 옵션별 출현 확률을 조작했다며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116억4200만원을 부과했다. 처음에는 옵션별 출현 확률을 균등하게 설정했다가, 2010년 9월부터 선호도가 높은 인기 옵션이 덜 나오도록 확률 구조를 변경했다는 것이다. 이에 소비자원은 지난 2~3월 확률 조작 피해자들에게 집단분쟁조정 신청을 받았고, 5800여 명이 조정에 참여했다.

세 차례의 회의를 통해 조정안을 마련한 분쟁조정위는 지난달 레드큐브 사용액의 3.1%, 블랙큐브 사용액의 6.6%를 현금 환급이 가능한 넥슨 캐시로 지급하라는 결정을 내렸다. 1인당 평균 20만원가량으로, 최고 보상액은 1067만원이다.

조정 절차에 참여하지 않은 이용자들에게도 보상이 이뤄지도록 관련 절차를 진행했고, 넥슨은 전체 피해자에게 보상하라는 권고를 받아들였다. 조정에 참여한 이용자뿐 아니라 해당 아이템 사용 이력이 있는 전체 이용자에게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기로 한 것이다. 2019년 3월1일부터 2021년 3월5일까지 큐브를 이용한 80만 명이 대상자가 된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집단분쟁조정 5개월 만에 조정안을 마련한 데다, 80만 명에 달하는 모든 이용자에 대한 보상 결정이 내려졌다는 점에서 집단분쟁조정의 효과가 입증된 사례"라고 설명했다.

넥슨 측은 "조정 과정 전반에 적극적이고 성실하게 임해왔으며, 앞으로도 이용자 권리 보호에 최선을 다하고 더욱 책임감 있는 자세로 즐거움 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또 "메이플스토리에 대한 변함없는 애정을 보내주신 이용자분들께 보답하는 의미로 전체 이용자 대상 게임 아이템을 제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넥슨은 오는 12월31일까지 메이플스토리 홈페이지 '보상 신청 안내 페이지'를 통해 보상 접수를 받는다. ⓒ메이플스토리 홈페이지 캡처

공정위 추가 제재 시 집단분쟁조정 이어질 가능성↑

확률형 아이템과 관련한 이번 사안은 게임업계 전반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공정위는 넥슨 제재 이후 확률형 아이템과 관련해 그라비티, 웹젠, 위메이드, 컴투스, 크래프톤 등 게임사들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있다. 그라비티의 라그나로크, 위메이드 나이트크로우의 확률형 아이템 실제 확률이 공지된 확률과 차이가 있다는 점에 대해 조사에 착수했다. 배틀그라운드 운영사인 크래프톤, 컴투스 프로야구를 운영하는 컴투스에 대한 현장 조사도 진행한 바 있다.

특히 소비자원이 공정위 조치와 연계해 피해자를 모집하는 방식으로 집단분쟁조정 절차를 진행한 이번 사례의 효과를 강조하고 있는 만큼, 다른 게임사들에 대한 공정위 제재가 추가로 이뤄질 경우 집단분쟁조정 절차가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넥슨이 게임 이용자 신뢰를 확보하는 차원의 대대적 보상에 나선 상황에서, 다른 게임사 역시 보상에 나설 수 밖에 없다는 시각도 나온다.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소비자의 부정적 인식이 커지자, 업계는 지속 가능한 수익성 방안에 대해서도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의 '대한민국 게임백서'에 따르면, PC 게임과 모바일 게임 매출 75%가량이 확률형 아이템에서 나온다. 그 정도로 확률형 아이템은 게임사의 주요 수익 모델이다.

그러나 게임산업진흥법 개정 등으로 지난 3월부터 확률형 아이템의 정보 공개가 의무화되는 등 규제가 강화되자, 일부 게임사는 확률형 아이템을 배제하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위메이드는 지난 5월 실적발표를 통해 '미르5'에 확률형 아이템을 배제하고 새로운 수익 모델을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한편 공정위는 게임사의 '먹튀' 방지를 위해, 서비스 종료 후 최소 30일 이상 환급 전담 창구를 운영하도록 온라인 및 모바일 게임 표준약관도 개정했다. 아울러 게임 이용자의 피해를 예방하고 이용자를 폭넓게 보호할 수 있는 방안을 계속 추진해 나가겠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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