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보그까지? 17년차에도 새로운 샤이니 키 “소비자로서 아깝지 않도록”[종합]
[뉴스엔 글 황혜진 기자/사진 표명중 기자]
데뷔 17년 차에도 여전히 새롭다. 그룹 샤이니 멤버 키가 사이보그 콘셉트로 또 하나의 키를 선보인다.
9월 23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페어몬트 앰배서더 서울에서 키의 3번째 미니 앨범 ‘Pleasure Shop’(플레저 숍) 발매 기념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솔로 신보 발매는 지난해 9월 발표한 미니 2집 'Good & Great'(굿 앤 그레이트) 이후 1년 만이다. 키는 "또 저번처럼 열심히 준비했다. 전 사실 본업이 이것이기 때문에 당연히 준비가 되면 또 나와야 하는 사람이니까. 그냥 절 좋아해 주시는 분들이 잘 즐겼으면 하는 마음으로 컴백을 준비해 나왔다"고 말문을 열었다.
키는 컴백 당일 생일을 맞이했다. 키는 "저도 처음이다. 타이밍도 잘 맞았던 것 같고 팬 분들도 기념할 만한 날이 될 것 같아 특별한 컴백일이 될 것 같다"며 "요즘 낼 수 있겠다는 계산은 했는데 딱 계산해 보니까 생일에 나올 수 있겠더라. 그럼 기왕 이렇게 된 거 생일에 내자고, 저도 너무 좋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키는 지난 주말 단독 콘서트에서 신보 전곡 무대를 최초 공개했다. 절친한 코미디언 박나래는 땀을 흥건하게 흘릴 정도로 콘서트를 신나게 즐겨 화제를 모았다. 키는 "콘서트를 미리 하기로 결정했었다"며 "나래 누나도 열심히 즐기다 갔다. 나래 누나 입에서 'H.O.T. 오빠들 얘기가 나왔다. 좋았냐고, 요즘 콘서트는 이렇다고 이야기를 했다"고 말했다.
이번 앨범에는 타이틀곡 ‘Pleasure Shop’을 필두로 ‘Overthink’(오버띵크), ‘Golden’(골든), ‘I Know’(아이 노우), ‘Going Up’(고잉 업), ‘Novacaine’(노바케인)까지 하우스 장르 위주의 총 6곡이 수록됐다.
서사적으로는 자신만의 세계로 사람들을 이끄는 ‘사이보그 키’를 소재로 한 신선한 이야기로 채워졌다. 키는 이 같은 아이디어에 대해 "사람들에게 기쁨을 주는 척하면서도 기쁨을 빼앗아도 일말의 죄책감도 가지지 않는 존재는 어떤 존재일까 궁금했다"며 "'Good & Great'(굿 앤 그레이트)와 달라야 한다는 생각도 있었고 막연하게 밝은 하우스라고 해서 제가 기쁨을 드릴 테니 저한테 오라는 이야기는 새로움이 없지 않았나 싶어 이런 이야기가 나오게 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샤이니 히트곡 중 하나인 'View'(뷰) 역시 하우스 장르의 노래였다. 키는 "그게 벌써 10년이 다 돼 간다. 저희한테 물로 하우스 장르가 오리지널리티가 있다고 할 수는 없지만 사실 그때는 메이저 업계에서 하우스 장르가 많이 쓰이는 장르는 아니었다. 저희가 하고 적절한 문화와 만나 사람들이 많이 좋아해 주셨다"고 말했다.
이어 "요즘 심심치 않게 쓰이는 걸 보며 저도 팀으로서 했던 건데 저게 나에게 있었던 정체성일 수도 있고, 내가 솔로로 했을 때도 표현을 잘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갑자기 막연하게 들어 곡들을 수집했다. 그러던 중 이번에는 아예 하우스로 박아 놓고 시작하기로 했다. 원래 그런 경우가 거의 없다. 보통 타이틀곡이 정해지면 거기에 맞춰 수록곡들을 찾았는데 이번에는 그렇게 작업을 했다"고 덧붙였다.
타이틀곡 'Pleasure Shop'은 독특한 신스 패드 패턴과 드럼 비트가 댄서블하게 어우러진 일렉트로 하우스 장르의 곡이다. 키는 청량한 보컬과 다이내믹한 랩을 오가며 다채로운 매력을 뽐냈다는 전언. 이에 그치지 않고 이번 크레디트에도 작사가로 이름을 올리며 사이보그 키가 자신만의 세계로 사람들을 이끄는 이야기를 녹였다.
키는 타이틀곡에 대해 "현대사회에 대한 비판은 절대 아니다. 기쁨을 파는 샵으로 표현하고 싶었다. 또 하우스 장르의 곡이다. 들으면 굉장히 신나는 곡인 것 같지만 가사에 좀 쎄한 포인트를 넣어 기쁨을 원하지만 구하지 못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담았다. 절 투영해 훨씬 앞서간, 안 좋은 미래를 한 번 예상해 본 거다. 예를 들어 그런 생각을 해 본 적이 있다. 저 자체를 프로그래밍해 그 AI와 제가 말싸움을 하면 누가 이길지. 그런 것처럼 했을 때 나보다 더한 게 나온다면 너무 무서울 것 같다는 생각에서 시작한 노래다"고 설명했다.
작사에도 참여한 키는 "작사진이 많다. 원하는 결과물을 끌어내기까지 많은 노력이 들어갔다. 군데군데 밝기만 한 문장 혹은 단어를 제가 조금 바꿨는데 그렇게라도 참여하면 이름을 넣어야 한다고 하더라. SM에서 법적으로 걸까 봐 무서웠나 보다. 사실 전 참여했다고 하기 부끄럽고, 제 노래니까 원하는 포인트들을 수정했다. 작사하신 분들의 많은 요소들을 다 배치해 놓았다"고 겸허하게 말했다.
타이틀곡 뮤직비디오가 최초 공개된 후 MC 한해는 곡과 영상의 완성도에 대해 호평했다. 키는 "뿌듯하다. 매번 최선을 다해 준비하고 있다"며 미소 지었다.
이번 앨범 만족도 관련 물음에는 "사실 100% 만족한 앨범은 없었다. 저야 여건이 되면 몇십억을 쓰고 싶지만 회사랑 의견 차이가 있는 거니까"라며 미소 지었다. 이어 "후회가 없겠다 싶을 정도로 결정해 준비했다. 제 연차에 예산을 줄이는 게 아니라 점점 더 예산, 퀄리티를 높이는 게 팬 분들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한다. 이제 실무진끼리도 너무 잘 알고 있는 상황이라 제가 키워드를 던졌을 때 각자 생각해 보고 다시 모여 이야기를 나눈다. 마케팅 방식에 대한 대화도 나누며 이번 앨범을 제작했다"고 답했다.
키는 "웰메이드 앨범이라는 말을 들으면 좋지만 '키 열일하네'라는 말을 들어도 좋다. 항상 제 안에 있는 무엇인가를 꺼내 보여드리면 그게 저의 경쟁력이라고 생각한다. 제 안에 있는 것을 보여드리는, 그런 가수를 꿈꾸고 있다"고 밝혔다.
또 키는 "전 시대를 타지 않고 늘 활동하는 가수로 보이고 싶다. 사실 어차피 전 샤이니 멤버이기 때문에 '샤이니처럼 보이는데?'라며 그런 걸 빼놓지는 않는다. 그때의 제가 들었을 때 좋고, 시대에 뒤처지지 않는 음악들을 멤버들과 함께 찾으려고 하다 보니까 (소속사) 직원 분들도 같이 열심히 찾아 주시는 것 같다. (시대가 달라져도) 촌스럽지 않은 음악을 하는 가수라고 이야기해 주시는 것에 대해 감사하다"고 말했다.
가창에 머무르지 않고 작사, 앨범 콘셉트 구성 등 제작 전반에 적극적으로 관여해 온 키는 "MBC '나 혼자 산다'에서 보여드렸듯이 제가 너무 레트로를 너무 좋아하고, 실제로 (여러 콘텐츠들을) 소비하는 사람이다. 저도 앨범을 만들 때 전 세계 사람들이 볼 것이라고 생각하는 게 아니라 절 응원해 주시는 분들이 즐거워야 한다는 생각으로 임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 방식이 다른 K팝 팬 분들이 봤을 때 '저거 재밌다'는 생각으로 번지면 너무 좋은 일이라고 생각하며 그렇게 시작하는 일들이다. 제 것을 좋아하는 분들이 시간과 돈을 들여 소비해 주시는 거니까 저도 같은 소비자로서 아깝다는 생각이 들지 않도록 심혈을 기울여 준비한다"고 덧붙였다.
키의 솔로 컴백은 7번째다. 2008년 SM엔터테인먼트 소속 그룹 샤이니로서 가수 활동의 막을 올린 키는 데뷔 17년 차에 접어들었음에도 여전히 멤버들과 함께 음악, 춤, 패션 모든 부분에서 현시대에 맞는 트렌드를 제시하고 이끌어가는 컨템퍼러리 밴드로서 호평받고 있다. 단체 활동에 머무르지 않고 2018년 정규 1집 'FACE'(페이스)를 시작으로 그간 일곱 장의 솔로 앨범을 세상에 내보이며 음악적 외연을 부단히 확장했다. 본업인 음악뿐 아니라 tvN '놀라운 토요일', MBC '나 혼자 산다' 등 고정 멤버로 활약하며 예능인으로서도 꾸준히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키의 솔로 컴백으로 샤이니 팬들은 한 달 만에 모든 멤버가 솔로 활동을 재개하는 이례적인 광경을 지켜볼 수 있게 됐다. 샤이니는 5월 24일부터 26일까지 사흘간 인천 인스파이어 아레나에서 전석 매진 단독 콘서트 'SHINee WORLD VI [PERFECT ILLUMINATION : SHINee’S BACK]'(샤이니 월드 VI [퍼펙트 일루미네이션 : 샤이니스 백])을 성황리에 개최한 이래 솔로 활동에 집중하고 있다.
하반기 열일 행보의 시작은 민호였다. 민호는 8월 10일 첫 방송된 JTBC 토일드라마 '가족X멜로'에 출연한 데 이어 9월 10일 개막한 '고도를 기다리며를 기다리며'를 통해 데뷔 16년 만에 연극 신고식을 치렀다. 태민은 8월 19일 미니 5집 'ETERNAL'(이터널)을 발표했다. 온유는 9월 3일 미니 3집 'FLOW'(플로우)를 냈다.
컴백 앞두고 멤버들과 나눈 이야기가 있냐는 질문에 키는 "저희가 생각보다 그렇게 서로에 대해 관심이 있지는 않다. 그냥 전 잘 보고 있나 보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그리고 남자 애들이다 보니까 '너무 좋네'라는 말을 하지는 않는다. 만나면 얘가 잘 살아 있구나 생각한다. 민호는 콘서트에도 와서 봤으니까 조언보다는 '진짜 힘들겠다'라는 이야기를 해 주면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그런 정도의 교류가 있다"고 답했다.
이어 "제가 여기서 말하고 싶은 건 온유 형 챌린지를 제가 안 하고 싶어서 안 한 게 아니라 그 형이 그 회사에서 너무 바쁘다. 그 형이 된 날 제가 안 되고, 제가 되는 날 그 형이 안 됐다. 형이랑 심지어 문자도 아니고 DM으로 '형 너무 잘한다'고 보내고 주고받은 적은 있다. 그 정도 응원은 한다. 그 이상의 관심은 없다"고 덧붙였다.
키는 그간 '굿 앤 그레이트', '가솔린'의 화자처럼 열정적이고 자신감 넘치는 모습을 선보였다. 한편으로는 '에이틴', '미러미러' 등을 통해 나이가 드는 것이나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솔직하게 노래하기도 했다.
가수로서나 예능인으로서나 안정적인 위치에 있는 것처럼 보이는 17년 차 키는 스스로 생각했을 때 흔들리지 않고 잘 나아가고 있다고 느끼냐는 기자의 질문에 키는 "'에이틴'이나 '미러미러'는 실제 다 저의 과거에 대한 노래다. 저의 불안했던 마음들을 아무도 위로해주지 않아 제가 저를 위로해주고 싶은 마음이 컸다. 어릴 때의 제가 가여운 부분도 있었고 토닥여 주고 싶었다. 저도 그걸 소재로써 어렸을 때 그런 걸 생각했다는 걸 팬 분들에게 들려주고 싶어 들려드린 거였다"고 말했다.
키는 "제가 추구하거나 원하는 게 있다면, (데뷔 초의) 전 지금 이 연차에도 컴백 축하를 받는다거나 여기 앉아서 이런 이야기를 한다는 걸 상상할 수 없었다. 평균적으로 이 직업의 수명이 있었기에 그때쯤 뭘 하고 있을까 막연하게 생각했는데 제가 이렇게 앨범도 내고 있고 저희 팀도 아직도 건강하게 존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의 청사진 관련 질문에는 "앞으로 다른 미래를 그린다기보다 이게 자연스러워진 것에 감사하며 계속 꾸준히 앨범을 내고 지치면 쉬어도 된다는 마음으로 활동을 하고 있다. 그래서 다른 활동을 하는, 저보다 적은 연차의 아티스트 분들한테도 저희가 (앨범을) 500만 장씩 파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상관없다', '하면 된다', '팬 분들이 있다면 언제든 좋은 결과물을 낼 수 있다'는 걸 보여드리고 싶다는 마음이 있다"고 답했다.
끝으로 키는 "제가 컴백에 맞춰 기자님들과 이야기하는 게 굉장히 오랜만이다. 시간 내주셔서 감사드리고 그냥 늘 좋은 소식으로만, 웃음으로만 소식을 전할 수 있는 아티스트가 되겠다.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뉴스엔 황혜진 blossom@ / 표명중 acepy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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