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의 '핫마이크'가 노출한 본심…中 바라보는 韓도 '눈치'

노민호 기자 2024. 9. 23.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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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쿼드 정상회의서 마이크 꺼진 줄 알고 시진핑 비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AFP=뉴스1 ⓒ News1 김지완 기자

(서울=뉴스1) 노민호 기자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미국·일본·호주·인도의 안보 협의체인 '쿼드'(QUAD)를 구성한 미국의 본심이 대(對)중국 견제에 있다는 걸 재차 드러냈다. 쿼드와의 '조건부·점진적' 협력을 추진하는 한국으로선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는 요인이다.

AFP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미 델라웨어주(州) 월밍턴에서 열린 쿼드 정상회의 모두발언 뒤, 회의에 참석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에게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 대한 '평가'를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은 계속해서 공격적으로 행동하며 이 지역 전역에서 우리를 시험하고 있다"라며 "시 주석이 국내 경제적 문제에 집중하고 있지만 중국의 이익을 공격적으로 추구하기 위해선 일부 외교적 공간을 확보하려 한다"라고 말했다.

문제는 바이든 대통령의 이 발언이 '예정되지 않은' 순간 나왔다는 점이다. 그는 모두발언 후 마이크가 꺼진 줄 알고 해당 발언을 내놓은 것으로 확인됐다.

고위 관료나 유명인사들이 종종 보여 주는 '핫 마이크'(hot mic)라는 실수가 반복된 것인데, 발언의 내용과 수위와 무관하게 이런 상황에서 나온 발언은 그 상황이 주는 특수성 때문에 '진짜 본의'로 해석되곤 한다. 또는 이를 의도적으로 이용해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공개하는 경우도 있다.

ⓒ News1 DB

◇쿼드 공동성명에서도 뺀 '중국'인데…쿼드 협력 모색 韓엔 '부담'

2004년 출범한 쿼드는 바이든 대통령이 2021년 정상급 회의체로 격상했다. 쿼드는 바이든 행정부가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FOIP) 전략' 실행의 구심점으로 삼고 있다.

특히 바이든 행정부가 최근 들어 더욱 공을 들이고 있는 소다자 협력체 중심 '격자형 구상'의 요소 중 하나다. 미국의 이러한 구상은 '대국화'를 추진했던 중국과 반대의 방식으로 확장을 견제하는데 방점이 찍혀 있다.

그러나 미국은 적어도 쿼드의 구성 이유가 대중 견제에 있다는 입장을 공식화하진 않아 왔다. 이는 쿼드 구성국인 인도가 '비동맹 외교'라는 전통을 고수하며 미국의 중국 견제에 완전하게 보폭을 맞추지 않는 점도 염두에 둔 것이다.

쿼드 정상들은 이번 정상회의 결과물인 '월밍턴 선언'에도 '중국'을 명시하지 않았다. 대신 '남중국해에서 강압적이고 위협적인 군사 행동에 심각한 우려', '무력을 통한 현상변경 시도에 반대' 등으로 대만을 압박하는 중국을 우회적으로 지적하는 표현만 담았다.

이러한 가운데 나온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은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쿼드에 참여하고 있다는 색채를 부각시켜 쿼드 참여국에도 부담을 주는 요인이 된다. 쿼드와의 협력 범위 확장을 모색하면서 중국과의 관계 개선에 나선 한국도 신경을 쓸 수밖에 없는 지점이기도 하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선(先) 쿼드 실무그룹 참여, 후(後) 정식 가입 모색' 기조를 견지해 왔다. 쿼드는 산하에 백신, 기후변화, 신기술 등 분야별 실무그룹을 두고 있는데 정부는 우리가 강점을 지닌 보건, 기후변화 등에 있어 쿼드와의 기능적 협력을 추진 중이다.

동시에 정부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 추진 등 중국과의 관계 개선에 집중하고 있다. 올해 4년 5개월여 만에 한중일 정상회의가 열린 뒤 중국도 우리 측의 행보에 발을 맞추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런데 쿼드의 '중국 견제' 캐릭터가 진해질 경우, 중국은 한국과 쿼드의 협력도 불편하게 볼 수밖에 없게 된다. 가까스로 불씨를 키운 한중관계가 다시 냉랭해질 수 있는 것이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쿼드가 참가국을 더 늘릴 것 같지는 않지만, 미국의 (격자형) 소다자주의 구상의 목표적이 명확하게 확인됐다는 건 한국에 부담이 될 여지가 있다"라며 "외교 사안에서 어떤 입장이 '일종의 공공연한 비밀'인 것과 '명확한 것'은 엄연히 차이가 있다"라고 말했다.

21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델라웨어주 윌밍턴에서 '쿼드'(Quad·미국·일본·인도·호주의 안보협의체) 정상들과 회의하고 있다. 2024.09.21/ ⓒ 로이터=뉴스1 ⓒ News1 박재하 기자

◇윌밍턴 선언에 담긴 '북핵·미사일 규탄'…韓 입장선 '환영'

한편 이번 윌밍턴 선언에는 북핵·미사일을 규탄하는 메시지도 담겼다. 이는 북한 문제에 대한 미국의 '관심'을 반영한 것으로 한국 입장에선 환영할 만한 부분이다.

쿼드 4개국 정상은 또한 선언에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에 부합하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우리의 공약을 재확인한다"라며 북한 비핵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동시에 "글로벌 비확산 체제를 직접적으로 훼손하고 북한과의 군사 협력을 심화하는 국가들에 깊은 우려를 표명한다"라며 북러 밀착을 겨냥했다.

이는 최근 미국 민주당과 공화당 정당 강령에서 '북한 비핵화'라는 표현이 빠지며, 한국에서 제기된 미국의 '대북 관심도 하락', '사실상 핵보유국 인정 가능성' 등 각종 논란을 불식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향후 미국이 한국이 회원국이 아닌 소다자 협의체에서도 북한 문제를 주요 의제 중 하나로 다룰 수 있다는 여지를 남겼다는 분석이다.

박 교수는 "북핵·미사일의 불법성을 얘기하고 최종 목표까지 얘기했다는 건 앞으로 인도·태평양 지역의 많은 소규모 다자 체제 내에서도 같은 기조가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라고 덧붙였다.

ntig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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