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뮤지션들은 왜 원헌드레드레이블로 모이나 [이슈&톡]

김한길 기자 2024. 9. 23.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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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김한길 기자] K-팝의 진정한 리더는 누구일까? 방탄소년단과 블랙핑크 등 전 세계적으로 정상급 인기를 누리는 아이돌 그룹 자체라는 데 이견이 있을 수 없지만 무대 뒤편에서 묵묵히 그들의 음악 등 모든 콘텐츠를 기획, 제작하는 프로듀서를 빼면 절대 K-팝의 과거, 현재, 미래를 거론하기 힘들다.

그래서 오늘날의 K-팝을 이끈 선두 주자가 이수만과 SM엔터테인먼트였음은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이수만은 1970년대 포크 가수로 활동하다 MC로 성공한 케이스이다. 고 박상규와 SBS '순간 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의 임성훈의 뒤를 이었던 것.

하지만 1889년 SM기획을 출범시키면서 본격적인 제작자로서의 행보를 걷기 시작했다. 그의 가수로서의 태생에서 보듯 처음에는 댄스 그룹 현진영과 와와와 거의 비슷한 시기에 포크 가수 한동준과 김광진도 데뷔시켰다. 그런데 현진영, 구준엽, 강원래로 구성된 현진영과 와와가 돌풍을 일으키자 이후 댄스 뮤직으로 방향을 확고하게 정한다.

SM기획 시기의 프로듀서 겸 작곡가는 홍종화였다. 그러나 1993년 그가 떠나자 그 자리는 R&B 가수 유영진이 맡는다. 가수보다는 프로듀서로서의 역량을 더 발휘했던 유영진은 1995년 사명을 바꾼 SM엔터테인먼트의 대표 프로듀서로서 맹활약을 했다.

오늘날 K-팝의 밑거름은 1990년대 초중반 댄스 뮤직의 전성기를 이끈 그룹들이다. 서태지와아이들과 듀스 등 지금도 무게감을 주는 쟁쟁한 팀들이다. 이 두 팀은 각각 서태지와 이현도라는 멤버가 작사, 작곡, 프로듀싱 등을 맡아 팀의 색깔을 확고하게 해 주었지만 다른 대부분의 댄스 그룹들은 따로 작곡가나 프로듀서를 두고 있었다.

김건모, 클론, 박미경, 노이즈 등의 프로듀서는 김창환이었고, 룰라의 프로듀서는 가수 출신 최준영이었다. 쟁쟁한 댄스 그룹들 틈에서 정상에 오른 터보는 DJ 출신 한진우의 프로듀싱으로 성공의 기반을 다졌다.

현재 국내 연예 기획사 중 선두는 단연 하이브이고, SM, JYP, YG, FNC 등이 근소한 차이로 뒤따르고 있다. 이 다섯 기획사는 저마다 뛰어난 프로듀서들을 보유하고 있다. 다른 분야에도 출중한 인력을 가동하고 있지만 뮤직 프로듀서는 특이 압도적이다.


그런데 최근 이 판도가 흔들리고 있다. 가수 출신 프로듀서 MC몽과 차가원 피아크 그룹 회장이 설립한 원헌드레드레이블이 새로운 대안으로 급부상 중인 것. 이 회사의 산하 레이블에는 개그맨 이수근을 비롯해 가수 이승기, 허각, 샤이니(SHINee) 태민, 엑소(EXO) 첸, 백현, 시우민, 렌, 하성운, 이무진, 비오, 걸그룹 비비지(VIVIZ), 배드빌런(BADVILLAIN) 등이 소속돼 있다.

이 회사들은 아티스트들에게 친화적인 차가원 회장과 뮤지션 MC몽이 경영과 프로듀싱을 맡고 있다. 가수들이 이 회사로 몰리는 것은 단지 돈 때문만은 아니라고 보이는 증거이다. 특히 전 소속사에 학을 뗀 이승기가 1인 기획사를 설립했다 곧바로 원헌드레드레이블의 자회사 빅플래닛메이드엔터에 둥지를 튼 것을 보면 그렇다. 음악적으로 뭔가 비전을 보았다고 할까?

MC몽은 힙합계에서 독보적인 뮤지션이면서 KBS2 '1박2일'을 통해 예능인으로서도 뛰어난 가능성을 보였다. 그러나 병역 비리 논란으로 이탈했고, 논란이 잠잠해진 뒤 가수 및 프로듀서로서만 활동하고 있다. 특히 각종 예능 프로그램에서 강력하게 섭외를 했지만 더욱 강렬하게 고사하고 있다. '음악은 하되 방송은 당분간'이라는 의지가 엿보인다.

팝의 역사를 통틀어 가장 위대한 록 그룹으로 거의 모든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외치는 이름은 비틀스이다. 방탄소년단이 '제2의 비틀스'라는 호칭을 받는 게 가장 큰 영광인 이유이다. 비틀스의 곡은 극히 일부를 제외하면 고 존 레논과 폴 매카트니가 만들었다. 그런데 그 위대한 비틀스조차 프로듀싱은 따로 맡겼으니 2016년 세상을 떠난 조지 마틴이다.

그는 1926년 영국 런던에서 태어나 1962년 비틀스를 처음 만나 레코딩 계약을 맺고 묵묵히 음지에서 그들의 성공의 밑거름이 되었다. 비틀스 해체 후에는 폴 매카트니와 링고 스타의 솔로 앨범 프로듀싱을 했다.

이후 세계 3대 록 기타리스트 중 한 명인 제프 벡을 비롯해 셀린 디옹 등의 앨범에서 프로듀서로 활약했다. 1988년 영국 여왕으로부터 대영제국 커맨더 훈장(CBE)을, 1996년에 기사 작위를 각각 받았다. 그뿐만 아니라 1999년 미국 로큰롤 명예의전당에 헌액되었다. 과연 MC몽은 불명예를 털고 한국의 조지 마틴이 될 수 있을까?

최소한 BTS에 버금가거나 아예 뛰어넘는 뮤지션을 발굴한다면 가능할 것이다. 하이브는 이른바 '민희진 사태'로 주가가 요동치고, SM 역시 주가가 실적을 따르지 못하고 있다. YG는 사실상 블랙핑크의 각 멤버들을 잃은 상황에서 야심차게 론칭한 베이비몬스터가 블랙핑크와는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원헌드레드레이블의 행보가 관심을 끄는 배경이다.

[티브이데일리 김한길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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