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채 최종 보루’ 은행마저 취업문 좁힌다

김지현 기자 2024. 9. 23.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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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차 축소되는 기업 공개채용 시장의 마지막 보루였던 5대 은행도 올해 채용을 대폭 줄일 계획인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문화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올해 신입 공채 규모는 전년 대비 25.9% 감소한 1800명 수준으로 집계됐다.

회계업계에서는 올해 CPA 합격자 1250명 가운데 840여 명만 소위 '빅4 회계법인'(삼일·삼정·한영·안진)에 취업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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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 역대최대 실적냈지만
신규채용, 전년비 26% 감소
비대면 영업 확대·AI활용 탓
2금융권도 줄이거나 계획 없어
CPA 합격 200명 갈 곳 못찾아

점차 축소되는 기업 공개채용 시장의 마지막 보루였던 5대 은행도 올해 채용을 대폭 줄일 계획인 것으로 나타났다. 회계업계 역시 신외감법 호황이 끝나가면서 신규 공인회계사(CPA) 합격자 수백 명이 갈 곳 없는 신세가 됐다. 문과생들에게 ‘꿈의 직장’인 금융권의 취업 문이 좁아지면서 취업준비생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23일 문화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올해 신입 공채 규모는 전년 대비 25.9% 감소한 1800명 수준으로 집계됐다. 실적 호조 속에서도 비대면 중심 영업이 확대되면서 채용 규모도 줄인 것으로 분석된다. 올해 상반기 5대 은행의 당기순이익은 8조2505억 원으로 역대 최고 실적을 거둔 지난해보다 1.9% 늘었다. 그러나 농협을 제외한 4대 시중은행의 6월 말 기준 영업점은 2834개로, 2년 전보다 109개나 감소했다. 영업점 현장 필요 인력이 그만큼 줄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시중은행의 직원 1인당 생산성도 인터넷은행보다 뒤처져 있다. 카카오뱅크·케이뱅크·토스뱅크 직원 1명이 올해 상반기 3억8001만 원을 벌 때, 5대 은행 직원 1명은 1억5900만 원을 벌어들인 데 그쳤다. 특히, 인터넷은행은 지난 1년간 직원 1인당 생산성이 38.5% 증가했지만, 5대 은행은 13.6% 감소했다.

비대면 거래 증가 추이를 고려하면 앞으로도 은행권 채용은 늘어나기 쉽지 않아 보인다. 올해 금융당국의 ‘망분리 규제’ 완화로 생성형 인공지능(AI) 활용이 가능해지면서 금융권 비대면 전환이 한층 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당장은 AI가 업무를 전면적으로 대체하기보다는 기존 직원의 업무를 보조하는 형태로 효율성을 높이게 될 것”이라면서도 “향후 고객센터 인력 등의 점진적인 변화는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제2금융권 상황도 비슷하다. 고금리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로 업황이 악화된 저축은행은 상위권 업체조차 신규 채용 계획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 회계제도(IFRS17) 도입으로 역대급 실적을 올린 손해보험사는 예년 수준의 채용이 예상되지만, 생명보험사도 고령화 등 산업 구조적 위기로 신규 채용을 지난해보다 28.3% 줄였다.

회계업계에서는 올해 CPA 합격자 1250명 가운데 840여 명만 소위 ‘빅4 회계법인’(삼일·삼정·한영·안진)에 취업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소 회계법인들의 채용 규모가 150명 안팎인 점을 감안하면 올해 합격자 중 200여 명은 사실상 갈 곳이 없는 상황이다. 올해 CPA 채용 규모가 대폭 늘어날 때부터 예견된 일이었다는 것이 업계 진단이다. 지난해 회계법인의 영업이익은 1년 전과 비교해 20.1% 감소할 정도로 업황이 악화됐다. 사람을 새로 뽑을 상황이 아니라는 것이다. 신외감법 도입 이후 치솟은 회계사 인건비로 수익성이 악화한 데다, 거시경제 불확실성으로 기업 인수·합병(M&A) 거래와 컨설팅 수요가 감소하는 등 업계 성장세는 꺾이고 있다.

회계업계 관계자는 “지정감사를 받았던 대기업들이 자유수임으로 복귀하면서 일감 따내기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며 “내년 CPA 합격자 규모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지현·신병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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