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이런 리드오프는 없었다···장효조 뛰어넘은 ‘출루의 악마’ LG 홍창기 “나만의 존 유지해 나갈 것”
홍창기(LG·31)가 타석에 들어서면 베이스가 채워진다. 정확하게 볼을 골라내는 ‘눈야구’로 정평이 난 그는 9월 타율 0.429를 기록하며 타격감도 최고조에 달해 있다. 홍창기는 이제 명실상부 KBO리그 역사상 최고의 1번 타자가 됐다. LG의 간판 선수를 넘어 리그의 ‘간판’이 돼 가고 있다.
홍창기는 지난 21일 두산과의 더블헤더 2차전에서 통산 3003타석을 기록하며 한국야구위원회(KBO) 통산 기록 기준선인 3000타석을 넘겼다. 그는 규정 타석을 채우자마자 故 장효조의 통산 출루율 기록(0.427)을 추월해 리그 역대 출루율 1위(0.430)에 올랐다.
장효조는 KBO리그의 전설적인 교타자다. 선구안과 타격 능력을 모두 갖춰 ‘장효조가 치지 않는 공은 볼이다’ ‘장효조는 배트를 거꾸로 잡아도 3할을 친다’ 등의 말이 생겼을 정도다.
이제 홍창기가 ‘전설’의 자리를 이어받았다. 홍창기는 지난 22일 두산과의 경기에서 4타수 2안타 1볼넷으로 1출루 경기를 하며 이번 시즌 출루율을 0.445까지 높였다. 그는 지난 시즌 출루율(0.444)을 넘어 커리어 하이 시즌이었던 2021년 출루율(0.456)을 바라보고 있다. ‘출루왕’ 홍창기의 경쟁 상대는 자기 자신뿐이다.
홍창기는 전날 경기 후 “출루율 1위가 됐다는 걸 기사를 통해 알았다”라며 “장효조 선배님은 계속 3할 타율을 유지하셨고 ‘콘택트’에 있어 이름이 맨 먼저 나왔던 분인데 그런 분의 기록을 넘었다는 게 너무 좋다”라고 말했다.
이번 시즌부터 자동 투구 판정 시스템(ABS)이 도입되며 선수들이 스트라이크 존 판별에 어려움을 겪으리라는 우려가 있었다. 그러나 홍창기는 이번 시즌 출루율이 오히려 더 높아졌다. 그는 “구장마다 ABS 존에 차이가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노력을 통해 계속 존을 맞춰 나가고 있다”라며 “내년 시즌에는 더 적응해 보려고 한다”라고 말했다.
홍창기는 자신만의 존을 정교하게 다듬어 나가고 있다. 그는 “몸에 맞을 것처럼 들어오는 공에 스트라이크가 나올 때가 많아서 몸쪽으로 공이 왔을 때 스트라이크인지 아닌지를 확인해 봤다”라며 “스트라이크 존을 따라가다 보면 밸런스가 오히려 무너지는 것 같아서 제가 생각한 존을 계속 유지하면서 가려고 한다”라고 말했다.
홍창기는 9월 16경기에서 타율 0.429를 기록 중이다. 눈야구는 물론 타격 능력도 최상인 홍창기는 다가오는 가을 야구에서 LG의 가장 강력한 무기다. 홍창기는 “바로 포스트시즌을 준비해야 하는 시기에 타격감이 좋아서 더 자신감이 생긴다”라고 말했다.
리그를 대표하는 1번 타자로서 꾸준히 밥상을 차려 온 홍창기에게도 고충은 있다. 그는 “자신감이 있긴 하지만 그만큼 못 했을 때 불안감도 있다”라며 “새로운 시즌을 시작했을 때 출루율 4할 이상을 기록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많이 한다. 자신감과 불안감이 공존한다”라고 말했다.
홍창기는 “은퇴할 때 출루율 20위 안에는 들었으면 좋겠다”라고 다소 소박한 목표를 전했다. 그는 “(출루율 상위권 선수들이) 8000타석 정도 출전하셨으니 제가 적어도 5000타석은 더 쳐야 비슷해진다”라며 “은퇴할 때까지 5000타석을 더 들어갈 수 있을지 모르고 아직 어떻게 될지 몰라서 20위로 목표를 정했다”라고 말했다.
이두리 기자 red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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