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일 외교수장 ‘수산물 수입재개·초등생 피살’ 곧 논의

홍석재 기자 2024. 9. 23.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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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부산에서 만난 가와카미 요코 일본 외무상과 중국 왕이 외교부장. 교토 연합뉴스

유엔(UN) 총회 참석차 미국을 방문하고 있는 가미카와 요코 일본 외무상과 중국 왕이 외교부장(장관)이 두달 만에 외교장관 회의에서 만나기로 했다. 중국 정부가 최근 발표한 일본산 수산물의 점진적 수입 재개 후속 조처와 중국에서 발생한 일본인 초등학생 피살 사건 등을 놓고 치열한 수싸움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23일 “가미카와 외무상이 뉴욕에서 왕 부장과 회담을 열어 최근 두 나라가 합의한 일본산 수산물 수입 재개 방침과 관련해 금수 조처의 즉시 철폐를 요구할 예정”이라며 “중국 광둥성 선전시에서 일본인 초등학생이 칼에 찔려 숨진 사건에 대해서도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고 전했다.

특히 이번 회담의 관심사는 지난 1년간 중국 정부가 취해온 일본산 수산물 금수 조처의 전면 해제 문제다.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이 지난해 8월24일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오염수의 바다 방류를 시작하자, 중국 쪽은 일본산 수산물 수입을 전면 금지했다. 두 나라 외교수장은 지난 7월에도 라오스에서 만나 이 문제를 논의한 적이 있다. 당시 가미카와 외무상이 중국에 수산물 수입 금지를 즉시 철폐해달라고 요구했지만, 왕 부장은 “오염수가 안전하면 바다에 배출할 필요가 없고, 안전하지 않다면 더욱 바다에 배출해서는 안 된다”고 말해 평행선을 달렸다. 하지만 지난 20일 중국 외교부가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오염수 모니터링 참여 등을 전제로 일본 수산물 수입의 점진적 재개를 전격 발표하면서 이번 회담의 핵심 의제로 떠오르게 됐다.

특별한 계기없이 1년째 유지해오던 금수 조처를 단계적으로 풀기로 한 중국의 속내는 복잡하다. 일본은 기시다 후미오 정부 3년간 미국과 밀월 관계를 유지하면서 ‘대중국 포위’에 열을 올려왔다. 미국 역시 오는 11월 대선에서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후보와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 어느 쪽이 당선돼도 대중국 강경 노선에 변화가 없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중국이 (수산물 금수 조처에 대한) 일본과의 일정한 합의를 한 배경에는 중국을 둘러싼 엄중한 국제 정세가 있다”며 “주변 외교에서 일본·한국과의 관계가 중요한데, 특히 다음달 새 정권이 출범하는 일본과 관계를 재조정할 선택지를 남겨두려고 한다”고 풀이했다. 일본과 악화됐던 관계의 실타래를 푸는 계기로 일본산 수산물 수입 재개 카드를 내밀었다는 것이다. 또 중국 내 부동산 침체와 고용 하락 등 경제 상황 악화로 나빠진 여론을 미국이나 일본, 중국 관련 외교 문제로 돌리려 한다는 분석도 있다. 다만 중국 정부가 수산물 재개 발표 당시 ‘점진적’이란 표현을 쓴 만큼, 언제부터 얼마만큼 수입 재개를 진행할지 등이 이번 외교장관 회담에서 논의될 가능성도 있다.

일본으로선 대중국 수산물 수출 문제에서 끌려가는 입장이다. 일본 언론들은 이 문제에서 “어디까지나 중국 쪽이 주도권을 쥐고 있다”거나, “일본 정부의 기대가 큰 수산물 수입 재개를 (외교적 협상의) 인질로 잡았다”는 해석도 내놓고 있다. 실제 중국의 수산물 수입 규제는 일본 쪽에 상당한 타격을 줬다. 특히 일본의 단일 품목 최대 수산물 수출품인 가리비는 중국 수출 비중이 51%에 이르렀는데 핵심 판로가 완전히 막힌 상황이었다. 일본 수산물 최대 수입국인 중국의 수입 거부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의 안전성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가 커지는 등 ‘정치적 타격’도 적지 않았다.

한편 이번 회담에서는 지난 18일 중국에서 발생한 일본인 초등학생 피살 사건도 함께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앞서 중국 남부 광둥성 선전시에서는 학교에 가던 도중 괴한으로부터 피습당한 10살 짜리 일본 학생이 치료 도중 결국 숨지는 일이 발생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인 초등생 피살 사건도 이후 일본과 중국 관계를 크게 좌우할 것”이라며 “현재 중국 정부 쪽의 정보 공개가 불충분한 것은 분명하며 재중 일본인 사회와 일본 경제계에서도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고 짚었다.

도쿄/홍석재 특파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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