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왕이면 신축으로”…‘공급 축소’ 전망 속 달아오른 청약시장
청약 1순위 평균 경쟁률 13.1 대 1, 전년·2022년보다 높아
대부분 수도권 집중…미분양 주택 80.5%가 비수도권 위치
서울 노원구 상계동에 거주하는 A씨(47)는 두 자녀의 입시가 끝나는 3년 뒤 신축으로 옮길 계획을 갖고 있다. 기왕이면 ‘공품아(공원을 품은 아파트)’를 노리고 있다. A씨는 “지금은 아이들 학원 때문에 30년 넘은 구축에 살고 있지만 막내가 대학을 가면 좀 여유로운 환경에서 살고 싶다”면서 “단독주택도 살아봤지만 산책길이 잘 만들어져 있은 신축아파트를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얼죽신(얼어죽어도 신축)’이라는 신조어가 생겨날 정도로 신축에 대한 선호가 높아지는 가운데 준공 후 20년 이상 된 주택 비율이 전국 기준 53.6%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전국 주택 2가구 당 1가구가 20년 이상 된 주택인 셈이다.
23일 부동산전문 리서치업체 리얼투데이가 통계청 주택총조사(2023년 기준)를 분석한 결과 준공 후 20년 이상 된 주택(아파트·단독·연립·다세대·비주거용 건물 내 주택)은 전국 1954만6299가구 중 1045만5281가구(53.6%)로 나타났다.
국토교통부가 지난 4월 발표한 전국 건축물 통계에서도 30년 이상 주택이 전국 기준 52.0%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된 바 있다. 수도권은 43.3%인 반면 지방은 55.2%로 수도권보다 지방의 노후주택이 많았다.
주택의 노후화에 대비해 정비사업이 꾸준하게 이뤄져야 하지만 공사비 상승, 분담금 갈등 등의 이유로 주택 인허가 및 착공실적은 꾸준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국토부가 발표한 7월 주택통계에 따르면 7월 주택인허가는 2만1817호로 전월대비 8.7%줄었으며, 7월까지 누계 인허가 역시 17만1677호로 전년 동기 대비 22.8% 감소했다. 착공실적 역시 1만6024호로 전월 대비 22.6%줄었다. 분양 및 준공실적도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이처럼 노후주택 비율은 계속 늘어나고, 신규주택 공급은 점차 줄어들 것이라는 예상이 반영되면서 올해 청약시장은 전년 동기 대비 활황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 자료에 따르면 올해 1~9월까지 전국 1순위 평균 경쟁률은 13.1대 1을 기록해 전년 동기(10.2대 1) 보다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2022년 동기간(11.0대 1)과 비교했을 때도 높은 수치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신규공급이 줄어들 것이라는 예상이 반영되면서 새 아파트로 갈아타려는 수요는 계속 늘어날 것”이라며 “분양가 상승세에도 하반기에 나오는 신규물량에 대한 막차수요 집중도 예상된다”고 밝혔다.
실제 지난 7월 화성 동탄신도시 ‘동탄역 롯데캐슬’ 무순위 청약에는 미계약 1가구 청약에 294만4780명이 몰리면서 294만4780대1이라는 사상 최고 청약경쟁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인천 인구(약 300만 명)가 전부 청약에 넣은 것과 같은 수준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이달 19~20일 청약점수를 받은 서울 강남구 ‘청담 르엘’은 19일 특별공급 청약 64가구 모집에 2만70명이 접수해 평균 313.6대 1의 높은 경쟁률을 보였고, 20일 진행한 일반공급 청약에서는 85가구 모집에 5만6717명이 접수하면서 올해 서울 최고 경쟁률인 667.3대 1을 기록했다.
업계 관계자는 “분양시장에서 소비자들이 가장 바라는 것은 살고 싶은 곳을 좋은 가격에 분양을 받아 시세차익까지 거두는 것이다”라며 “신축 아파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경쟁력 있는 단지들은 앞으로도 경쟁이 치열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는 서울을 중심으로 한 수도권에 집중된 현상으로 지방은 여전히 미분양 문제로 골머리를 썩고 있다. 7월 말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7만1822가구로, 이중 80.5%가 지방(5만7833가구)에 몰려 있다.
류인하 기자 ach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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