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 동맥경화 해결사...초전도가 성장엔진”

2024. 9. 23.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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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호 LS전선 CTO 인터뷰
초전도로 저손실·대용량 전력수송
“제2르네상스, 30년 이상 이어질 것”
이인호 LS전선 최고기술책임자(CTO)가 경기도 군포 LS R&D센터에서 헤럴드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은희 기자

“전 세계적으로 전기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전기자동차도, 데이터센터도 전기를 엄청나게 잡아먹죠. 생산·분배·소비로 보면 소비할 곳은 이미 줄을 서 있고 생산 파트에서도 원자력 붐이 다시 일어나고 있어요. 문제는 분배입니다. 동맥경화에 걸려 있어요. 그걸 해결하는 방법이 바로 전선입니다.”

최근 경기도 군포 LSR&D센터에서 만난 이인호 LS전선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전기하는 사람들에게 좋은 기회가 왔고 이는 최소 한 세대, 30년 이상 이어질 것”이라며 지금이 전력시장의 ‘제2 르네상스’라고 규정했다.

이 CTO는 “전기 없이는 못 살지 않느냐”고 운을 떼며 “전기는 기본적으로 소비해 줄 수 없으면 발전을 할 수 없는 구조로 전기를 쓸 데가 없는데도 밀어 넣는 순간 망이 셧다운된다”고 말했다. 당연한 말이지만 전기는 계속해서 흘러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에너지저장장치(ESS)처럼 전기를 저장하는 방법이 있지만 한계가 있고 그렇다면 발전을 끊어야 하는데 이는 발전사는 물론 국가적으로도 엄청난 낭비다. 우리나라만 봐도 수도권은 전기가 모자라지 않냐”며 “전선을 깔아서 남는 전기를 모자란 곳으로 보내는 게 해결책”이라고 했다. 전기 수출입이 자유로운 유럽에서 국가 간 전력망 구축이 활발한 것도 같은 이유다.

온실가스 감축을 골자로 하는 파리기후협약도 전선 수요가 늘어나는 데 한몫했다. 이 CTO는 “신재생에너지가 대안이라고 하지만 자연 입지 조건이 열악해 할 수 없는 나라가 많다. 이때 전기를 주고받는 방법은 케이블을 써서 바다를 건너는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실제 원자력발전소 폐쇄로 전기가 모자란 독일은 수력 발전소가 많은 노르웨이나 스웨덴에서 전기를 수입하고 있다.

인공지능(AI)의 발전으로 전력시장은 이제 호황을 맞았지만 LS전선은 그에 앞서 수십 년간 전력 에너지 관련 핵심 기술 개발을 위해 노력해 왔다.

해저 케이블 사업이 대표적이다. 이 CTO는 “국내 기술도, 계약도 하나 없던 2009년 강원 동해시에 해저 케이블 공장을 준공했다. 이는 전선사업의 마지막 퍼즐을 맞추기 위해 선제적으로 한 투자이자 R&D(연구개발)였다”면서 “10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경쟁사를 뒤늦게 따라가야 하는 상황이었지만 자체 기술로 설비를 개발했고 이제는 세계 5위권 안에 들어가게 됐다”고 강조했다.

전 세계적인 장거리 전력망 도입과 해상풍력단지 건설 확대로 초고압직류(HVDC) 케이블 수요는 급증하고 있다. LS전선은 빠른 납기와 품질,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글로벌 해저 케이블 시장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다. 지난해 LS마린솔루션 인수로 제조·시공 밸류체인을 구축하면서 턴키(설계·시공 일괄 입찰) 솔루션 경쟁력도 갖췄다.

초전도 케이블도 LS전선의 기술력을 보여주는 분야라고 이 CTO는 강조했다. 초전도는 특정 온도 이하에서 전기 저항이 없어지는 현상이다. 초전도 도체로 만든 케이블은 저손실·대용량의 전력 수송이 가능하고 전자파가 발생하지 않는다. LS전선은 세계 최초로 초전도 케이블을 상용화한 바 있다.

그는 “초전도 분야는 전 세계가 시도했지만 실패를 한 회사가 많고 현재 남은 기업은 LS전선을 포함해 5곳 정도다. 그만큼 기술 축적이 안 돼 있다”면서 “우리가 기술을 꾸준히 잘 발전시켜 왔고 앞으로 중요한 차세대 성장 엔진이 될 것이라고 본다”고 단언했다.

LS전선은 송·배전 케이블이나 해저 케이블 같은 에너지 분야 외에도 산업현장 전반에 활용되는 산업 케이블, 통신 인프라를 위한 통신 케이블, 산업의 근간이 되는 소재, 케이블 관련 솔루션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업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

이 CTO는 “R&D센터 본연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중장기적으로 회사를 성장시킬 수 있는 차세대 제품을 연구하는 것”이라며 전기화는 물론 ▷자원 재활용 ▷초전도 ▷전기차 ▷수소 등 5개 분야에 역량을 집중해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개발에 있어 밸런스와 타이밍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이 CTO는 보고 있다.

그는 “연구개발도 사업과 연결돼야 한다. 리스크 헷지(위험 분산)를 위해 한 분야에 몰두하기보다는 다양한 분야의 연구를 동시에 진행해야 한다”고 했다. 또한 “아무리 좋은 기술도 시기를 놓치면, 사라지고 사업 기회를 박탈당할 수 있다”면서 “신속한 의사결정이 연구개발에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양질의 연구인력 확보는 과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과 영국에 대규모로 투자해 공장을 지을 예정인데 제일 문제가 되는 것은 인력”이라며 “전기·전자, 기계·금속 할 것 없이 공학 엔지니어가 많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LS전선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오는 2030년 매출 10조원을 달성하겠다는 비전을 밝혔다. 60여년간 국내 전력산업을 이끌어 온 저력을 바탕으로 전기화 시대 글로벌 전력시장을 선도하는 회사로 도약하겠다는 포부다. LS전선의 지난해 매출은 6조2000억원 규모다.

이 CTO는 “전선 분야에서는 세계 3위 정도의 기술력이 있다고 본다. 그보다 중요한 건 미래를 담보할 만큼의 확실한 성장 모멘텀이 있느냐, 그걸 앞으로 얼마큼 해 내느냐”라면서 “고객으로 하여금 선택을 받을 수 있게 하는 힘을 키워 세계 1등 전력회사로 성장하는 게 앞으로 기술 개발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궁극적인 목표”라고 힘줘 말했다. 군포=김은희 기자

ehk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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