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 최윤범 회장 향해 직격탄…"고려아연 사유화했다"

유희석 기자 2024. 9. 23.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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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풍 "최 회장이 75년간 이어온 동업정신 훼손"
최 회장 이그니오홀딩스 고가 매입 의혹도 제기
영풍 "최 회장, SM엔터 주가조작 연루설"까지 주장
[사진=뉴시스] 동업 관계인 영풍 장형진 고문과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 (사진=각사 제공) 2024.03.05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유희석 기자 = ㈜영풍이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의 경영 방식이 "회사를 사적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영풍은 이어 "최 회장이 부실 회사 인수와 주가조작 관여 등 부실 경영 의혹도 있다"고 지적했다.

영풍은 사모펀드 운용사인 MBK 파트너스와 손잡고 고려아연 주식 공개매수에 나선 이유에 대해 "경영 정상화와 주주가치 회복을 위한 선택"이라고 밝혔다.

영풍 "최윤범 회장, 대표이사 취임 후 사적 전횡 일삼아"

영풍은 23일 '고려아연 주식 공개매수'에 대한 입장문을 내고 "최윤범 회장이 2019년 대표이사 취임 이후 고려아연을 사적으로 이용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밝혔다.

영풍은 "(고려아연에 대해) 고작 2.2% 지분을 가진 경영 대리인인 최윤범 회장이 75년간 이어온 동업과 자율경영 정신을 훼손하고, 고려아연을 사유화하기 위해 전횡을 일삼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병들어가는 고려아연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어 토종 사모펀드인 MBK와 손잡고 고려아연에 대한 지배권을 더 강화해 경영을 정상화하려 나섰다"며 "최윤범 회장 측이 주장하는 것처럼 '적대적·약탈적 M&A'가 전혀 아닌 최대주주의 지배권 강화와 경영권 정상화를 위한 것"이라고 했다.

영풍은 최윤범 회장이 고려아연을 이용해 자본잠식 상태의 부실 회사를 인수하고, 주가조작에 관여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대표적인 예가 고려아연의 미국 전자폐기물 재활용업체 이그니오홀딩스 고가 인수 의혹이다.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지난해 2월 SM엔터테인먼트(에스엠) 인수전에 따라 에스엠 주가가 오르면서 2014년 이후 코스닥 시가총액 10위권에 복귀했다. 사진은 14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홍보관에서 직원이 에스엠 주가를 확인하는 모습. 2023.02.14. kkssmm99@newsis.com

고려아연은 지난 2022년 미국 자회사 페달포인트 홀딩스를 통해 완전 자본잠식 상태인 이그니오홀딩스를 5800억원에 인수했다. 당시 연 매출이 29억원에 불과한 이그니오홀딩스를 매출의 202배 가격에 사들인 것이다.

이후 이그니오홀딩스는 미국 조지아주 사바나에서 추진하던 전자폐기물 재활용 공장 설립 계획을 지난해 6월쯤 별도 공지 없이 철회했다.

영풍은 이와 관련 "고려아연은 이그니오홀딩스의 트레이딩 부문 자산도 함께 취득했다고 주장하지만, 공시나 이사회 보고자료 어디에도 해당 자산에 대한 정보를 볼 수 없다"며 "지금이라도 당장 이그니오 실사보고서와 고려아연 내부 투자심의위원회 보고서를 공개하라"고 했다.

영풍 "최윤범 회장, SM엔터 주가조작 관여 의혹도"

영풍은 최윤범 회장이 신생 사모펀드운용사(PEF)인 원아시아파트너스에 이사회 결의도 없이 5600억원을 투입했고, 이중 1400억원 손실을 보았다고도 지적했다.

원아시아파트너스는 최윤범 회장과 중학교 동창으로 알려진 지창배 대표가 운영하는 투자회사로 이 회사에서 운영 중인 8개 펀드 출자금의 80~90%가 고려아연 자금으로 추산된다. 특히 고려아연이 99% 출자한 하바나 1호는 SM엔터 주가 조작에 개입했다는 혐의로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영풍은 "고려아연의 하바나1호 펀드 투자와 SM엔터 주식 고가 매수는 단 3일 만에 속전속결로 이뤄졌다"며 "최윤범 회장이 이렇게 출자된 자금이 어디에 쓰일지 미리 알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사진=뉴시스] 고려아연 온산제련소 전경 (사진=고려아연 제공) 2023.01.05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2019년 이후 악화된 고려아연 재무건전성도 눈길

영풍은 최윤범 회장이 본격적으로 경영을 맡은 이후 원아시아파트너스나 이그니오홀딩스 등에 무분별하게 투자했고, 이에 따른 손실로 고려아연 재무건전성이 나빠졌다고 주장했다.

실제 고려아연 공시에 따르면 최윤범 회장이 대표이사로 취임한 2019년 이래 고려아연의 투자 38건 중 30개 기업이 5297억원의 누적 당기순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또 MBK파트너스의 분석 결과, 고려아연 부채 규모는 2019년 410억원에서 올해 상반기 1조4110억원으로 35배 급증했다.

최 회장 취임 이후 고려아연 지배구조에도 상당한 변화가 생겼다.

고려아연은 2022년 8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한화그룹과 LG그룹, 현대차그룹 등에 잇달아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및 자사주 상호 교환 등을 진행했다. 이 때문에 최대 주주인 영풍의 고려아연 지분율은 2021년 말 27.49%에서 현재 25.4%로 낮아졌다.

영풍 측은 "최윤범 회장은 무려 16% 상당의 지분가치를 희석해 기존 주주들의 비례적 이익을 침해했다"며 "동업 정신을 일방적으로 깨트리고, 기업 가치와 주주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고려아연의 최대 주주로서 영풍은 최윤범 회장의 전횡을 막고 고려아연의 경영을 정상화하기 위해 정당한 지배권을 행사할 필요성을 절감했다"고 밝혔다.

영풍은 그러나 고려아연 기업 자체를 흔들 생각은 없다고 했다.

영풍은 "MBK와 진행하는 이번 주식 공개매수는 최윤범 회장에 책임을 묻기 위한 것으로 고려아연을 흔들려는 것이 아니다"며 "최윤범 회장을 제외한 모든 임직원의 고용관계는 확고하게 유지될 것이고, 고려아연이 추진해 온 미래 전략사업도 변함없이 추진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고려아연이 경영권이 정상화돼 선진 거버넌스 및 컴플라이언스 체제가 구축되고 불합리하고 효율적인 투자를 정리해 다시 건강성을 찾도록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heesuk@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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