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 "팔 자르는 심정으로 MBK에 1대주주 지위 양보… 고려아연 흔들기 아냐"

이한듬 기자 2024. 9. 23.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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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풍이 23일 고려아연 주식 공개매수와 관련한 입장문을 발표했다. 사진은 서울 강남구 영풍빌딩 본사. / 사진=이한듬 기자
영풍은 고려아연 주식 공개매수에 대해 23일 "일각에서 주장하는 '적대적 M&A'. '약탈적 M&A'가 전혀 아니고 최대주주로서 경영권 강화 및 경영 정상화를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영풍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고려아연 주식 공개매수에 나선 이유는 고작 2.2%의 지분으로 75년간 이어온 '동업 정신'을 훼손하고, 독단적 경영 행태를 일삼는 경영 대리인 최윤범 회장의 전횡을 막기 위해서"라며 이 같이 말했다.

영풍은 "최윤범 회장은 2019년 대표이사 취임 이후 주주들의 이익을 앞세우기보다 고려아연을 사적으로 장악하고자 한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고 주장했다.

앞서 영풍은 최윤범 회장에 대해 ▲원아시아파트너스 운용 사모펀드 투자 관련 배임 ▲SM엔터테인먼트 주가조작 관여 ▲이그니오홀딩스 투자 관련 선관주의 의무 위반 ▲이사회 결의 없는 지급보증 관련 상법 위반 ▲일감 몰아주기 등의 의혹을 면밀히 조사하겠다며 회계장부 열람 및 등사 가처분 신청을 제기한 바 있다.

영풍은 "최 회장은 고려아연 주주들의 이익을 도외시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최 회장이 대표이사로 취임한 이후 고려아연은 2022년 8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한화와 현대차 그룹 등에 잇달아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및 자사주 상호 교환 등으로 무려 16% 상당의 지분가치를 희석시켰는데, 이로 인해 기존 주주들의 비례적 이익이 침해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최 회장은 동업정신 파기를 넘어 최근 '영풍 죽이기'에 혈안이 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고려아연은 올해 3월 주주총회에서 제3자 배정 유상증자 요건을 완화하는 정관 변경 안건이 영풍의 반대로 부결되자 영풍을 더 이상 '동업자'가 아닌 '경쟁자'로 규정했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고려아연은 수십 년간 양사가 전략적으로 유지해 온 공동 원료 구매와 영업, 황산취급 대행 계약 등 공동 비즈니스를 칼로 무 자르듯 끊어버렸고 '동업의 상징' 이었던 서린상사의 경영에 있어서도 영풍을 일방적으로 배제했다"며 "이로 인해 양사가 글로벌 시장에서 가질 수 있었던 막강한 바게닝파워(교섭력)을 상실할 위험에 처하는 등 이는 자해 행위나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영풍은 "최 회장의 전횡을 막고 경영 정상화를 위해 스스로 팔을 자르고 살을 내어주는 심정으로 MBK파트너스에 1대주주 지위를 양보하면서 고려아연 주식 공개매수에 나섰다"며 "현재 진행되고 있는 공개매수는 수조 원 규모에 달하는 거래로서 아시아 최대 규모의 토종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는 이러한 대규모의 공개매수를 수행하고 고려아연을 발전시킬 수 있는 충분한 역량을 갖추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영풍과 MBK파트너스가 주식 공개매수에 나서자 고려아연은 공시를 통해 'MBK는 중국자본이며 인수되면 중국에 팔린다'는 말도 안 되는 흑색선전을 내놓았다"며 "이러한 거짓 흑색선전은 지역 정가와 중앙정치권까지 영향을 미쳐 '정치이슈'화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MBK파트너스에 대해서는 중국 자본 운운하면서 해외매각을 우려한다더니 정작 최 회장 자신은 일본 소프트뱅크와 스미토모상사에 손을 벌리는 모순된 행위를 하고 있다"며 "최 회장은 영풍에 대한 비난을 멈추고 이그니오홀딩스와 원아시아파트너스에 대한 투자 경위를 소상히 밝히고 회계장부 열람청구 신청에 응해 관련된 자료들을 모두 제공함으로써 그 동안 제기된 의혹들을 밝히는데 협조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꼬집었다.

영풍은 "최 회장의 책임을 물으려는 것이지 결코 고려아연을 흔들려는 것이 아니다"라며 "최 회장을 제외한 고려아연의 모든 임직원들의 고용관계는 확고하게 유지될 것이고 고려아연이 추진해온 미래전략사업은 변함없이 추진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영풍은 고려아연을 전문경영체제로 전환해 명실상부한 비철금속 분야 글로벌 리더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기업경영전문가이자 투자전문가인 MBK파트너스와 최선의 노력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한듬 기자 mumford@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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