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만 잡아도 열렬히 지지할텐데"…무주택자들 속탄다 [박상길의 이슈잇슈]
"집 살 수 있게 해주는 정치세력 나왔으면"
추석 연휴가 끝나고 가을 이사철이 본격화하자 내 집 마련을 고민 중인 무주택자들의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집값 상승세는 진정되지 않는 가운데 금융당국이 대출 규제의 수위를 더 끌어올리면서 내 집 마련이 더욱 멀어지고 있어서다.
무주택자들은 개인들의 실질소득이 줄고 있는데도 집값 상승세가 꺾이지 않는 이유는 정부가 무리한 부양책을 썼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무주택자들은 그러면서 정부가 부양책을 중단하거나 축소해야만 집값이 진정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정부 통계상에서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한 부동산 시장의 불확실성이 여전하다. 한국부동산원이 지난 19일 발표한 '8월 전국 주택가격동향 조사'에 따르면 올해 8월 전국 주택(아파트·연립·단독주택) 매매가격지수는 전달 대비 평균 0.24% 상승했다. 특히 8월 서울 아파트값은 전달 대비 1.27% 올라 2018년 9월(1.84%) 이후 71개월 만에 최대치의 상승률을 나타낸 것으로 분석됐다.추석 연휴와 집값 단기 급등에 따른 피로감, 대출 규제 등으로 최근 서울 아파트값 상승 폭은 다소 줄었지만 상승세는 26주 연속 이어지고 있다.
무주택자들로 구성된 네이버 카페 집값정상화시민행동의 송기균 대표는 "서울의 경우 집값이 너무 비싸서 무주택자들은 대부분 내 집 마련을 할 수 없다"며 "무리하게 대출받아서 집을 살 경우 집값이 조금만 하락해도 하우스 푸어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이어 "그래도 집을 꼭 사야겠다면 자신의 소득으로 대출금을 상환할 수 있는지 미리 계산을 해보고 대출을 받으라고 조언하고 싶다"며 "만약 퇴직 예상시점까지 대출 원리금을 상환할 수 없다면, 노후에 딸랑 집 한 채밖에 없게 되어 노후가 불안해질 위험성이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월급을 모은 돈에 약간의 대출을 받아서 집을 살 수 있는 수준으로 집값을 하락시킬 정치세력이 나온다면 무주택자들은 이들을 열렬히 지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추석 이후 서울 인기 아파트 시장의 경우 오름세가 주춤할 수 있다고 진단하며 단기 급등 지역 추격 매수에 대해서는 신중한 자세로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정부가 지난 8월 8일 비아파트를 구매할 경우 세금을 깎아주고 청약때 무주택자로 인정해주는 주택 공급 대책을 내놓으면서 한동안 애물단지 취급을 받던 빌라 등 비아파트 거래가 다시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박 위원은 "정부 공급 확대 대책과 별도로 대출 문턱을 높이는 수요 조절책에 나서고 있어 단기 과열 양상을 보이는 서울 인기 아파트시장의 경우 오름세가 주춤할 것으로 예상된다"라며 "최근 단기 급등지역 아파트 추격 매수는 신중히 하는 게 좋을 것 같다"라고 조언했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 수석위원도 "추석 이후에는 서울 일부 과열된 지역들의 상승폭이 축소되면서 다소 진정되는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진단했다.
김 위원은 "최근엔 주택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 중 경제나 금리 등 거시지표에 영향을 많이 받는 상황인데, 상반기 안정되었던 금리와 대출 규제가 9월부터 강화됐고 정책 변화의 불확실성이 남아있는 상태로 무주택자 내 집 마련 및 갈아타기 수요가 관망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에 따른 거래량 둔화와 가격 하향 안정세가 연말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라고 했다.
두성규 목민경제정책연구소 대표는 "추석 이후 집값은 고가주택 시장이 이번달 예상되는 미국발 금리인하 소식과 그동안 공급부족에 대한 정부의 무기력, 그리고 전세시장의 강세장이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주택가격은 잠깐의 휴식기를 지나 다시 상승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진단했다.
두 대표는 다만 "이런 전망의 저변에는 신규 물량이 적은 데다가 분양가가 계속해서 강한 상승세를 보이면서 3.3㎡당 5000만원 전후에 도달하는 소식들로 대기수요자들의 마음도 바빠질 것으로 보인다"라며 "내 집 마련은 실수요자라면 (구매 시기가) 빠를수록 좋다고 보여진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공급부족은 올해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향후 2∼3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라며 "따라서 대출규제 속에 자금마련이 쉽지 않겠지만 가용한 범위에 맞춰 내 집 마련을 통하 주거안정을 최대한 서두르는 것이 또 다시 후회의 늪에 빠지지 않는 길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상길기자 sweats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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