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점 노리는 기업의 '인텔 부활' 베팅? "아폴로, 6조 투자 제안"

블룸버그 소식통 인용 "50억달러 투자 제안",
"인텔 구조조정에 대한 신뢰와 지지 보여줘"

/사진=블룸버그

미국 자산운용사 아폴로가 최근 창립 이후 최대 위기에 직면한 반도체업체 인텔에 수조 원 규모의 지분 투자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22일(이하 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아폴로가 최근 인텔에 50억달러(약 6조6675억원) 규모의 지분 투자 의사를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인텔은 아폴로의 제안을 검토 중이다. 다만 소식통은 아직 확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며 투자 규모가 변경될 수 있고, 양측의 협상이 결렬돼 거래가 성사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전했다.

미 뉴욕에 기반을 둔 아폴로는 운용 자산 6170억달러의 글로벌 대체투자 운영사로, 지난 6월에는 인텔의 아일랜드 공장을 소유한 합작투자사의 지분 49%를 110억달러에 매수한 바 있다. 블룸버그는 "아폴로는 현재 보험, 인수 및 신용 전략으로 잘 알려졌지만, 원래 '부실 전문' 투자 기업으로 출발했다"며 아폴로의 이번 지분투자 제안은 "현재 인텔이 추진 중인 대규모 구조조정에 대한 (아폴로의) 신뢰와 지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때 '반도체 제왕'으로 불렸던 인텔은 실적 부진, 주가 하락 등으로 50여 년 역사상 최대 위기에 몰렸다. PC 시장에서 누렸던 영광에만 안주한 채 스마트폰 중심의 시장 변화에 대응하지 못하고, 강점을 보였던 PC 시장에서도 경쟁업체 AMD의 추격에 경쟁력이 밀린 결과다. 여기에 팻 겔싱어 CEO의 지휘 아래 새로운 제품, 기술 및 외부 고객 유지를 위해 추진한 '고비용 계획'도 현재의 위기를 초래했다. 블룸버그는 "겔싱어 CEO의 고비용 계획은 실적 악화로 이어지며 투자자들의 신뢰를 잃었고, 이는 시장가치 수백억 달러를 증발시켰다"고 지적했다. 전 산업계를 뒤흔든 AI의 열풍에 제때 합류하지 못한 것 역시 위기의 주요 배경으로 꼽힌다.

20일(현지시간) 기준 최근 1년 간 미국 뉴욕증시의 인텔 주가 추이 /사진=인베스팅닷컴

인텔은 지난달 시장 예상을 크게 밑돈 2분기 매출 및 3분기 매출 가이던스와 함께 직원 15% 감축, 배당금 지급 중단, 비용 절감 계획 등 대규모 구조조정 계획을 내놨다. 이후 실적 악화의 주범인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부 분사와 독일·폴란드 공장 건설 중단 등을 결정했다. 하지만 시장의 신뢰를 잃은 인텔의 상황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인텔의 주가는 20일 기준 21.84달러로, 올해에만 56.54% 추락했다. 최고점이던 2020년 초와 비교하면 70%가량 빠졌다.

최근에는 스마트폰 반도체에 주력하는 경쟁업체 퀄컴의 인수 대상으로 거론되는 처지에 놓이기도 했다. 지난 20일 월스트리트저널은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퀄컴이 인텔의 반도체 설계 부문 일부 인수 방안을 인텔에 타진했다고 보도했다. 퀄컴이 인텔의 반도체 설계 사업부를 인수하면 스마트폰 반도체 중심의 사업을 PC, 서버 반도체로 확대할 수 있다.

정혜인 기자 chimt@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