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약 통장 절대 해지하지 마세요"…전문가들 조언한 이유

한명현 2024. 9. 23.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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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양가가 높고, 앞으로 나올 청약지가 별로 없다는 생각에 (청약통장) 해지가 느는 겁니다. 그래도 청약통장은 유지하는 게 유리하죠.” (이주현 월천재테크 대표)

올해 들어 청약 통장을 해지하는 가입자가 증가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8월 기준 주택청약종합저축 가입자는 2545만7228명이다. 5개월 연속 감소하고 있다. 지난해 같은 기간(2581만5885명)과 비교하면 약 36만명이 줄어들었다.

줄어드는 청약 통장 가입자 사진=연합뉴스


높아진 분양가에 청약 당첨을 기대하는 수요자가 줄었다는 분석이다. 이주현 월천재테크 대표는 “최근 서울은 소위 말하는 강남권 ‘로또 분양’을 제외하고 시세에 맞춰 분양가를 정하고 있다”며 “안전마진(확실한 시세차익) 없이 시가에 분양하니 집이 정말 필요한 이들은 차라리 준신축(준공 10년 이내 아파트)을 사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청약은 무주택자가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집을 구할 수 있는 수단이었지만, 최근 분양가가 상승하며 청약 당첨을 포기하는 이들이 늘었다는 얘기다.

다음달부터 청약통장 납입 한도도 25만원으로 올라가 목돈이 필요한 사회초년생에게는 부담이 될 수도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당첨 확률이 낮더라도 우선은 청약통장을 유지하는 것이 낫다고 입을 모았다. 가입 기간이 중요한 데다 급전이 필요하다면 청약 통장을 해지하지 않고도 마련할 수 있는 방법이 많아서다.

 ◆“중도 해지 신중해야”

당장 급전을 마련해야 한다면 청약 통장을 해지하기보다 관련 담보 대출을 이용하는 방법이 있다. 청약통장을 담보로 할 경우 예치된 금액의 90~95% 내에서 대출받는 게 가능하다. 시중 5대 은행에서만 취급하며, 금리는 은행별로 다르다.

국민은행 주택청약담보대출 금리. 국민은행 홈페이지


국민은행 기준으로 살펴보면 납입액의 최고 95% 이내에서 대출받을 수 있다. 기간은 2년이며, 일시 상환으로 진행된다. 신규 취급액 기준 및 신잔액 기준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 기준 금리는 각각 연 5.18%, 연 4.57%다.

전문가들이 납입을 멈추더라도 일단 청약 통장을 갖고 있으라고 조언하는 이유는 공공분양 아파트 청약에 관심을 둘 만하기 때문이다.

다음달부터 25만원으로 상향되는 월 납입금 기준은 공공분양 청약에 적용된다. 국민주택 가운데 일반공급에 배정된 15%의 1순위 당첨은 저축총액 순으로 가린다. 통상 공공분양 당첨 합격선은 1200만~1500만원 수준으로 본다. 현 납입 인정액 기준인 10만원으로 가정했을 때 10년 넘게 매달 10만원씩 넣어야 1200만원 선을 맞출 수 있는 셈이다.

25만원 한도로 계산하면 매달 25만원씩 4년가량 모으면 1200만원이 된다. 당첨 합격선까지 10년 걸리던 기간이 6년 단축되는 셈이다.

 ◆청약 당첨 확률 올리려면

국민주택이 아닌 민영주택 청약 1순위 조건은 지역에 따라 청약통장 가입 인정 기간이 달라진다. 서울 강남3구(서초·강남·송파구)와 용산구 같은 투기과열지구 및 청약과열지구에 청약한다면 가입이 2년이 지나야 한다. 그 외 지역이라면 수도권은 가입 후 1년, 지방은 6개월이 경과했으면 된다.

납입인정 금액은 지역별 예치금액 조건을 따른다. 전용면적 85㎡ 이하 기준 서울은 300만원만 충족하면 된다. 전용 103㎡ 이하는 600만원, 전용 135㎡ 이하는 1000만원, 그 외 모든 면적은 1500만원이다. 공공분양인 국민주택과 달리 납입 횟수 기준이 없기 때문에 공고 전 한 번에 납부해도 인정된다.

전체 물량의 40%(전용 60㎡ 이하 기준)는 가점제로 진행하고 60%는 추첨제로 진행된다. 추첨의 75%는 무주택 세대에 속한 자에게 기회가 먼저 간다. 나머지 25%에는 우선 추첨이 안 된 무주택자도 포함해서 뽑기 때문에 유주택자는 사실상 당첨 기회가 적다.

서울 시내 아파트 전경. 한경DB

본인 명의의 주택이 없는 사람이라도 세대 구성원이 주택을 소유하고 있다면 무주택기간 가점(32점)을 적용받을 수 없어 세대 분리가 필수다. 또 최근 ‘로또 분양’으로 화제가 된 강남3구 내 민영주택은 1순위 조건에 아예 세대주가 포함된다.

여기서 주택 청약에서 보는 1세대 기준은 소득세법이 아닌 ‘주택 공급에 관한 규칙’을 따른다. 따라서 1순위 세대주 조건을 충족하기 위해 자녀와 부모가 별도 세대가 되려면 주민등록상 주소가 달라야 한다. 한 지붕 세대 분리는 인정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또 아파트 같은 공동주택은 세대 분리를 인정받기가 어렵다.

이때는 자신이 예외 규정에 해당하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세대별 주민등록표에 함께 거주한다고 돼 있는 직계존속이 만 60세 이상이면 이들이 주택을 보유하고 있어도 무주택자로 간주한다. 분양권을 보유해도 마찬가지다. 다만 가점제에서 부양가족 수(35점)를 따질 때는 만 60세 이상의 유주택자라면 부양가족에서 제외된다.

한명현 기자 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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