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실패 두렵지만‥" '사랑후에'로 도전 나선 이세영

황소영 기자 2024. 9. 23. 10:03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세영, 쿠팡플레이 제공
배우 이세영(31)이 쿠팡플레이 오리지널 시리즈 '사랑 후에 오는 것들'로 돌아온다.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100% 로케이션 촬영으로 완성한 작품이다. 특히 대사의 80% 이상을 일본어로 소화해야 했기 때문에 이세영에겐 누구보다 '도전'이었다. 스스로를 '겁쟁이'라고 표현했지만 특유의 밝은 에너지와 회복 탄력성을 앞세워 이번에도 기꺼이 해냈다.

'사랑 후에 오는 것들'은 운명 같던 사랑이 끝나고, 모든 것을 잊은 여자 홍과 후회로 가득한 남자 준고의 사랑 후 이야기를 그린 감성 멜로극. 27일 공개된다. 원작 소설을 기반으로 만들어졌고 사카구치 켄타로의 한국 첫 주연작이라 눈길을 끌고 있다. 그 중심을 단단하게 지킨 건 이세영이다. 올해로 데뷔 28년, 아역 시절부터 탄탄하게 다져진 연기력을 바탕으로 '믿고 보는 연기'를 예고했다.

-'사랑 후에 오는 것들'을 택한 이유는.

"어렸을 때 보고 자랐던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 같은 정통 멜로라 좋았다. 이별 후 감정이 절절하기도 하고 애틋해서 공감이 많이 됐다. 이 둘의 사랑 이야기가 아름다워서 그걸 표현해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참여하게 됐다."

-언어의 장벽이 높지는 않았나.

"일본어는 이번 작품 때문에 처음으로 공부를 했다. 촬영 전 두 달 정도 한 것 같다. 1월부터 촬영이었는데 11월 중순쯤부터 수업을 듣기 시작했다. 처음 대본을 받았을 때는 한국어로 쓰여 있었다. 괄호로 일본어로 표현되어 있었기 때문에 이야기에 감동받고 좋아서 재밌겠다 했는데 정작 촬영 준비하면서 보니 일본어가 너무 많더라. 거의 80%가 일본어니까 쉽지 않다 했는데 현실적인 부분을 촬영 들어갈 때 알게 되어서 고민 없이 일단 기쁜 마음으로 시작한 것 같다."

-연기하며 언어가 달라 어려웠던 지점은 없나.

"일단 내가 말을 하는 것에 포인트가 있지 않나. 그런 것도 신경 쓰면서 말해야 하는데 들을 때도 특정 단어나 부분에서 리액션이 끝나기 전에 해야 하니 할 게 너무 많았다. 그래서 힘들었다. 내가 모르는 말로 그 타이밍에 맞는 리액션을 하면서 연기해야 하니까 쉽지 않았다. 초반엔 현장에서 외롭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언어는 달라도 감정은 같지 않나. 배우가 표현하는 걸 보고서 연기하니 크게 어려움은 없었던 것 같다."

-파트너 사카구치 켄타로에 대해 알고 있었나.

"어릴 때 봤던 것 외에 켄타로 씨가 출연한 '남은 인생 10년'이란 작품을 찾아봤다. 실제로 연기한 걸 보면서 많이 배우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 일본어 선생님이 있었지만 선생님이 가르쳐주는 말로만, 뉘앙스로만 대사를 할 수는 없지 않나. 그래서 그 말을 다른 뉘앙스로는 어떻게 할 수 있는지, 보통 사람들이 어떻게 하는지 체크했던 것 같다."

-함께 호흡을 맞춰본 소감은.

"켄타로 씨는 밝고 건강하고 장난기도 많다. 특유의 순수함도 있다. 사람 자체가 깊이 있지만 되게 열정적이다. 보고 있으면 나까지 기분 좋아지고 맑아지는 것 같더라. 연기할 때 집중력도 좋아서 같이 작업하며 좋았다. 세심하고 다정하게 스태프들도 잘 챙기더라."
이세영, 쿠팡플레이 제공

-촬영하며 느낀 한일 간 차이는 없었나.

"일단 가장 처음으로 차이점을 느낀 순간은 켄타로 씨랑 감독님이랑 제작사에서 만났을 때다. 켄타로 씨가 준고가 너무 다정하다고 하더라. 일본 사람들이 봤을 때 일본 남자가 이렇게까지 표현을 많이 하는 건 어색하다는 거였다. 사랑한다는 말 자체를 하지 않는다고도 했다. 그 모습을 보고 홍이랑 준고가 본질적으로 부딪친 게 이런 건가 싶더라. 준고는 최선을 다한 거고 홍이는 자신이 알고 있는 선에서 이해가 되지 않았던 것이다. 근데 홍이는 한국인이지 않나. 그럼 사랑한다는 말을 했을 것 같다. 그래서 대사에 한 번도 사랑한다는 말이 없었는데 했다. 내가 해야겠다고 말했고 준고도 한국말로 하라고 시켰다."

-홍이와의 싱크로율은.

"진짜 많이 안 닮았다. 과거에 생기 있고 건강하고 열정적이고 솔직하고 그런 건 비슷한데 현재의 홍이는 일단 운명적인 사랑 후 이별하고 크게 상처를 받지 않았나. 마음의 문을 많이 닫았다고 생각하는데 난 인간관계든 사랑이든 무슨 일이든 회복하는 속도가 빠른 것 같다. 회복 탄력성이 좋은 것 같다. 얽매이지 않으려고 하는 편이고 결단 내리는 게 빠른 편이다. 그게 좀 홍이랑 다르다. 그래서 이렇게까지 최선을 다한 준고가 많이 이해 됐다. 홍이랑 다름에도 연기하는 순간에는 한정적으로 공감이 됐다. 그런 감정이 오는 게 신기했다."

-사랑 후에 남는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일본에서 스태프들과 이런 얘기를 나눈 적이 있다. 감독님은 서로에 대한 온전한 이해라고 했다. 난 '죽음'이라고 했다.(웃음) 사랑은 끝나지 않지 않나. 우린 연인이 아니어도 항상 사랑하지 않나. 사랑을 아예 안 하는 사람이라고 해도 일이든 취미든 사랑이 끝나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사랑 후엔 죽음 밖에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후는 없다. 죽음 말고 갈라놓을 수 있는 건 없다."

-멜로를 하며 느끼는 장르적 매력은.

"드라마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이란 작품에서 처음으로 러브라인이 있었다. 끝났을 때 나의 강태양 씨가 보고 싶더라. 없다는 게 슬펐다. 연인을 잃는 감정 같더라. 이젠 조금 익숙해지려고 하는데 끝날 때는 캐릭터가 보고 싶고 그리운 감정이 많이 남는 것 같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게 사랑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런 감정을 연기하며 다룬다는 게 재밌고 좋은 것 같다. 많은 분이 보면서 '나도 사랑을 해야겠다'라고 생각하길, 많이 사랑하고 상처받고 또 많이 사랑하길 바란다."

-일본어 도전 후 다른 언어로 연기하는 것에 욕심이 생겼나.

"아예 일본인 역할로 작품을 해도 충분히 연습하고 하면 할 수 있겠다는 욕심이 생겼다.(웃음) 다른 언어로도 확장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일본어는 우리나라 어순과 같으니까 단어를 바꾼다거나 조사를 바꾸면 골라 넣어서 말할 수 있는데 중국어나 영어는 어순이 달라 쉽지 않다고 하더라. 영어에 살짝 울렁증이 있긴 한데 그래도 극복해야 하지 않나. 다양한 곳에서 연기하고 싶다. 국제 프로젝트를 막연히 겪어보지 않았을 때는 어려울 것 같았는데 해보니 할 수 있겠는데, 더 잘할 수 있겠는데 싶더라. 이것저것 성장하기 위해 다 해봐야지 이런 생각이 든다. 결국 작품을 위해 모인 사람들이기 때문에 원하는 건 한 가지이지 않나. 결속될 수밖에 없다. 언어가 달라도 통할 수밖에 없다."

-세트장이 없었다고 들었다.

"100% 로케이션이었다. 지하철도 진짜 역에서 최소 스태프 인원으로만 찍고 그랬다. 일사불란하게 역에서 타서 정거장 반 정도 갈 동안 세팅하고 문 열릴 때부터 연기를 시작하고. 타는 승객들에게 죄송하다고 하고. 그럼에도 성공적으로 끝난 게 인상 깊었다. 우리는 정말 한 팀이다. 팀워크가 좋았다. 뭘 해도 할 수 있겠다 생각했다."

-촬영이 끝난 후 일본에 간 적이 있나.

"아직 가지 못했다. 이번에 일본 프로모션으로 작품 홍보 차 조만간 도쿄에 간다. 혼자 갔을 때 도쿄 타워를 가고 싶어서 아직까지 안 가고 남겨뒀다. 그건 혼자서 꼭 가고 싶다. 켄타로 씨가 촬영 초반 친해지기 위해 자기가 자주 가는 밥집에 데려갔었는데 그때 못 먹고 남겨둔 술이 있다. 기회가 되면 남은 술을 마시고 다른 메모를 적어둬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세영, 쿠팡플레이 제공

-tvN 예능 '텐트 밖은 유럽-로맨틱 이탈리아' 편 촬영을 위해 이탈리아에 다녀왔다.

"여중, 여고, 여대를 나와서 여성들끼리 있는 게 편하다. 고민할 필요 없고 게다가 막내 포지션이라서 사랑받으며 다녀온 것 같다. 보통 작품 끝나면 다른 나라 가서 한국인들이 관광하는 코스로 열심히 돌아다니며 구경하는 타입인데, 가이드 님이 설명을 더해주니 좀 더 밀도 있는 깊이감 있는 여행이었다. 근데 여길 더 뜯어봤어야 했는데 더 많이 못 봐 아쉬움이 들어 다음에 꼭 가야겠다는 곳이 있었다."

-아역부터 28년째 연기 생활을 하고 있다.

"매체도 그렇고 연기 스타일도 그렇고 계속 바뀐다. 변화가 빠르다. 앞으로도 점점 더 빨라질 것이기에 적응을 해야 하는 직업이라 나중에 내가 흔들리지 않으려면 어릴 때 시행착오도 경험하고 실패도 하면서 기본기를 다져놔야 한다는 생각이다. 앞으로 100살까지 살 것이니 그렇게 해야 오래오래 연기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영화 '수성못'(2018) 때 연기에 대한 생각을 하며 방황의 시기, 고민의 시기라고 표현한 적이 있다.

"'수성못' 때 고민을 했던 시기인 건 맞는데 연기에 대한 고민이라기보다 정확하게 진로에 대한 고민이었던 것 같다. 연기를 계속하고 싶은 마음은 있는데 생계유지가 될 것인가, 먹고살 수 있는 것일까, 이것만 바라봐도 될까, 뭔가를 배운다거나 자격증을 따야 하지 않을까 등 생각이 많았다. 그래서 이것저것 많이 했다. 준비하는 과정에 계속 뭘 했지만 마음은 방황했던 것 같다. 과거에 홍이가 그런 마음에서 일본으로 훌쩍 떠났다고 생각한다. 누구에게나 이런 시기가 있다고 생각한다."

-영화에도 관심을 기울이는 것 같다.

"영화는 오래전부터 프리 작업을 시작하지 않나. 아무래도 드라마를 계속하고 있기 때문에 합류할 수 있는 여건이 되지 않고 감독님들이나 제작자분들이 나에 대해 가진 이미지가 있지 않나. 제약이 있을 거라고 생각해서 일단 뭐가 됐든 상업 영화에 얼굴을 비추고 존재를 드러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영화 '서울대작전'(2022)에 특별출연했던 것이다. 요즘 어떻게 영화를 촬영하는지 내 얼굴이 어떻게 나오는지 궁금하기도 해서 작품을 하게 됐다. 여기저기 디미는 스타일인 것 같다.(웃음)"

-도전을 쉬지 않는 것 같다.

"(나 역시) 실패가 너무 두렵다. 겁이 많다. 근데 피할 수 없다면 빨리 매를 맞자고 다짐한다. 그게 건강한 것 같다. 뭔가 상처받지 않으려고 그런 것보다 많이 믿고 또 상처받아도 다른 사람에게 이 만큼 사랑하고 믿어줄 수 있는 사람이 큰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살고 싶다. 그게 더 행복할 것 같다."

-이상형은.

"일단 몸과 마음이 건강하고 자기 꿈이, 비전이 있었으면 좋겠다. 항상 꿈꾸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그럼 눈도 생기가 있고 눈빛이 맑을 것 같다. 눈빛이 탁한 사람은 싫다."

-다른 장르에 대한 욕심은 없나.

"다른 장르들도 제안이 오긴 오는데 그 장르여서 그 작품을 안 하게 됐다기보다는 이런저런 상황들이 맞물려하지 못했다. 근데 한국 작품에서 사랑이 빠질 수 없고 가장 중요한 게 사랑 이야기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더 선호하는 경향도 있는 것 같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장르물을 좋아한다. 어렸을 때 '한국을 대표하는 액션 여배우가 되고 싶다'라고 인터뷰한 게 있던데, 액션을 잘하려면 몸을 잘 써야 한다. 근데 난 몸치다. 잘 뛰기만 하고 몸치라 액션에 자신이 없다. 액션의 기본은 운전이라고 생각하는데 운전도 잘 못한다."

-앞으로 20년 후 배우로서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20대 중후반부터는 미래에 저당 잡힌 현재라고 해야 할까. 항상 미래를 위한 현재를 살았던 것 같다. 지금 하고 싶은 게 있는데 조금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조금만 참자, 나중에 할 수 있으니까 이런 생각을 많이 하게 됐는데 그러다 보니 인간으로서 놓치고 사는 게 많더라. 세상에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도 모르고 촬영하고 스스로를 돌아보는 시간도 짧아서 가족이랑 친구들과 보내는 시간이 많지 않았다. 지금은 미래를 대비하지만 현재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현재를 온전히 잘 살아가고 있는 인간이었으면 좋겠다. 좋은 것들을 경험해서 그걸 연기로 녹여내는 좋은 배우가 되길 바란다."

-데뷔 30주년을 앞둔 소감은.

"20주년이었을 때 팬미팅이나 그런 걸 할 여건이 아니라서 못했는데 30주년에는 뭘 좀 준비해야 할 것 같다. 근데 보통 30주년이라고 하면 디너쇼 같은 걸 하지 않나.(웃음) 팬분들과 뭔가를 하지 않을까 싶다. 만약 하게 된다면 국적이 다른 해외 팬분들과도 만나고 싶다. 그 나라에 내가 좋아하는 노래나 이런 걸로 무대를 준비하고 싶다. 내 취향을 보여주고 싶다."

-지금까지 인생 중 명장면을 꼽는다면.

"올해 일본에서 촬영하던 순간이다. 촬영 쉴 때 자유롭게 돌아다녔다. 한국에서도 아무도 날 막지 않으니 진짜 자유롭게 다닌다. 근데 날 정말 몰라보니까, 날 모르는 사람들 사이에 있으니까 더 자유로웠다. 행복하게 이것저것 다 즐겼다. 옷이나 화장이나 머리나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고 다닌 게 편하고 재밌었다. 에너지가 넘쳤다."

-올해 하반기 계획은.

"매년 신년의 목표는 '작년보다 나은 한 해를 살자'인데 '사랑 후에 오는 것'들로 인해 조금 더 성장하고 나아진 것 같다. 이렇게 작품 하면서 얻은 에너지로 새로 시작하는 작품도 잘 준비하고 건강하게 마무리를 하고 싶다."

황소영 엔터뉴스팀 기자 hwang.soyoung@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Copyright © JTBC.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