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엣지테크놀로지 주가 하락… CPS 600억 베팅 VC들 ‘손실 위기’

배동주 기자 2024. 9. 23.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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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톤브릿지벤처스, 에이티넘인베 투자 손실
취득단가 2만341원인데 주가는 1만2000원
전환가액 리픽싱해도 현시점 손실 불가피
오픈엣지테크놀로지 CI.

이 기사는 2024년 9월 20일 14시 57분 조선비즈 머니무브(MM) 사이트에 표출됐습니다.

반도체 설계자산(IP) 전문기업 오픈엣지테크놀로지의 대규모 유상증자에 참여한 벤처캐피털(VC)들이 손실 위기에 처했다. 전환우선주(CPS) 방식의 3자배정 유상증자 참여 후 오픈엣지테크놀로지의 주가가 꾸준히 하락, 이제는 전환가액 최저한도마저 밑돌고 있어서다.

20일 VC업계에 따르면 스톤브릿지벤처스와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는 19일 기준으로 주당 7761원씩 총 229억원 손실 상황에 처했다. 오픈엣지테크놀로지의 유상증자에 참여, 주당 2만341원에 확보한 CPS 시장가가 2개월여 만인 19일 주당 1만2580원(종가)으로 내려서다.

앞서 지난 7월 22일 스톤브릿지벤처스와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는 각각 300억원씩 총 600억원을 투자, CPS 총 294만9706주를 절반씩 나눠 가졌다. 취득단가(전환가액) 2만341원은 과거 1개월간 주가로 정한 기준주가 1만9289원에 5.45%의 할증을 적용한 가격이다.

해당 투자는 국내 VC업계에서 이례적인 투자로 주목받았다. 상장사 유상증자에 사모펀드가 아닌 벤처펀드가 총 600억원을 쏟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스톤브릿지벤처스와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는 상환전환우선주(RCPS)나, 전환사채(CB)가 아닌 CPS를 택했다.

CPS는 우선주이긴 하나 상환의 조건이 없어 투자자보다 발행사에 유리한 투자유치 방식으로 통한다. 특히 사채의 성격을 갖는 CB와 달리 만기 후 원금 상환을 받을 수도 없다. 이 때문에 CPS 투자자들은 주로 보통주 전환 후 매도 방식으로 투자금을 회수한다.

스톤브릿지벤처스와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는 오픈엣지테크놀로지의 주가 상승 가능성만을 크게 평가한 것으로 보인다. 이들 양사는 오픈엣지테크놀로지 초기 투자자로, 2022년 상장 후 주당 2만원대에 보유 지분을 처분, 최대 5배 이익을 거두기도 했다.

오픈엣지테크놀로지는 반도체 설계자산(IP) 전문기업으로 2017년 설립됐다. 컴퓨터 중앙처리장치(CPU)와 그래픽처리장치(GPU) 등 각 장치를 빠르게 연결해 메모리 용량을 늘리는 컴퓨트익스프레스링크(CXL) 기술을 앞세워 주요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제조사를 고객사로 뒀다.

오픈엣지테크놀로지는 특히 미국발 인공지능(AI) 훈풍을 타고 주가 상승이 계속됐다. AI 핵심 메모리 반도체인 고대역폭메모리(HBM)가 대역폭을 늘리는 기술이라면 CXL은 용량을 확대하는 기술로 주목받았다. 지난 2월 주가는 3만5000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다만 최근 AI 고점론이 불거지면서 주가 하락이 이어지고 있다. 수십조원을 AI 투자에 쏟아붓는데 돈은 언제부터 벌 수 있느냐는 의문을 시작으로, 최근에는 반도체 업황이 다운 사이클(장기 하락 추세)에 접어들었다는 전망마저 대두, 반도체주 전반의 주가가 하락세다.

오픈엣지테크놀로지 주가도 약세다. 회사가 유상증자를 공시한 지난 7월 22일 1만7000원선으로 떨어진 주가는 하루 만인 23일 종가 기준 1만8000원으로 올라서며 반등하는 듯했으나, 미국 경기침체 우려와 AI 고점론이 겹치며 1만2000원선으로 떨어졌다.

오픈엣지테크놀로지 주가 추이. /다음 금융

스톤브릿지벤처스와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가 CPS 투자를 택하며 마련한 리픽싱 투자 안전판도 현시점 무용지물이 됐다. 주가가 하락할 경우 전환가액을 최저 1만4239원까지 조정할 수 있도록 하는 리픽싱 조항을 넣었지만, 현재 주가가 이보다 낮기 때문이다.

그나마 전환청구 기간이 내년 7월부터 2029년 7월까지로 길다는 점이 위안으로 꼽힌다. 스톤브릿지벤처스와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는 각각 ‘스톤브릿지신성상4.0투자조합’과 ‘에이티넘성장조합2023′를 활용해 투자했는데 이들 펀드의 만기는 각각 2032년, 2031년이다.

VC업계 한 관계자는 “적자를 내고 있는 오픈엣지테크놀로지의 재무 현황을 고려할 때 RCPS나 CB로 투자한다고 해도 상환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판단했을 것”이라면서 “단기간 내 회수 방침을 정하지 않고 장기간 주가 추이를 지켜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편 오픈엣지테크놀로지 올해 상반기 매출 성장세를 이뤘다. 누적 매출액은 약 6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7% 성장했다. 다만 차세대 IP 투자 비용 부담이 큰 상황이라 흑자 전환에는 시간이 걸리고 있다. 올해 상반기 영업손실은 128억원으로 집계됐다.

스톤브릿지벤처스 측은 “오픈엣지테크놀로지의 펀더멘털(기초체력)을 보고 중장기 관점에서 투자를 결정했다”면서 “경쟁력 있는 반도체 IP 공급자로 주가에 대해서는 크게 우려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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